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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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출판 시장은 기성 작가와 공적인 루트를 통해서 등단하는 신진 작가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를 이룬 시장이었다면 요즘은 갈수록 SNS에서 또는 각종 미디어에서 발견되어진, 사람들의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SNS에서 꾸준하게 그림을 그린다든지, 글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점차 팬덤이 형성되고, 출판사에서는 그렇게 인기를 구축한 사람들을 놓치지 않고 출판으로 이어간다. 그런 변화로 볼 때 일반일들에게도 책을 출간하는 일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발견되어져, 세상 수면 위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회색인간』의 김동식 작가다. 


10년 동안 공장에서 액세서리를 만들었다는 그는 지금껏 읽은 책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소설 쓰는 방법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것으로 배웠다고 하니 그의 이력부터 심상찮다. 그는 <오늘의 유머>의 공포 게시판에 처음으로 짧은 소설을 올렸고 반응이 좋으면 계속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음 글이 궁금하다는 댓글이 하나둘 달리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한 편씩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1년 6개월 동안 그가 올린 소설이 300편이 넘는다는 글을 읽고 어디에서 그런 창작력이 샘솟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문이 많고 맞춤법도 더러 틀리는 경우가 많아 글을 읽은 회원들이 댓글에서 지적을 하거나 고쳐주는 일들이 왕왕 있었다는데 그때마다 김동식 작가는 겸손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그 댓글들의 피드백으로 퇴고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댓글에 올라온 지적으로 인한 맞춤법은 이후로 한번도 틀린 적이 없다고 하니 그의 사람됨도 참 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오유의 회원들은, "김동식 작가는 우리가 키웠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김동식 작가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발견한 김민섭 작가다. 어둠이 무서워 잘 때도 불을 켜놓고 잔다는 그는 밤마다 오유에 들러 공포 게시판에서 글을 읽었다는데 3일이 멀다하고 소설을 올리는 김동식 작가가 궁금해서 인터뷰를 하게 되고 그를 만나고 나서 더욱 출판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되었다는데 김민섭 작가에게서 스무 편의 작품을 받고 읽은 후에 한번에 세 권을 내기로 결정한 한기호 대표는 김민섭 작가에게 그 책의 편집자를 맡게 한다. 나는 그것이 신의 한 수라고 본다. 자신을 발견해 준 김민섭 작가, 그리고 작품만을 믿고 출판을 결정한 한기호 대표. 김동식 작가에게 정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김동식 작가는 그저 오유의 공포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이로만 남았을 것이다. 

작품은 말할 것도 없이 놀랍지만 나는 김동식 작가가 탄생한 비하인드에 더 관심이 가고, 생각할수록 눈물겹다. 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공장에서 아연을 녹이며 액세서리를 만들었던 그가 이제는 세상을 놀라게 한 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는 여전히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오유의 공포 게시판에 소설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사실이 왜 김동식일 수밖에 없는지를 말해 주는 것 같다. 



그의 작품 속의 세상은 비현실적인 세상이지만 우리네 현실과 삶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인간성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는 것 또한 작품들 속에서 발견하게 된다. 작품을 읽을 때마다 속으로 얼마나 감탄했는지,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우와!! 어떻게 이런 생각을... 정말 천재 아냐. 라고 말할 정도였고 작품마다의 반전은 상상초월이다. 

직장 동료들의 생일 때마다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읽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우리 동료들이 읽기에는 제격인 분량의 소설들이고, 무엇보다도 충분히 좋아할거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2의 김동식 작가가 많이 발견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려면 또한 제2의 김민섭 작가, 제2의 한기호 대표같은 분들이 있어야겠지만 힘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분명히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출판사들의 시각이 변하고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김동식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으며 그와 함께 걸어주고 싶다. 물론 든든한 김민섭 작가와 오유 사이트 회원들이 있겠지만 여기에 이렇게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많은 이들에게 등불같은 사람이 되어줘서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의 작품을 읽으며 계속 힘을 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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