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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 98 - 일본 전국 맛기행 나가사키 편
카리야 테츠 글, 하나사키 아키라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도 평이 좋은 책이라 미리 보지도 않은책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사실 헌책방에서 샀는데 그래도 물경 10만원이 넘게 들었다. 거금을 들인터라 나름 기대가 컸는데 절반의 성공이다. 음식에 대한 얘기들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주인공과 이야기의 전개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첫째로 주인공 지로. 1권의 반항아적인 모습이 차라리 나았을것인데 뒤로 갈수록 멍청하고 제대로 하는일도 없으면서 여자한테 꽉 잡혀서는(이것도 지나치면 보기 싫다) 먹는재주 말고는 일견 가진 재주가 없는 사람으로 나온다. 아버지에대한 반항도 그렇다. 할거면 철저하게 할것이지 입으로는 싫다 싫다 하면서 매번 마누라는 잘도 시댁이라면서 보내고 손자들이라고 보이고 대결이랍시고 일주일에 한번은 꼭 보면서 질때마다 하는 소리라고는 이익~이 한마디로 끝이다. 매력이 없다.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아무리 희대의 미식가면 뭐하나. 아들한테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 한끼에 대한 추억도 주지 못한 남자. 자기 자식보다 자기가 구운 도자기를 중하다고 하는 놈은 애초에 아이를 낳아서는 안되는 남자였다. 죽은 아내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자기들은 그것이 서로에 대한 애정표현이었다지만 아들이 학대라고 느꼈다면 무슨 소용인가. 사실 서로 때리고 맞으면서도 둘이 행복하다면 남들은 상관할바가 아니지만 자식은 다른 문제다. 마땅히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있고 지금 우리가 너 보기엔 이상해 보여도 우리는 아무 문제 없다고 명확하게 가르쳐줘야될거 아닌가. 아들은 엄마가 아버지의 학대끝에 죽었다고 굳게 믿고 있는데 설명도 해주지 않아놓고 그런게 아니야라고 해봤자 무슨 소용인가 말이다. 이런 불쾌한 두 부자간의 다툼이 음식에 대한 멋진 설명까지 확 망쳐버리는 통에 막판에 가서 기분 구겨진다. 맛있는 음식놓고 사이좋게 먹어야지 둘이서 이건 음식을 가지고 치고박고 싸우고 있으니 보는 쪽도 불쾌하다.
나는 음식을 가지고 대결이니 뭐니 하는건 가당치도 않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람마다 입맛이 틀리고 기호가 틀린데 그걸 가지고 싸워서 뭐하냔 말이다. 대장금에 보면 수랏간 최고 상궁을 뽑을때 밥짓는 법으로 대결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때 상궁들이 말하기를 밥맛은 이쪽이 훨씬 좋았으나 본인이 좋아하는 밥이 진밥이라 혹은 된밥이라 저쪽을 택하였다고 나온다. 음식이란 그런거 아닌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맛있으라는 보장이 어디있는가. 그걸 가지고 대결이니 뭐니 하는것도 한심하다. 어느 정도라면 대결구도도 재미있지만 90권이나 끄니 보기싫다고 할까. 아, 왜 음식가지고 싸우냔 말이다. 그 행복한 순간을 싸움으로 망치다니. 있을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에대한 얘기는 정말 대단하다. 이정도 조사를 하기위해서 들인 노력이 상상도 가지 않을정도로 디테일까지 너무나도 세세하게 잘 조사되어 있고 음식에 대한 설명도 너무너무 잘한다. 그림은 사실 딱 보고 먹고 싶어 할 정도로 멋지다고는 보이지 않지만 대사와 곁들여지면 너무너무 맛있는 음식들이 많아서 침이 꼴깍 넘어갈 지경이다. 일본 각 지경에 대한 조사, 그뿐아니라 본인들이 여행하는 나라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조사도 정확해서 정말 대단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이정도면 더 이상 일개 만화가 아니다. 정말이지 일본 만화의 대단함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수 없다.
한마디로 음식 만화이니 음식에 대한 내용은 더없이 좋으나 인물들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스토리 구성도 나는 별로다. 허영만님의 식객처럼 어쩌다 한번씩 대결하는 정도라면 재미도 있을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것이 대결인것도 나는 별로이고 멋진 음식 설명 끝에 이긴쪽이 썩소를 날리는 모습도 진쪽이 분해하면서 얼굴 찡그리는 장면도 맛있는 음식과는 과히 어울리는 장면이 아니다.
사족이지만 이 만화에서는 환경에 대한 경고가 참 자주 나온다. 식품 첨가물에 대한 설명이나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만든 음식에 대한 경고, 인스탄트 음식에 대한 경고, 대량으로 키우는 농장물의 화학약품이나 동물들의 항생제에 대한 경고도 많다. 허나 경고만 할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사실 그 문제들에대한 대안은 나는 하나라고 본다. 현재 인간들이 덜 먹거나 인구가 주는것이다. 농약을 안 뿌리면 수확이 준다. 유기농은 비싸다. 항생제를 안쓰고 건강한 환경에서 키우는 동물이 좋겠지만 당연한 수순으로 값이 오른다. 그렇게 되면 돈 있는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서민들이야 일년에 고기반찬 한번 상에 올리기 힘들어 질것이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음식들의 대부분은 우리 서민들은 1년가야 한번 먹기도 힘들만큼 비싼 음식들이다. 거기다 유기농 야채에 유기농 달걀에 항생제 안쓴 친환경 고기에 직접 만드는 수제 된장에 간장을 쓴다면 어지간히 벌어서는 밥값도 안될것이다. 나 역시 농약묻은 야채가 마음에 걸리고 항생제든 고기가 켕기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박봉에 시달리는 사람들중 하나로는 값이 3배는 차이나는 시골닭보다 항생제 걱정하며 싼 닭을 살수밖에 없고 더구나 값이 4배는 차이나는 한우보다 광우병을 걱정해도 미국산 쇠고기를 손에 들지 않을수 없다. 이것이야 말로 현대인의 딜레마가 아닌가. 주인공인 지로가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할때마다 만화속일인지라 돈 걱정은 하지 않는 채 온갖 비싼 음식에 필요하다면 비행기타고 바로 그 나라로 가서 아무리 비싸도 사먹을수 있는 그들의 행각이 씁쓸하다. 덧붙여 그 책의 최고의 메뉴라고 이름 붙여진 모든 음식들의 가격을 생각하면 더한층 씁쓸하지 않을수 없다. 남의 나라 책이라고는 하나 참으로 서민의 주머니 사정은 거들떠도 안보는구나 싶어서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