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듣다
최승범 지음 / 이가서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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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날은 간다의 주인공들이 하는 일은 소리를 기록하는 일이다. 사라져가는 소리를 보관해두기위해 기록하는 그 일이 얼핏 우스워보이기도 했지만 보리밭 한가운데서 녹음을 하는 장면은 정말 말그대로 영화속의 한 장면이라는 말이 무슨뜻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멋진 장면이었다. 돌아보면 정말 많은 소리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반면 문명의 발달로 생기는 새로운 소리들은 소리라기보다 그저 소음에 지나지 않는 삭막한 소리들뿐이다. 기계소리에서 무슨 정감을 느끼겠으며 나레이터들의 확성기 소리에서 무슨 풍류를 느끼겠는가. 이 책에 나오는 이제 사라지고 없는 소리들중에는 아마도 지금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무슨 소린지 도통 모를소리도 많을것이다. 냄새나 맛처럼 소리도 좀처럼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이니 말이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들어온 소리들중 멋과 추억으로 걸러낸 소중한 소리들로 꽉 찬 정말 마음 푸근한 책이었다. 비오는 날 빗소리에 젖으며 한 장. 덜커덩거리는 지하철에서 한 장. 한번에 읽을것이 아니라 틈틈이 한 장씩 읽으며 추억에 젖어보는것도 좋으리라. 사라져 가는 소리들 중에는 사라지는것이 반가운 소리들도 있었다. 빈대소리. 잇소리야 있어 좋을것이 무어며, 춘공기에 배 곯는 소리는 사라져서 외려 기쁜 소리들이다. 허나 새소리, 들벌레 소리, 지붕 밑의 풍경소리까지 사라져가는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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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순간
피터 메일 지음, 노지양 옮김 / 꽃삽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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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메일보다 더 프로방스를 즐겁고 사랑스럽게 묘사한 작가가 있을까? 그에게 프로방스는 행복과 영감의 원천인것 같다. 마치 책 속의 주인공 맥스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사실 난 책으로 본 작품은 영화를 보지않고 영화를 본 작품은 책으로 보지 않는다는 주의다. 대부분의 경우 둘 다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원작인 소설이 영화의 영향으로 변하는게 딱 질색이다. 영화의 한 장면을 책 표지로 쓰는것만큼 흉물스러운것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이 책을 사고야 말았는데 첫째는 책표지에 영화포스터가 나오지 않아서이고 둘째는 작가에 대한 믿음이고 셋째는 영화가 영상은 무척이나 아름답게 나왔지만 줄거리는 약간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인물들이 피터 메일의 전작에 나오는 주인공들과는 약간 성격이 달랐다고나 할까. 영화가 원작과 똑같지 않을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고 예감은 적중했다. 맥스와 패니도 사랑스러웠고 찰리와 크리스티는 좋았고 러셀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프로방스의 정경은 멋졌고 음식들은 역시나 군침돌게 만들 정도로 상세히 묘사되어 배가 고플 지경이었다. 피터 메일. 그가 선사하는 또 다른 프로방스 이야기는 잠깐동안 우리를 프랑스의 햇살속으로 보내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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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 (양장)
이자크 디네센 지음, 추미옥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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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의 만찬이란 영화를 우연히 봤는데 잔잔하지만 퍽 괜찮은 작품으로 오래 기억에 남았다. 동명의 소설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일곱개의 고딕이야기란 책이 내게는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던터라 많이 망설이다 결국 사게됬다. 이 책에는 네개의 단편이 나오는데 표제작인 바베트의 만찬과 두번째 작품인 폭풍우는 정말 좋았다. 특히 바베트의 만찬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영화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매력이 있다. 삶과 예술에 대해 참으로 멋지게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폭풍우도 예술가에 대한 얘긴데 바베트의 만찬보다는 덜 하지만 만만찮은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그 뒤에 두 작품은 솔직히 앞의 두 편만큼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봤을때 이 작가의 다른 책인 일곱개의 고딕이야기에 비하면 훨씬 마음에 든다. 그 책은 참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 책은 또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작가의 역량이 이렇게 차이가 난것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단지 내 취향인지 모르겠다. 영화와 비교하면서 보는것도 이 책의 또다른 재미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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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設, 첫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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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서 읽은 말인데 책이 우리의 머리를 두들겨 일깨우지 않는다면 그런 책을 왜 읽겠냐는 작가의 말을 읽고 참으로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로 말하자면 책을 마약이나 알콜이나 담배와 비슷한 부류로 보는 사람이다. 현실 그 자체가 이미 끊임없이 삶의 고통과 부조리를 얘기해주므로 책에서나마 위로를 받고 싶은 그런 부류이기 때문에 내 서가의 책들은 대부분 밝고 가볍고 재미있는 얘기들로 가득하다.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본다면 한심해하겠지) 그런 책들중 일부 정신을 번쩍 들게하는, 진정제의 역할을 하지 않는 책들이 존재한다. 이 책도 그런 책들중 하나다. 삶의 무거움과 일상의 버거움, 현실의 녹록치않음을 오랜 신문기자 생활에서 얻어진 탄탄한 문장으로 보여주는 정말로 무거운 책. 읽어 내려가는 내내 가슴답답함과 현실의 부조리앞에서 괴로워했지만 때로는 이런 식으로 쾅! 하고 한방에 충격을 주는 책도 볼만하다는 생각에 열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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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역사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정명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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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디자인이 솔직히 너무 아닌지라 거기다 미리보기도 없는지라 순전히 리뷰를 믿고 이 책을 사기에는 약간의 망설임도 있었다. 그런식으로 사서 실패를 한적도 여러번인지라 미리보기가 없는 책은 가급적 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리뷰를 믿고 사고 말았다. 막상 보니 표지가 정말 솔직히 구렸다. 요즘 세상에 아무리 책은 내용이 중요하다지만 이런 디자인이라니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용은 훌륭했으니 더 이상 불평은 않겠다. 독서 - 책을 읽는다는 의미다. 책의 의미나 역사를 다룬 책은 몇 권 봤지만 읽는다는 것의 역사를 다룬 책은 처음이다. 독서의 의미는 무엇인지 문자를 해독함으로써 가지게 되는 힘은 어떤것인지 등등 챕터 별로 조목조목 설명되고 있는데 하나같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내용이다. 사실 부분부분 웬지 매끄럽지 않은걸 하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번역의 오류도 쉽게 넘길수 있을만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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