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무지하게 더움
오늘의 책 : 카모메 식당, 아임 어 스튜던트,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쉽게 읽힐만한 책 세 권을 골랐는데 결과적으로 셋 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첫째 카모메 식당은 책의 내용은 둘째치고 책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용으로 보아 짧은 단편에 해당하는 양인데 억지로 한권짜리로 만든 티가 너무 많이 난다. 책 위, 아래쪽 많이 비우고 줄 간격 넓고 글자 크기 키워서 단편을 한권으로 만드려고 참 고생~~~ 많았겠다. 더군다나 이 짧은 내용을 만들면서 스티커로 한 줄을 통채로 수정한 부분이 두 군데나 있었나. 참으로 편집부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몇 백쪽이나 되는 책도 아니고 겨우 이 정도 양을 가지고 말이다. 내용도 영화가 더 나았다. 영화 전반에서 느껴지는 웬지 모를 잔잔함과 여유가 책에서 잘 느껴지지 않았다. 책만으로는 풍경을 상상하기 어려워서 그런것도 있는것같다. 영화를 워낙 재미있게 봤던터라 큰 기대를 가지고 봐서 더 실망이 큰것같다.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를 몇 페이지 읽다보니 느껴졌다. 이거 웬지 블로그의 분위기인데...요즘 블로그로 유명해진 사람의 글을 책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보니 읽다보면 그런 형식이 보일때가 있다. 전체적인 길이나 글의 양, 형식들이 화면 구성에 맞게 만들어진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 있는데 알아보면 블로그에 올랐던 글을 다시 책으로 만든 경우일때가 있다. 이 책도 그랬다. 길이가 짧고 뚝뚝 끊어지는게 일관성이 없다. 책으로 만들면 하루하루 글을 올리는 블로그와는 달리 쭉~이어지는 글맛이 있어야 되는데 너무 짧게 끊어져서 읽는 맛이 떨어지고 재미도 없었다. 주제는 좋았는데. 약간 아쉬웠다.
아임 어 스튜던트는 나도 마음 편히 공부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에 산 책이다. 대학총장을 지내던 60살 할아버지가 신입생으로 편입해서 다시 대학생활을 해본다는 내용이라기에 샀는데 반은 맞고 맞은 틀리다. 정확히 말하면 신입생이라고 볼 수는 없다. 수업에 들어는 가지만 토론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성적도 나오지 않고 과제를 평가받지도 않는다. 거기에 대학 4년을 다 다니는게 아니라 고작 한 학기 다니고는 그만두고 다시 대학 총장 자리로 돌아간다. 한마디로 그저 한 한기정도 손가락 끝만 담궈보고 끝낸거다. 그걸 가지고 다시 대학생활로 돌아가고 운운하는건 좀 사기다. 제대로 수업도 듣고 성적도 받고 또래 학생들과 같이 과제도 해보고 그러다 그애들한테 좀 따돌림도 당해보고 뭐 이런게 있어야 되는데 달랑 한 한기, 것두 그냥 내처 듣기만 하는게 무슨 학생이람.
세 권이 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에잇~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크게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셋 다 너무 단편적이고 내용이 느슨해서 크게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나마 아임 어 스튜던트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다만 적어도 2년 정도는 다니고 학생들과도 좀 더 깊이 사귀어보고 수업에도 좀 더 열성적으로 참여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텐데 너무 어정쩡하니 끝나서 조금 아쉽다.
오늘은 곗날이다. 가야공원에 있는 냉수탕이라는 곳으로 오리고기를 먹으러 갔다. 가야공원에 안가본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진숙이가 괜찮더라면서 가자고 해서 갔다. 뭐 진숙이가 내는 날이니까. 가보니 넓고 야외에 근사하게 잘 차려놓아서 괜찮아 보였다. 다른 애들이 조금 후에 온다기에 먼저 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나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안데리고 오면 좋을텐데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수없지. 고기는 괜찮았는데 생각보다 좀 비쌌다. 오리 네마리에 딴 애들은 안 마시고 나만 소주를 2병 넘게 마셨다. 우리는 밥까지 다 먹었는데 성진이 아저씨가 온다고 해서 기다리는 동안 민서가 하도 놀고 싶어하길래 같이 계곡에 가서 놀아줬다. 애들은 기운이 좋아서 같이 놀아주려니 힘든것도 있었지만 막상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있는것도 나쁘지는 않아서 한참을 놀다 아빠랑 오빠랑 놀라고 하고 나는 쉬러 갔는데 이번에는 진숙이네 아저씨가 또 온단다. 술을 더 마시려니 좀 그렇고 어쩔까 하는데 민서랑 혁구가 와서 계곡에 가자고 해서 다시 가서 놀다가 마쳤다. 더운데다 술도 마셨지 애들이랑 놀았지, 그때는 술기운이 올라서 업되서 못느꼈는데 집에 도착하니 무지 피곤했다. 도대체 애들이랑 몇 시간이나 논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름이 끊긴것도 아니고 무슨 추태를 부린것도 아닌데 그래도 술이 깨고나니 조금 멋쩍은 느낌이 들었다. 이것들이 도통 안마시고 나만 마시니까 이럴때 쪽팔린단 말이야. 술은 같이 마셔서 다 같이 헤롱거려야 되는 법인데. 나만 마시고 나랑 헤롱거리고. 물론 마실때는 나름 신경을 쓰니까 크게 실수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웬지 술깨면 무안하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