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척하면 됩니다 읽어본다
김유리.김슬기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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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내가 만나지 못한 책은 많고, 좋은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책을 많이 읽는 분을 가끔 뵙기라도 하면 "요즘 어떤 책 읽고 있으세요?", "좋았던 책 추천 좀 해주세요." 늘 어김없다.

이렇게 책일기를 읽는 것도 나에겐 꽤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다. 내가 만나지 못한 좋은 책을 얼마나 많이 만날 수 있을까. 과연 보석같은 책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런 기대로 김유리, 김슬기 부부의 책일기 첫 장을 폈다. 서점직원인 김유리, 문화부 기자인 김슬기 부부. 얼마나 환상적인 커플인가. 매일같이 책을 만지는 직업인 두 사람은 책을 통해 연애를 시작하고 책과 더불어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책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부겠다.

 

왼쪽 페이지는 김유리 MD, 오른쪽 페이지는 김슬기 기자의 책일기가 나란히 펼쳐진다. 대부분 다른 책들이 펼쳐지지만 아주 가끔 같은 책이 나란히 펼쳐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4월 16일 세월호 3주기가 되는 날 함께 읽은 시집,『온』이랄지. 그리고 존 버거의 부고가 들려온 날은 나란히 존 버거의 작품을 읽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페이지에 다른 책이 펼쳐진다해도 전체적으로 본다면 책이 대부분 겹친다. 읽은 일자가 다를 뿐. 혼자 상상해 본다. 먼저 책을 읽은 사람이 마주 앉아 일기를 쓰면서 그 책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마구 소개를 했을까. 그래서 그 다음에 상대방이 읽지 않고는 못 배겼던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서재를 정리하던 날의 일기는 흥미로웠다. 책에 대한 애정, 욕심이라면 누구보다 못지 않을 두 사람의 "처절한 눈치보기", 정말 얼마나 긴장이 되었을까. 내가 아끼는 책이 상대방의 책에 밀리진 않을까. 내 책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김연수 작가의 책 앞에서는 서로 양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에서는 절로 미소가 나왔다. 나에겐 질투나도록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읽으면서 관심이 가거나 읽고 싶은 책 제목이 있는 곳, 그리고 일기 중에 기억하고픈 문장이 있는 곳에 열심히 종이 테이프를 붙였다. 한 번 읽고는 다 읽었구나. 하고 책장에 오래도록 묵혀둘 수 없는 책이다. 자주 꺼내 보면서 어느 날은, 나도 좋아했던 책의 일기를 함께 공감하면서 다시 읽고 싶고, 어느 날은 두 사람의 감상이 유독 좋았던 날의 일기를, 그리고 문득 어떤 책이 생각나면 자연스레 그 날의 일기를 펼쳐 보기도 할 것이고, 덕분에 만나게 된 좋은 책을 나도 읽게 된다면 다시 그날의 일기를 펼쳐서 새롭게 공감하며 읽게 될 것이다.

 

 

이틀 동안 읽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오롯이 그 안에서 자유롭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김유리, 김슬기 부부가 들려준 책일기 덕분에 18년은 더 깊은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들어 두 분께 깊은 감사를 보낸다.

첫째 고양이 하루 소식은 저도 마음이 아팠네요. 둘째 루나와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해 가시길 두 손 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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