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북까페에 왔다. 오늘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허기가 졌는데 다른 종류는 없고 케잌만 있다고 하셔서 라떼만 시키고 돌아서는데, 맞은 편 빵집에서 빵을 사와서 먹으라고 하신다. 아... 감사하지만 그럴 순 없죠. 하니 괜찮다고 얼른 가서 사오세요. 하신다.
얼떨결에 나가서 빵을 사서 들어오니 접시랑 빵칼이랑 포크를 챙겨 주신다. 같이 나눠 먹자며 좀 갖다 드리니 극구 사양하시고. 라떼를 가져다 주시면서 앞집 빵은 녹차랑 먹으면 더 맛있어요. 하신다. 읔, 감동의 총알이 쉴 새 없다...
오늘도 까페엔 혼자다. 토요일 늦은 오후를 보내기에 이곳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싶게 아늑하고 마음까지 쉬는 듯 편안하다. 지난 주에 이곳에서 빌렸던 김영하 소설집 <호출>을 읽으면서, 분주했던 한 주의 소음을 하나씩 지우면서,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간다.
언제 그렇게 바빴냐는 듯이 느리고도 평온하게.
그때의 당신은 알지 못했다. 음과 음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깊고 넓은 것인지, 그 간극을 감당하는 자만이 인생의 여백에 시라도 한 수 적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인생 자체가 하나의 간극임을, 그때는 정녕 알지 못했다. (pp.5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