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1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1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그의 일기에 맞장구 치고 싶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라는 머리말 중의 문구가 나에겐 무척이나 강렬했다. 다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애독가이지 않고서는 감히 할 수 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무척이나 기대했던 책이라 더더욱 그 문구가 강렬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문구가 내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는 듯.

 

거의 하루에 한 권 이상을 읽어내는 장정일님의 독서량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그의 거친 표현들이 책읽는 자의 오만함이라기 보다는 책읽기를 생활화하는 자의 특권처럼 느껴졌다. 그의 거침없는 표현들에서 왠지 모를 애정이 묻어나 보이기까지 했으니 그의 독서일기를 읽으면서 장정일님만의 색깔을 인정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하며 책을 읽고 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아끼지 않는 장정일님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장정일님이 소설가다 보니 아무래도 일반인의 시각과는 많이 달랐고 알려진 대로 책품평이 무척이나 까칠하셨는데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이었다. 그는 책을 읽고서 '이 쓰레기 같은 소설' '오문과 악문으로 가득한 책' ' 엉터리 페미니즘 소설'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며 아주 냉정한 칼같이 접근하기를 즐겨했고 작가에 대한 비판 또한 서슴지 않았으니 그 중에서도 '공지영'님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책에 대해서는 '아주 재미있고, 가슴을 울린다.' '그것은 읽고 나자마자 곧바로 내 뇌의 한 부분이 될 만큼, 강력했다.' 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도 간간히 만날 수 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내 역량이 장정일님의 다독에 미치지 못해 읽는 내내 안타까움이 함께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 라는 말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그런 경우와는 다른 듯 하다. 실망이라고 할 것도 없이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소개되는 책들이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장정일님이, 읽은 책에 대해 때론 신랄하게 비판하고 때론 극찬을 아끼지 않을때도 거기에 장단 맞추질 못하고 그저 글로서 인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7권부터 읽었더라면 장정일님의 일기에 공감도 하고 때론 반대입장도 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뒤늦게 든다.

 

요즘은 어느때보다도 서평에 대한 관심이 많은터라 서평쓰는 법에 대해서도 챙겨서 읽어보고 잘 적은 서평들을 찾아 읽어보는 수고 또한 아끼지 않지만 그만큼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책은 내가 읽는 행위지만 서평은 내가 쓴 글을 다른 이가 읽는 것이다 보니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부터 부담이 되어 예전처럼 마음으로부터 자유하며 쓰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본다.

 

그런 의미에서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나에게 시원한 해답을 주었다. 독서일기와 서평의 색깔이 틀리긴 하지만 서평 또한 내가 읽은 것을 그 느낌 그대로 담으면 된다는 것. 책읽기를 즐기는 것처럼 서평 또한 즐기면서 쓰면 된다는 것. 남들과 생각이 다르다 할지라도 그것 또한 나만의 색깔로 다듬어 담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읽는내내 함께 공감도 못해드리고 그 독서의 깊이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장정일님에게 조금 죄송스러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장정일의 독서일기] 7번째를 읽고자 한다. 물론 내가 읽지 않은 책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읽은 책도 드문드문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아무쪼록 장정일님의 생각에 공감도 하고 그의 거친 비판에 맞장구도 쳐보고 싶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내게 쉬운 책이 아니었지만 내가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한번 더 읽고싶은 책으로 자리잡을 듯 하고 다시 한번 더 읽었을 때는 나의 독서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있게 장정일님의 독서일기를 대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즐기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자라는 즐거운 다짐을 해본다.

  

소설책에 밑줄을 긋는 행위는, 요주의를 위해 밑줄을 그을 때를 제외하고는

독자가 작가 혹은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하게 느낄 때이다.

그리고 그 밑줄은 다른 독자가 그 책을 들었을 때

당신도 내 생각에 동의하느냐는 물음 곧 대화가 된다.

이때 밑줄로 건네는 그 대화는, 소설을 읽으며 밑줄치기에 탐닉하는 사람은,

책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책(고독)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타인(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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