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하라 이야기』 는 어느 서평을 검색하다가 찾아 들어간 블로그에서 우연히 접하곤 콕 박힌 책이다. 결국 그 블로그의 주인과 이웃을 맺는 인연이 되게 한  책이기도 하고.. 그녀의 서평을 읽고선 곧바로 헌 책방에 웨이팅 걸어놓고 무지 기다렸던 책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리움이 되어버렸고 아쉬움이 되어버린 그녀. 내 맘 다 주고 떠나보낸 그녀. 그래서인지 『사하라 이야기』 를 읽는 내내 그녀가 참 보고프더라.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나를 사로잡고도 나를 들뜨게 한 싼마오와 호세. 사막에서 절대의 적막 앞에 홀로 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얼마 전, 읽고 있는 책이 끝나면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고 결국 어제. 싼마오와 호세를 설레이는 마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황량한 그 사막도... 읽는내내 그녀의 용기가 부러웠고 그녀의 삶이 부러웠고 또한 그녀의 사랑이... 부러웠다.

 

호세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웃는 일까지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호세와 함께 있으면 무척 유쾌했다. <p.22>

 

2월 초, 생각지도 않게 호세는 소리 소문도 없이 혼자 일자리를 구했다. (그것은 바로 사하라 사막에 가서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짐을 꾸려 나보다도 먼저 아프리카로 가 버렸다. 나는 호세에게 편지를 썼다. '나 때문에 사막에 가서 고생할 필요 없어. 아무튼 난 갈거야.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여행하면서 보낼 거야. 아마 당신을 자주 보러 갈 수도 없을 거야..' 호세로부터 답장이 왔다. '내 생각은 분명해. 당신 곁에 있으려면 당신과 결혼하는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난 평생 힘들고 괴로울 거야. 우리 여름에 결혼하지 않을래?' 편지는 담담했다. 나는 열 번도 넘게 읽고 나서 편지를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저녁 내내 거리를 쏘다녔다. <p.24,25>

 

싼마오가 사막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모두가 진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심지어 비웃었지만

호세는 비웃거나 막지 않았고 먼저 사막으로 가서 인산광업회사에 취직해 자리를 잡고, 그녀가 홀로 아프리카에 갔을 때 그녀를 맞을 준비를 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싼마오를 위해 먼저 사하라 사막으로 떠난 그녀의 남자 호세. 참으로 못견디게 사랑스럽고 멋진 남자다. 그녀의 막무가내식 성격 때문에 때론 밥통이라며 구박을 하긴 하지만 변함없는 사랑으로 끝까지 그녀의 남편으로, 애인으로, 친구로 함께 하는 그는 나의 로망이 되어 버렸다. 

 

싼마오는 사막을 원해서 사하라 사막에 정착하고 호세는 싼마오를 원해서 사막에 정착한다. 그들의 사하라 사막 정착기는 정착이라고 하기보다는 늘 여행 중인 영혼들처럼 자유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처음 그 곳에서 그녀는 처절하게 사막에게 외면 당한다. 그녀가 바라는 곳, 사막은 황량하기 그지 없고 그녀를 철저하게 외롭게도 했다.

 

사하라 사막은 이토록 아름답건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와 끈기를 대가로 지불하며 스스로 적응해 가야 했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었다. <p.216>

 

너무도 자유로운 두 영혼의 사하라 정착기. 아니, 사하라 신혼기. 그 속에는 절절한 따뜻함이 있고 깔깔댈 수 밖에 없는 웃음이 있고 나또한 푹 빠져들고 싶은 사랑이 있다. 늘 내 영혼을 무언가에 묶어두려는 나에 비해 너무도 자유로운 싼마오를 보면서 이제 나도 싼마오처럼 살아도 되지 않을까..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럼 나는 누가 응원해 줄까. 호세처럼 단 한 사람. 나를 끝까지 믿어줄 사람이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하더라.

 

사하라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싼마오와 호세의 정겨운 이웃 사하라위족. 날마다 싼마오에게서 필요한 것을 빌려가고는 가져다 주지 않는 얌체같은, 10살 된 여자 아이를 돈을 받고 결혼시키는 무지한, 4년에 한 번 몸을 씻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그들이지만. 그녀와 그에겐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정겨운 이웃들이다.

 

그들과 싼마오의 울고 웃는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펼쳐지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사하라 이야기』

나는 오늘 그 후속편 『흐느끼는 낙타』를 주문했고 그녀를 다시 만날 설레임에 한껏 들떠있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말아요.

나의 고향은 머나먼 곳.

무엇을 찾아 이토록 멀리서 떠도는 걸까요. 

 

<감람수 / 싼마오 작사 / 치위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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