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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자기 천사가
하이메 바일리 지음, 고인경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책의 내용을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는건 사실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지만 나의 감상을 적자니 다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이런 악평을 남기면서라 더욱 미안하지만.
나는 단걸 싫어한다. 음식에서부터 드라마 심지어 책에 이르기까지 달짝찌근한 것들은 다 싫어한다. 그래서 러브 스토리를 나는 전혀 보지않는다. 그 점에서 이 책을 잘못 선택했다. 러브 스토리는 아닌것 같고 앞부분을 읽어봤더니 그럭저럭 괜찮아 보여서 샀는데 실수다. 내용은 이렇다. 집이 너무 더러운 나머지 애인이 더이상 오지않겠다고 선언한 뒤, 주인공은 가정부를 고용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내게는 좀 이상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이 가정부에게 온갖 친절을 베푼다. 게을러서 집밖에도 안나가는 인간이 가정부를 판 부모를 찾아주기위해 전 주인을 찾아가고 지역경찰에서 돈까지 송금해주면서 옛집을 찾고 자기 돈으로 그녀에게 새 이빨을 해주고 심지어 그녀와 같이 고향으로 돌아간다. 자기 차로.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수 없지만 소설이니 그렇다치자. 여기서부터 더욱 이상하다. 그녀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할머니는 너무 늙은데다 귀까지 먹어서 그녀가 자기 딸인지 아닌지 알아보지 못한다. 그녀도 너무 어릴때 팔려 그 집이 자기 집인지 자기 어머니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자기 어머니가 아닐수도 있는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거기서 머물면서 그 어머니(일지도 모르는)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그녀에게 온갖 친절을 베푼 주인공은 자기는 아무소득도 없이(심지어 욕까지 먹고는) 겨우 구한 가정부를 잃은채 도시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기 부모를 생각한다. 누이를 성추행하고 할아버지의 유언장을 조작해서 자기 돈을 뺏아간뒤 인연을 끊은 아버지를. 자기를 판 어머니를 용서한 가정부를 보면서 자기도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한단 말이다.(이 부분에서 나는 기가찼다) 찾아가보니 아버지는 암으로 죽기 직전. 자기는 절대로 유언장을 조작하지 않았다면서 항변한다. 처음에는 서먹해하고 달아나려던 주인공은 결국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용서하고 아버지는 편안하게 죽는다. 물론 누이는 끝까지 용서하지 않는다. 그녀가 뺐긴건 돈이 아니니까 말이다. 여기까지 읽고나니 완전 설탕을 바가지고 퍼먹은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고 이런 감상을 남기는건 아마도 내가 대책없이 삐뚤어진 인간이어서일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감동적인 스토리라고 생각할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온통 이해할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다지 부자도 아닌 잘 안팔리는 작가인 주인공이 그렇게 많은 돈을 써가면서 자기 가정부에게 그렇게까지 아무 대가없는 친절을 베푸는것도 솔직히 과하고 마침 딱 연락하니 아버지는 죽기 직전이라 서로 화해하고 평화속에 죽는다는것도 너무나도 진부하다. 무슨 70년대 신파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주인공은 가정부를 아버지와의 화해를 위해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쯤으로 생각하지만 가정부 입장에서야 주인공이 그녀의 천사다. 나의 감성이 메말라서인지 진부한 줄거리에 시시한 신파로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