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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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님의 작품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를 처음 접하고서 그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고 유쾌한 문체와 독특한 그의 소설 전개가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신선했기에 그의 이름 석자는 나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그 이후에 만난 박민규님의 작품은 <제 9회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의 수상작 [근처]>. 박민규님다운 유쾌한 문체가 이어지리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전혀 다른 문체, 전혀 낯선 모습으로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것 또한 무척 매력적이었다. 전혀 새로운 모습의 작가라... 그래서 더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번째 작품으로 만나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떤 예상조차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를 대할지 사뭇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책을 읽으며 한숨을 쉬기를 여러번, 내가 뱉어낸 탄식들은 아... 음... 휴... 역시 박민규님의 또다른 모습이다. 그리고 내용 또한 강렬하다. 끝맺음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카멜레온같은 작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들의 열아홉, 스무살의 젊은 초상화. 하지만 어느 소설에나 으례히 나오는 미인은 이 소설에서 철저하게 소외당한다. 자기 의도와는 무관하게 못생긴 모습으로 태어나 세상의 무관심과 조롱, 멸시로 인한 상처가 가득한 한 여자와 그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과 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어릴 때의 상처 또는 트라우마가 우리의 사랑이라는 감정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는 것... 상처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그 상처가 사랑을 더욱 깊게도 또는 더욱 깊이 파고들지 못하게도 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잘생긴 아버지의 뒷바라지로 젊은 날을 보내고 끝내 버림받은, 못생긴 엄마를 둔 주인공. 그는 그런 어머니에게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주 못생긴 여자에게 전이된다. 읽는 이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주인공이 그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 여자를 사랑하고 그녀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엄마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하는 길이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엄마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엄마의 불쌍한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픈 마음이 곧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백지연의 <피플>에 김c가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생김새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현 시대의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면서 잘생기고 이쁜 것만을 손꼽는 것은 단지 대중매체로 인한 유행일 뿐이라고 피력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유행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깊게 뿌리박은 이념이 되지 않았을까. 몇 년전까지만 해도 쉬쉬하던 성형수술도 이제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고등학생들의 졸업 선물이 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내가 아는 누군가는 자기의 이상형이 착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예상외라고 했더니 웃으며 하는 말이 가관이다. 얼굴이 이쁘면 착한 거고 몸매가 이뻐야 착한 거고 나이가 어려야 착한 거라는 거다. 착하다는 의미또한 공공연하게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그렇게 이쁜 여자, 잘생긴 남자만을 우상시하는 이러한 세대에 못생긴 사람들이 갈 곳이 없단 말인가. 소설처럼 그렇게 첫 눈에 심장이 멎을 정도로 마음에 콕 박혀서 사랑하게 되는 일은 드물지 않은가.

 

박민규님은 길고 긴 연서를 쓰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이야기하면서 인류는 단 한번도 못생긴 여자를 사랑해 주지 않기에 이 소설은 비현실적인 소설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리고 시원하게 한마디 한다.

"저는 아름다움에 대해, 눈에만 보이는 이 아름다움의 시시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인간의 얼굴에 대해 말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으며 참 많은 공감을 했다. <작가의 말> 일부분을 이곳에 옮겨 적으며  그의 생각에 강한 공감을 표하며 힘을 싣고자 한다.

 

우리의 손에 들려진 유일한 열쇠는 <사랑>입니다. 어떤 독재자보다도, 권력을 쥔 그 누구보다도... 어떤 이데올로기보다도 강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실로 대책 없이 강한 존재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부끄러워하길 부러워하길 바라왔고, 또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인간이 되기를 강요할 것입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다수야말로 이,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지금 곁에 있는 당신의 누군가를 위해, 당신의 손길이 닿을 수 있고... 그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빛을 밝혀가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 세계는 당신과 나의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의 상상에 따라 우리를 불편하게 해온 모든 진리는 언젠가 곧 시시한 것으로 전락할 거라 저는 믿습니다.

 

저는 당신이 스스로의 이야기에서 성공한 작가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 당신 <자신>의 얼굴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저는 그것이 우리의,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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