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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평점 :
문패를 '바깥'이라고 달기로 했다. 큰 흐름의 바깥, 스포트라이트의 바깥이라는 의미려니 여겨졌으면 좋겠다. 주류 혹은 집단 가치의 울타리를 넘어서고자 하는 도전적 의미의 아웃사이더도, 세勢에 쫓겨 변두리로 밀려난 주변인도 이 마당의 손님이 될 수 있다. 대개는 사람이겠지만, 공간이나 잊힌 시간, 또 그 시간 속의 이야기도 초대될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어느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서 별 10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책이라 평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은 나도 그 평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은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좋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펴 든 책이었고 꽉차게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이 책은 최윤필 기자가 한국일보에 연재한 글들을 묶은 책이다. 18개월 남짓 목수일을 배우다 신문사에 재입사를 하게 되었는데 매 주 한 면씩 써야 한다는 조건으로 복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아 부담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그는 스스로를 중심이 아닌 바깥인으로 생각하고 신문사를 그만두었던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어쩌면 관심이 없는)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최윤필 기자가 아니었음 우리가 관심조차 갖지 못했을 대상들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의미가 깊다. 복합상영관의 등장으로 영화관 출입과는 더욱 멀어진 노인들을 위해 고전극장을 사수하려는 젊은 여성대표.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농촌마을을 다니며 마을의 사람들을 배우와 스텝으로 영화를 찍는 떠돌이 영화감독, 연극계의 주연이었지만 하루 아침에 해고당해 택배일을 하는 연극배우, 국가대표지만 박태환 선수의 훈련 파트너로 알려진 수영선수, 절판되는 책, 광고계의 가려진 얼굴 손모델, 프리마 발레리나가 아닌 군무 발레리나, 잊혀져 가는 우표, 잊혀진 가수........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 풍경, 말, 우표..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우리 주위의 바깥에 머무르고 있는 모든 대상이 다 주인공이다.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더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또는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아주 낯익고 친숙한 모습들이다. 그 이유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 또는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중매체가 주목하는 일인자라는 스포트라이트에만 집중하지만 우리가 속한 세상은 일인자들의 세상이 아니라 일인자든 이인자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우리들의 세상인 것을 깨닫는다.
책을 읽다보면 내용에 집중하게 되는 책이 있는가하면, 주인공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간혹 책을 쓴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올해 들어서는 『아홉번 째 집 두번째 대문』의 임영태님이 그랬고 이 책의 최윤필 기자님이 그렇다. 이 책을 읽을 땐 소재와 접근이 신선하다 느껴져 내용에 집중하며 읽었지만 책을 읽을수록 이 대상들을 만난,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된 최윤필 기자에게 집중하게 되고 그가 궁금해진다. 아주 깔끔한 문장들, 자신은 뒤로 물러서고 그들을 빛나게 하는 태도,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 참 멋진 사람이다. 이 사람이 쓰는 글은 신문이든 책이든 챙겨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참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괜찮은 책 한 권 읽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책. 내가 사는 세상에는 힘들지만 이렇게 올곧게 자신의 삶을 날마다 발전시켜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거 하나 깨닫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할테니 언제라도 한번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