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해리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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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교회에 다닌다. 성가대를 하며, 가족과 함께 다닌다. 그런데, 난 이 교회를 나가자고 가족에게 계속 말한다. 다투면서. 어제도 그랬다. 이 교회의 전 담임 목사는 감옥에 갔다. 두 번째다. 횡령죄로 한 번, 모해위증죄로 한 번. 이렇게 두 번. 모해위증죄는 미성년자 성추행에 대한 명예훼손죄를 다투다가 그랬다. 세습 받았던 이 목사. 이제 교회를 떠나게 됐다. 사임했다. 그런데 원로 목사의 아내이자 이 목사의 어머니가 외치는 욕심을 보니, 정말 추했다. 또 목사 가족이 숨긴 그동안의 어둠도 여럿 드러나니, 정말 더러웠다. 왕이었던 목사. 그리고 그 곁의 간신들. 그 간신들은 이제는 갈 이 목사를 버리고 올 새 목사에게 아부한다. 그렇게 그 목사를 쇠사슬로 묶으려 한다. 지난 여러 해 동안, 그 간신들에게 당하고 있는 나. 그들의 검은 거짓으로 모함당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힘들다. 이 교회에 깊은 환멸을 느낀다. 하얀 가면을 쓴 그 검은 얼굴이 싫다.


 여기, 무진에도 하얗지만 속이 검은 안개를 머금은 악의 꽃이 피었다. 난만(爛漫)했다. 특히 큰 두 악의 꽃. 이해리와 백진우라는 악의 꽃이다. 해리는 가톨릭 신자, 백진우는 가톨릭 신부다. 해리는 과부로 장애인 단체를 이끌고 있다. 이름하여, 엔젤스 윙 장애인 주간보호 센터. 벌을 이용한 봉침을 놓기도 하는 이해리. 백신부는 필요한 돈과 사람을 그 시설에 보내고 있고. SNS에서 인기인인 그들. 많은 돈을 모금하고 있었다. 인터넷 신문의 기자인 한이나. 화가인 어머니가 암 수술을 해야 하기에 무진에 왔다. 어머니가 계신 무진에. 어릴 때 이해리의 친구인 그녀. 고등학교 1학년 때, 백진우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한 그녀. 그리고 무진을 떠났던 그녀. 다시 돌아온 그녀가 길을 지나다가 한 여성을 만난다. 1인 시위를 하는 최별라라는 여성. 딸이 자살했다고 한다. 백진우 신부와 이해리를 이야기하면서 억울해한다. 그렇게 한이나는 거대한 악의 꽃밭으로 들어가게 된다. 백진우 신부와 이해리의 악행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되고. 교구가 운영하는 무진 소망원의 어둠도 알게 되고. 또 다른 악의 꽃도 알게 되고. 그리고 무진 인권 센터의 서유진 센터장과 강철 변호사의 도움도 받게 되고.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영화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 1996)'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 부류가 있어요. 흔히 '상식적으로' 사고하고 늘 '좋은 쪽으로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 이게 이들의 토양이에요. 이게 이 사람들 먹이예요. 그래서 상식을 가지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당해내기가 힘들어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생각을 가지고 대하면 절대 안 돼요. 아무리 작은 하나라도 다 의심해야 해요. 그래서 싸움이 정말 힘들어요.' -1권 246쪽.


 '"이 세상에 우리가 남기고 갈 것은 우리가 사랑했다는 사실이에요."' -2권 267쪽.


 영화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와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 1996)'가 있다. 가톨릭의 어둠을 밝혀내는 기자인 한이나의 얼굴에서 '스포트라이트'의 얼굴도 보았다. 이 영화에서는 기자가 여럿이었지만, 그랬다. 또, 해리로 상징되는 악의 꽃들의 두 얼굴에서 '프라이멀 피어'의 얼굴도 보았다. 해리라는 이름이 '해리성 인격 장애'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더 절묘하다. '프라이멀 피어'에서 두 얼굴의 대주교를 죽인 피의자는 두 얼굴을 보이며 무죄를 받는다. '해리'에서는 악의 꽃들뿐만 아니라 그 꽃들의 가시에 찔린 꽃들도 몇몇은 두 얼굴을 가졌다. 검은 거짓으로 점철된 얼굴을 가린 하얀 가면. 그 가면에 당한 사람들마저 가진 두 얼굴. 그렇지만, 악의 꽃들의 두 얼굴은 너무나 무거웠다. 무진의 검은 안개를 머금었기에. 난만해서 많은 사람을 현혹했기에. 그런데, 어쩌다가 그렇게 됐을까. 사랑의 부재가 그 시작이었으리라. 내가 다니는 교회도 사랑이 없고, 욕망만 난무하고 있다. 그 민낯. 그것을 가린 가면만이 보인다. 무진의 검은 안개를 머금은 악의 꽃들에게. 교회의 검은 얼굴들에게. 속지 않기를. 아프지 않기를. 그들을 위해. 나를 위해. 사랑으로 기도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피어오르게 한 '해리'에게 감사한다.




 덧붙이는 말.

 

 공지영 작가의 구설에 대해서는 배제하고 이 소설만 읽고 쓴 글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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