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책을 먹고 싶다.

접시에 뉴욕을 담다 - 요리사 김은희의 뉴욕레스토랑 여행기
김은희 지음 / 그루비주얼 / 2007년 7월

여행기라기엔 모호한 책이지만 나름 식도락에 흥미가 지대한지라 샀는데 기대이상이었다. 그저 흔한 레스토랑 탐방기라기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작가는 뉴욕에서 요리학원을 다니는 중에 공부삼아 뉴욕의 여러 유명한 레스토랑을 다녀보는데 아무래도 요리를 전문으로 배운 사람이다보니 정보도 상세하고 내용전달도 생생해서 보는 내내 사진을 보면서 침을 꼴깍 꼴깍 삼켜가면서 읽은 책이다. 아아~사진도 얼마나 근사한지 아예 페이지를 뜯어먹고 싶을지경이었다. 솔직히 나는 버터와 크림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요리를 먹으러 가도 실제로는 그다지 맛을 느끼지 못할것같다. 미각도 훈련이 되어야만 맛있다고 느끼는 법인데 순수 토종 입맛인 나는 당장 가서 이 유명한 레스토랑을 돌아다녀봤자 그다지 재미를 볼것같지는 않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더욱 좋다. 직접 갈거라면야 이 책보다는 미슐렝 가이드가 낫겠지않는가. 정보지도 아닌데 가지 못할 곳에 대한 생상한 정보를 전해주는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눈으로 실컷 보고 즐기고 나니 마치 과식이라도 한듯한 포만감이 가득히 느껴진다. 사진도 많고 해서 휴가때 훌훌 넘기고 볼 생각이었는데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도 있고해서 오히려 한장한장 집중해서 보게되었다. 눈으로 하는 몸보신. 살도 안찌고 나름 재미도 있지 않은가. 올 여름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을 한바퀴 다 돌아보고 온 느낌이다.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은 어중간함

민희, 치즈에 빠져 유럽을 누비다 - 파리 뒷골목 치즈 가게에서 스위스 산골 농장까지
이민희 지음 / 고즈윈 / 2007년 6월

본디 블로그를 엮어만든 책은 좋아하지 않는데 블로그에 나온 사진들이 느낌이 좋았다. 나도 치즈를 좋아하는데 사실 맛보다는 오히려 그 느낌이 더 좋다고 할까. 가벼운 맛 정도의 치즈는 좋아하지만 진한 맛은 영 힘들었다. 하지만 치즈를 보기만해도 느낌이 좋아서 치즈 사진만 보고 이 책을 샀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웬지 어중간한 책이었다. 사진의 느낌은 좋았는데 구성이 별로였다고나 할까. 첫째장에서는 파리의 시장에서 산 치즈들에 대한 글인데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것이 아니라 발 닿는데로 아무 시장에나 가서 아무 가게에나 가서 사진 찍고 그에대한 얘기를 적은것인데 지나치게 아마추어티가 난다. 적어도 책으로 낼 정도라면 치즈의 종류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시장도 좀 조사를 하고 나서 다닐것이지 아무곳이나 가서 아무 치즈의 사진이나 찍고 그 치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다. 두번째는 치즈 만드는 농장에 가서 만드는 과정을 조사한것인데 이것도 아무 조사도 없다. 그냥 지도 하나 가지고 가서 치즈농장이라고 써있는곳에 가서 들여보내주면 조사하고 안된다고 하면 그냥 돌아나오는것. 그게 다다. 좀더 조사도 하고 제대로 취재 요청도 해야 되는게 아닌가. 아무리 짧은 기간에 자기 돈으로 다녀오는것이라지만 마음은 급하고 치즈의 세계는 너무 넓어서 도무지 정리가 안된다. 치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라기보다 그저 아마추어 여행가가 좌충우돌 프랑스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고 농장구경이나 하고 온 수준이라고나할까. 요즘 블로그가 유명해지면서 그걸 무작정 책으로 내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중간치는 간다고 할수 있는 책이지만 지나치게 아마추어티가 많이 난다. 그래도 책으로 낼 정도면 좀더 프로다운 면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치즈 사진은 나쁘지 않고 치즈 만드는 법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천방지축 여행가의 치즈여행기 정도로 훝어보기엔 나쁘지 않은 정도다.

저도 허패에 좀 끼워주세요.

허패의 집단 가출 - 허영만의 캐나다 여행 우보산행의 철학, 허영만의 이색여행 프로젝트 1 ㅣ 탐나는 캠핑 3
허영만 그림, 이남기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허영만 화백의 이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선택했건만 막상 알고보니 허화백이 쓴 책은 아니었다. 허패 - 허화백이 대장으로 있는 산악팀으로 허화백이 대장이라하여 허패라 칭한다 - 의 한분이 쓴 책이다. 캐나다에 사는 분으로 허화백을 꼬득여 이번 캐나다행을 결정한 분인데 사진이며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캐나다의 아름다움에 흠뼉 빠져들수 있는 책이다. 광대한 땅이다보니 다 소개하긴 역부족이었겠지만 부분이나마 캐나다의 광활한 자연에 대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중간중간 사진과 함께 곁들여진 허화백의 그림과 위트넘치는 말솜씨도 책의 재미를 한결 더해주었다. 특히 저자가 글을 쓰지 않는것 같다며 노력으로는 안돼. 우리는 이미 인세를 다 써버렸다구 라고 외치는 부분에서는 한참을 웃었다. 여행기란 읽다보면 언제나 거기서 거기인 법이다. 사진과 이래서 좋았다는 글말고 뭐가 있겠는가. 이 책도 그런 틀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책속에 녹아든 허화백의 우보산행에 대한 철학과 자신의 삶에 열심인 사람들의 삶이 있어 더더욱 좋은 책인거같다.

멋진 그녀. 스노우캣

Snowcat in New York - 혼자 놀기의 달인 Snowcat 뉴욕에 가다
권윤주 글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8월

인터넷 블로그시대부터 그대를 따라다닌게 이게 벌써 몇년인가 싶다. 살짝 이름이 나서 스노우캣의 혼자놀기라는 책을 발간했을때는 기쁨과 함께 나만의 보물을 온 세상이 다 아는듯한 서운함도 함께 느껴졌다. 그동안에도 블로그에는 꾸준히 사연들이 올라왔고 그 일을들 모아 세상에 소개해왔다. 다이어리에 영어책에 고양이에게 바치는 사진집 어느덧 파리에 갔나 했더니 파리의 스노우캣을 더없이 예쁜 그림과 함께 소개한 근사한 책을 떡하니 세상에 내놨다. 요즘은 뭐하나 했더니 뉴욕에 있다기래 멀리도 갔다 싶었더니 이번에는 뉴욕을 소개한 근사한 책을 또 한권 세상에 내놨다. 정말 너무 예쁜 책이다. 검고 흰 팰트천으로 된 책표지에 빨간 띠지도 너무 근사하고 책 재질도 좋고 그림고 좋고 색도 좋고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예쁜 책이다. 표지 더러워질까봐 투명비닐과 책표지라도 해야될것만 같다. 맨하탄의 곳곳을 소개한 책인데 주로 카페와 박물관,음악 등등을 소개했다. 이런 곳을 소개하면 늘 나오는 식상한 쇼핑안내가 없어서 너무 좋았다. 언젠가 이 책을 들고 가서 그녀가 소개한 그 많은 카페들이 정말 그림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지 커피맛은 어떤지 꼭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유럽여행이 아니라 산책이라..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 ㅣ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4월

제목의 산책이라는 말에 참 호감이 갔다. 요즘 빌 브라이슨의 책이 속속들이 발간되고 있다. 거의 모든것의 역사에서 나를 부르는 숲에 이어 이번의 어린시절을 다룬 책과 유럽여행에 대한 책. 호감을 가진 작가인지라 선뜻 샀는데 하나 문제가 있었다. 이 책은 빌 브라이슨이 90년도에 다닌 여행에 대한 책이라는 점. 올해가 2008년이니 벌써 18년전 일인데 옛날에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했거늘 요즘 세월에는 강산 정도가 아니라 세상이 뒤집히고도 남을 시간인데 말이다. 하지만 여행기가 아니라 그저 에세이 정도로 본다면 더 없는 재미를 주는 책이다. 나를 부르는 숲에서 같이 여행을 떠났던 카츠가 이 책에서도 나오는데 그와 20대에 함께 유럽을 여행한 곳을 지금 혼자서 다시 여행하면서 그때와 달라진 세월을 추억한다. 어린시절의 카츠와 나를 부르는 숲의 카츠 그리고 이 책의 카츠를 비교하면서 읽는것도 색다른 재미다. 산책이라는 말답게 유럽 곳곳을 발로 걸으면서 보고 느낀것을 그 특유의 유머로 풀어놓는데 역시 입담이 보통은 아니다 싶다. 살짝 비꼬인 말투에서 불평마저도 귀엽게 느껴진다. 앞으로도 그의 책이 더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