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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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녀가 함께 부른 노래. 나는 그런 노래가 좋다. 더욱이 사랑 노래라면 더 좋다. 애절한 사랑의 어울림. 들을수록 좋다. 그래서 이야기도 남녀가 함께 나오면 좋다. 단짝으로, 또는 연인으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니, 좋다. 이런 이야기도 들을수록 좋다. 그런 좋은 이야기. 있다. 켄지와 제나로의 이야기다. 그 첫 이야기를 들어 본다.


 사립 탐정 패트릭 켄지. 한 사건 의뢰를 받는다. 유력 정치인 민주당 상원 의원 멀킨에게서. 그의 청소부가 중요한 사진과 서류를 갖고 사라진 것. 그 청소부는 흑인 여성 제나. 어렵게 그 여성을 만났지만, 의문의 그녀. 범죄 조직과 이어진 이 사건. 켄지와 그의 단짝 제나로는 위험 속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그들이 인종문제를 들먹이면 우리는 그 말을 믿는다. '민주주의'를 거론하면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고개도 끄덕여준다. 우리는 소시아(조폭)를 비난하고 때때로 폴슨(의원)을 조롱하지만 스털링 멀컨(의원수장) 같은 사람들을 뽑아준다. 그러다가 이따금 반쯤 정신이 들 때면 왜 이 세상의 멀컨들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그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유린당한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우리를 강간한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끌어안고 키스를 해주는 한, 우리 귀에 대고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단다. 아버지가 너를 돌봐주마."라고 속삭이는 한, 우리는 편안히 두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며, 허울 좋은 '문명'과 '보호'의 명분 아래 우리의 몸과 영혼을 물물교환한다. 20세기의 악몽이 빚어낸 거짓 우상들과 말이다.' -340쪽.

 

멀리 있어서

그리운 사람

잊혀졌기에

새로운 사람

 

하늘엔 작은 별이

빛나고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누나

-나태주, '사람이 그리운 밤' 중에서.

 

 '그녀는 세상의 모든 행복이다. 그녀는 최초의 따스한 봄바람이다. 어린 시절의 토요일 오후이며, 시원한 파도가 모래 위를 뛰어다니는 이른 여름의 해변 산책이다. 그녀의 포옹은 힘이 있고, 그녀의 몸은 풍만하고 부드러우며, 헐벗은 내 가슴을 뛰어다니는 그녀의 맥박은 빠르고 거칠었다. 그녀의 샴푸 냄새 그리고 내 턱에 닿은 채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목덜미.' -121~122쪽. 

 

 인종 차별, 아동 학대, 청소년 범죄, 가정 폭력, 정치인과 범죄 조직의 연루, 범죄 조직의 상호 다툼 등. 이 이야기는 이런 미국의 어둠을 그리고 있다. 예리하다. 그리고 이 그림의 여백을 패트릭 켄지가 안젤라 제나로를 향한 사랑으로 채우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유부녀. 비록 폭력적인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지만. 안타까움에서 시작된 사랑이었는지 아닌지. 어쨌든 켄지는 순정적이다. 마초인 그가. 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어서 그리운 사람. 알고 있지만 잊혀진 사람. 그의 가슴속엔 조그만 사랑이 반짝이고 있다.  


 'X-File'의 폭스 멀더와 다나 스컬리, '링컨 라임 이야기'의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도 남녀 단짝. 이 이야기도 그런 단짝. 좋았다. 남녀의 화음이 좋았다. 그리고 여러 인물의 개성. 짜임새 있는 이야기. 사회 문제를 향한 날카로운 눈길. 마음에 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켄지의 사랑! 응원하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 계속 듣고 싶다. 들을수록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말.


 하나. 데니스 루헤인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둘. 셰이머스 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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