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몹시 더움
오늘의 책 : 촌마게 푸딩,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
이런 저런 잡무를 자꾸 하다보니 수상록이 잘 속도가 나가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사장아들과의 신경전으로 회사에서 뭘 집중해서 하기가 어려운 이유도 있다. 안해도 될 일을 하는둥 마는둥 하면서 서로 한마디도 안하고 하루를 보낸다. 차라리 혼자 있을때는 혼잣말이라도 했건만은 이건 뭐.
저녁 먹고 잠깐 졸다가 읽어나서 촌마게 푸딩과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을 읽었다. 심사가 복잡해서 어렵거나 복잡한 내용보다 가볍게 즐길수 있는 내용을 읽고 싶었다. 촌마게 푸딩은 가볍게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다. 큰 문제도 큰 갈등도 없어서 안심하고 즐길수 있었다.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은 처음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사소한 물건들에서 이렇게 위안을 받을 수가 있다니. 세상이 온통 조용한 가운데 오래된 찻잔이니 별 쓸모없는 무쇠 다리미니 몽당 연필에 대한 책을 읽고 있자니 웬지 세상이 다 평화로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냥 이러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싶었다. 큰걸 원하는것도 아닌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는게 참. 카모메 식당의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잤는데 주인공인 사치에가 식당을 열고 싶어서 복권을 샀는데 바로 딱 걸려서 원하는 식당을 내는 부분을 읽고는 부러운건지 화가 나는건지 모를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런 경우가 있을수가 있나 싶었다. 식당을 하려고 10년이나 회사를 다니며 꾸준히 돈을 모았는데 결국 그걸로는 도저히 안되서 자신의 뽑기 운을 믿고 복권을 샀는데 그게 바로 일억엔에 당첨되서 핀란드로 뜨다니. 무슨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실제 영화에서는 식당을 내는 과정은 생략되어 나오지 않는데 감독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본다. 여기까지 읽고는 아~나도 복권에 당첨되서 책방에서 손님이 안와도 신경 안쓰고 책이나 볼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가 볼 것이니 손님이 안사도 신경쓰지 않고 책을 사모을수 있을텐데. 갑자기 오만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나빠지고 심사도 사나와져서 그냥 자야겠다 싶어서 책을 덮었다. 휴우~1등도 필요없고 한 2등정도만 되도 엄마랑 나랑 먹고 사는데 큰 지장없이 살 수 있을텐데.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웬지 한숨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