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 2009 제9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아버지는 어디에 가서 울어나 하나요?" 


며칠 전 [강심장]을 보는데  연예인들이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속깊은 이야기들을 하나둘씩 내어놓으면서 눈물을 훔치는 것이다. 나도 물론 코끝 시큰하니 눈물이 났더랬다. 그 때 강호동이 마무리하며 던진 한 마디,

 

"아버지는 어디에 가서 울어나 하나요?"

 

그 말 한 마디가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 아무리 예순 넘으셨대도 울고 싶으실 때가 많으실텐데... 우리 아버지는 어디에 가서 우시는 걸까.. 속으로 우시는 걸까..

 

2009년 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중에 그 이름도 생소한 '김 숨' 이라는 작가가 등장한다. 74년 울산 출생. 그의 작품은 『간과 쓸개』

 

심사위원들은 박민규 『근처』 와 김 숨의 『간과 쓸개』, 그리고 은희경의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를 마지막까지 남겨두고 고심을 했다고 했고 세 작품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며 그중 어느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어도 좋다고 생각되었지만, 동시에 다른 두 작품의 존재가 어느 한 작품의 선정을 반대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고도 했다. 그래서일까, 김 숨의 작품을 내심 기대할 수 밖에 없었고 다 읽고 나서는 마음가득 아버지를 향한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3백평이나 되는 평택땅을 팔아 큰아들에게는 샤브샤브 칼국수집을 개업시켜 주고 나머지 두 아들과 딸에게는 땅을 판 돈의 10분의 1씩 나누어 주고도 혼자 사는 간암환자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한 외로움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그 내면의 심리가 페이지 가득하다. 누나 셋 중에 홀로 살아계신 둘째누님마저 담낭관에 담석이 생겨 병원과 자녀들의 집을 옮겨다닌다. 간암환자인 자신과 담석이 생겨 거동조차 불편한 누님. 그들은 자식들에게 그저 불편하고도 불편한 존재들에 불과했다. 병문안을 간 누님의 병실에 함께 누워 눈물 흘리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도 함께 울고야 말았다. 꺼이꺼이. 


나는 말끝에 울컥 울음이 터져 나왔다.

"자네, 우는가?"

"......."

"뭣 때문에 우는가?"

"......"

"뭣 때문에 우는가...뭣 때문에 우는가"

나는 그저 누운 채로, 자꾸만 터져 나오는 울음을 좀처럼 그치지 못했다.

누님의 울음소리가 조심스럽게 내 울음소리에 섞여 들고 있었다.

 

죽은 것도,그렇다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닌 골목.

골목의 껍질을 가르고, 표고버섯이 맺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김숨 『간과 쓸개』 p.175

 

나는 돈이 없으니 아버지는 땅을 팔아서라도 가게를 하나 차려줘야 합니다. 왜? 저는 큰아들이니까요. 나는 바쁘고 당신을 봐줄 겨를이 없으니 간병인을 붙여주는 것으로 제 할 도리를 다 했습니다.왜? 저는 며느리니까요. 나는 당신이 제게 땅을 판 돈의 10분의 1을 준 건이 못내 야속하지만 그래도 감사해서 반찬 몇 가지를 보내드립니다. 왜? 저는 그저 딸이니까요. 큰아들도 아닌 그저 딸.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닐까. 심지어 그 속에 내 모습도 담겨 있을지 모를 일이다. 어머니, 아버지 또는 시부모님이 병원에 홀로 계시는데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간병인을 붙여주고 할 일을 다했노라 할지도 모른다. 그 분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알면서도 모른 척 내 삶에 집중하며 살아갈까 그것이 두렵다.

 

지난 주,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었다.에 누군가가 어떤 화장품을 쓰는데 향이 좋다며 사다 달라는 전화였다. 택배로 부쳐드리겠다며 전화를 급히 끊고는 며칠을 잊고 지냈다. 이제나 저제나 올까 기다리는 아버지 마음은 내게 안중에도 없었던 거다. [강심장]에서 아버지 이야기로 눈시울을 붉히고서야 나는 아버지가 부탁하신 화장품이 생각이 나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부쳐드렸다. 아버지는 내 삶보다 먼저이지 못했던 거다. 아버지는 분명 당신보다 내가 먼저일텐데.. 내가 아버지께 무언가 부탁을 드렸다면 전화를 끊는 바로 그 순간 최우선으로 하셨을거다.

 

아버지는 우선이 되어야 한다. 내가 우선순위를 몰랐던 거다.

 

『간과 쓸개』를 읽으면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 언젠가 며느리라 부르실 어머님 또는 아버님.

어떤 두려움에도 홀로 두지 않아야 겠다고 눈물 훔치며 결심해 본다.

 

 

큰아들에게는 나름대로 많은 희생과 양보를 했는데도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원망뿐이었다.

     김 숨 『간과 쓸개』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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