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 - 어쩐지 의기양양 도대체 씨의 띄엄띄엄 인생 기술
도대체 지음 / 예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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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대체님의 유머감각은 트위터를 통해 익히 아는 터였다. 책을 준비하고 있을 당시만 해도 내가 열심히 트위터를 하고 있을 때라 책표지 투표에도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분홍을 선택했던가, 노랑을 선택했던가. 가물가물하지만 노랑으로 만나니 참 이쁘다 싶다.

도대체님의 글과 그림을 보면서 삶의 통찰을 통한 그녀의 유머가 참 부러웠다. 가슴에 찌릿하게 와닿는 유머는 삶의 깊은 바닥을 경험한 자들에게서 건져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도대체님의 유머 뒤에 숨겨진 힘듦이 왠지 짠하게 와닿았다. 많은 글이 있지만 특히, 인생의 굴곡을 지나온 자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 있다면 219쪽의 <긍정적인 마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전혀 좋지 않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 그럼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이에요?"라고 묻는다. 그러나 오히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시기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 힘든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대도, 그는 어쩌면 긍정적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애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p.219)

긍정적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애쓰지 않으면 무너질 것만 같은 터널의 삶... 걸어도 걸어도 빛이 보이지 않는 그 삶 속에서도 정신력으로 버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힘든 시간들의 흔적이 느껴졌다. 눈물은 목구멍까지 차 올랐는데 입은 웃으며 별일 없다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며칠동안, 예전에 사놓고서 미루고 있던 서늘한 여름밤님의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와 도대체님의 <일단 오늘은 나한테 잘합시다>를 찾아 읽은 것은 직장 일로 머리가 많이 복잡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잠잠히 따라가며 읽으면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었고 그 안에서 위로 아닌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제오늘은 아랫집 부서장이 사직서를 낼 것인가에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터라 가슴이 뻐근할 정도다. 결국 사직서는 넣어 두었지만 오십 대 남자의 한이 서린 하소연을 들으며 그 비애를 마주했을 때의 내 심정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그의 힘듦의 무게가 내게도 그대로 전해져 와서 며칠 내내 함께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부디 푹 주무시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말은 곧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투쟁해야 하는 것들의 실체는 손에 잡히지 않는데 느끼는 고통의 무게는 온 몸이 견뎌내고 있는 것을 그를 통해서 오롯이 느끼면서 전에 없던 두려움이 며칠 새 나를 덮고 있음은 분명했다.

저마다 각자의 삶에서 느끼는 고민들의 무게는 다를지라도 힘듦은 같지 않을까. 그래서 나처럼 서밤님과 도대체님의 글을 통해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고,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안심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로써 나도 막연한 두려움을 털어내고 잠시 축 처져 있던 어깨를 다시 활짝 펴려고 한다. 때를 따라 만난 책들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끼며 힘든 시간들 속에 제대로 만난 책들과 좋은 동행을 한 것 같아서 결국은 웃으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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