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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1 ㅣ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1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내가 읽어보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톨스토이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한 권의 낯선 책을 읽는 행위는 곧 한 권의 새로운 책을 쓰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가 읽는 모든 책의 양부가 되고 의사(pseudo) 저자가 된다.
막연하나마 어린시절부터 지극한 마음으로 꿈꾼 것이 이것이다.
정선해서 골라 든 책을 안고 침대에 푹 파묻혀,
밑줄을 긋거나 느낌표 또는 물음표를 치면서
나 아닌 타자의 동일성에 간섭하고 침잠하는 일,
뒷장에 내 나름의 '저자 후기'를 주서하는 일.
나는 그런 '행복한 저자'가 되고 싶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1』 중에서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로 시작하는
「장정일의 독서일기」의 글이 살면서 자주 생각난다.
존재하지만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없는 것과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때를 따라 찾아오는 존재감 묵직한 책들에 감사한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