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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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하늘의 별을 보았다. 점이었다. 사람들은 그 점들을 이어서 별자리를 지었다. 그렇게 그 점들은 무한의 그 무엇이 되었다. 수많은 객체를 형상화할 수 있는 점. 그것이 선을 이루고 영역을 이룬다. 확실한 실선이 아닌 점선. 그 점과 점 사이에 상상이 채워진다. 상상이 녹아든 영역. 많은 가능성을 담고 있다. 별도 점이다. 그렇기에 많은 예언을 낳았다. 그 예언은 점성술이라 불리고. 점, 즉 별의 빛, 위치, 움직임. 그것으로 앞날을 미리 보기한다. 모호하지만, 삶은 모름지기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살짝 기대를 갖기도 하고.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 -16쪽.  


 한 노인. 예언을 하신다. 신탁(神託)처럼 하시는 할아버지의 예언. 그런데, 불길한 예언이다. 기막힌 건, 그 예언이 적중한다는 거다. 두렵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예언을 손자인 내가 듣는다. 역시 불길. 나는 대한민국의 한 남자다. 열한 번의 낙방. 열두 번째에 합격 후 작은 회사에 다닌다. 그의 연인 서진. 취업하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한다. 이 또한 대한민국 청춘의 얼굴이다. 그런데, 그녀. 어떤 면접을 보고 난 후, 그림자를 잃는다. 그리고 그. 사고로 한 눈의 밝기를 잃고. 겉은 깨끗한 왼쪽의 그 눈의 밝기를.


 '예언이라는 확고부동한 점이 있다고 삶이 분명해지지는 않는다. 그 점의 앞뒤에, 위아래에 다른 점을 찍는 건 우리 자신이다.' -164쪽.


 또, 밤하늘을 본다. 역시 별은 점이다. 그 점을 이은 별자리. 많은 신화(神話)를 담고 있는 그 별자리. 영웅담, 연애담. 그 수많은 변주. 서진과 나의 이 이야기는 이 시대, 이 무대의 영웅담, 연애담이다. 현재 대한민국, 서울. 그 청춘남녀의 신화. 사실, 예언은 신화의 단골 손님이다. 소년, 소녀가 객제이며, 또 주체인 예언. 그 예언을 이루는 신화. 확실히 예언은 확고부동한 점이다. 예언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점의 바깥은 미지다. 그렇기에 모호한 예언. 그 해석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예언으로 삶이 분명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점의 앞뒤에, 위아래에 다른 점을 찍을 수 있기에. 불길했던 할아버지의 예언. 그런데, 그건 더 불길한 걸 막기 위한 불길이었을 수도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아니겠는가.


 슬프지만, 빛나는 신화의 두 남녀 같은 이 이야기. 두 남녀가 사랑하니, 상승 작용이 일어난다. 그 부드러움에 더해 가볍고, 따뜻해진다. 점선을 어떻게 이어야 하고, 아직 남은 점선의 영역을 어떻게 갖추어야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소중히 그린다. 이 이야기를 꼬옥 안아 본다. 역시 부드러운 가운데 가볍고, 따뜻하다.





 덧붙이는 말.


 이 소설은 '문학3'의 문학웹에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연재했던 원고를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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