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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에그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읽다보면 필립 말로라는 탐정이 얼마나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수있다. 이 탐정을 토대로 한 작품이 한 둘이 아니다. 어딘지 비슷한 분위긴데 싶으면 어김없이 뒷글에 에드먼드 챈들러가 어떻고 필립 말로가 어떻고 하는 설명이 나온다. 이 책도 개중 하난데 문제는 전혀 닮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창시절 우연히 필립 말로가 나오는 추리소설을 읽고 탐정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결정했다는 소년. 기어코사 탐정이 되고 말지만 하는 일은 심부름꾼 수준이다. 고양이, 개, 이구아나, 너구리 등등을 잡아오는게 일의 전부인 나날이지만 절대로 하드보일드 정신을 잃지 않는다. 그렇기때문에 우습다. 필립 말로는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여자를 무지 밝히고 술은 약하고 싸움은 말할 필요도 없는 수준이다. 전혀 닮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최선을 다한다. 남이야 비웃건 말건 자신은 필립 말로인것이다. 우습지만 슬프기도 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멋지기도 하다. 세상 모두가 곤경에 처한 여자를 구하고는 한마디 말도 없이 멋지게 코트를 휘날리는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는 영웅일수는 없다. 적어도 그 영웅을 닮고 싶다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것. 그것조차도 살다보면 쉽지 않다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