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 3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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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소설집 『호출』을 만난 건 아주 우연이었다. 단골 북까페에서 집으로 가려는 찰나에 내 눈에 띄었고, 책을 빌려주지 않는 까페인데 주인은 흔쾌히 『호출』을 빌려 주었다. 빨리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읽으려고 벼르던 책들을 뒤로 하고 먼저 읽게 되었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김영하 초기 단편 소설집이라고 하니, 데뷔작이 들어있는 소설집이라고 하니 먼저 읽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내 앞선 80년대 학번의 선배들은 학생운동의 정점의 시대를 살았고, 그렇게 90년대의 문턱을 넘었다. 그 시대를 지나 온 작가의 세계관으로 쓰여진 11편의 작품들은 한동안 외국 남성 작가들과 국내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익숙했던 나를 잠시 멈칫하게 했고, 너무도 남성 시각적인 글의 세계가 처음엔 많이도 낯설었다. 하지만 <김영하> 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는 책을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도 남았다. 전반적으로 섹슈얼리티하고 어둡고, 몇몇 작품들에선 그로데스크한 면도 부각되면서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자극이 되기도 하고, 소름이 돋기도 하면서 김영하, 라는 작가의 초기의 작품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내게는 의미가 있겠다. 

어느 한 시대를 녹여서 자신의 작품으로 가져와 독자들에게 건넨다는 것, 도마뱀, 손, 십자드라이버. 라는 한 단어만으로도 숨죽여 있던 감각을 살아나게 한다는 것, "시대에 배신당한 자"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그 어쩔수 없음을 독자들로 하여금 오롯이 느끼게 한다는 것. "나르시시즘"의 파멸에 대한 완벽한 구현. 『호출 』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김영하의 또다른 모습이다. 


내 거울은 나를 속였다. 진정한 거울은 나와 함께 이 트렁크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다. 아니다, 모든 거울은 거짓이다. 굴절이다. 왜곡이다. 아니 투명하다. 아무것도 반사하지 않는다. 그렇다. 거울은 없다. (p.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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