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욕망과 영성>에서 좋았던 몇 구절을 옮겨 본다.

건강한 신앙은 내 갈망을 ‘다루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욕심이 가득한 갈망, 즉 욕망으로 진화한다. 갈망 자체는 내게 주신 하나님의 건강한 불, 열정인데, 그 갈망을 다루지 않으면 치우친 욕심(정념)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 갈망을 다루지 못한 성경 속의 인간 군상들이 어떻게 욕망의 사람으로 진화되어 가는지 보여 준다. 그것은 수 년 전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성경을 바이블(기준, 척도)로 믿고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다. (12쪽)

하나님의 축복은 크게 되지 않아도, 높아지지 않아도, 유명해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저 내게 주신 갈망, 육체를 통해 보고 느끼고 만지는 것이 다 하나님의 선물임을 알고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신비한 사랑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것, 그것을 향유하는 것이 축복이라 하겠다. (14쪽)

성육신의 삶, 거진이진의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증표는 내 분야에서 기독교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구현하려는 마음이 있는가에서 드러난다. 또 이 땅에서 소소한 삶의 기쁨에 감사하며 그것을 향유하려는 삶의 자세로 나타난다…. 하나님은 우리가 삶을 누리길 원하신다. (24쪽)

기독교 신앙은 이렇게 내게 주신 순간의 아름다움, 일상의 축복을 향유하는데 있다. 과거의 기억에 붙잡혀 그때만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지금에 대해 불평하고 불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게 주신 은혜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기독교 신앙이다. (25쪽)

노동, 즉 일상의 수고와 그것에 수반되는 고민과 갈등과 불안의 시간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고귀하고 복된 시간이다. 고단한 이 세상에서 도피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는 상종하지 않고 마음 맞는 교인들과만 몰려다니는 것은 신앙이 아니라고, 내 삶의 노동과 같은 현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하는 시간이 하나님의 시간이고 축복의 연장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일과 영성’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 감탄하는 것, 그것이 기독교 영성이다. 작은 일에서 원복을 찾는 것, 그것이 기독교 영성이다. (27쪽)

침묵은 나를 움직이는 내 안의 엔진을 ‘셧 다운’ 시키는 것이다. 일단 멈춤으로써 나도 모르게 나를 움직이는 나의 욕망을 알아차리는 시간이다. 그렇게 자기를 직면하는 시간이 없으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를 모는 것처럼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28쪽)

비록 나의 실존은 두려움과 불안이지만, 하나님의 약속에 의지하면 남들과 비교하고 남을 모방하면서 그들의 힘을 좇지 않을 수 있다. (64쪽)

너는 정말 네 열망을 찾았냐고, 네가 지금 가고 있는 그 길이 정말 네가 원하는 길이냐고, 너는 왜 그렇게 남을 의식하냐고, 너는 왜 남들이 하는 것을 아무런 비판 없이 따라 하기만 하냐고, 나 자신에게도 한번 물어 보자. (87쪽)

그러나 보아스는 달랐다. 하나님의 말씀을 품은 그는 모방짝패와 모방회오리가 불어오는 한복판에서 전혀 다른 길로 걸어갔다. 그런 길을 걷는 자, 그리고 이방인이지만 모방폭력의 위험 앞에서도 신앙의 길을 함께 걸었던 룻과 같은 자들의 선택 위에 하나님은 새로운 가문을 만들어 주신다. 그것이 다윗의 가문이요 그리스도의 혈통이었다. (143쪽)

이제 예수님은 모방폭력과 희생양 매커니즘의 상황에 놓여 있는 독자들을, 원망과 복수 대신 화해와 용서의 세계로 초대하신다. 이것은 예수님이 걸으셨던 길, 다 아시면서도 가신 ‘자기 죽음’의 길이다. 자기 부인이다. (212쪽)

사랑을 통해 일단 영혼이 눈을 뜨면 추구가 시작된다. 이제 그대는 결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때부터 그대는 특별한 갈망으로 타오를 것이고, 다시는 자기만족이나 부분적인 성취라는 낮은 땅에서 배회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영원성은 그대를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그대는 적당히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완전한 성취의 꼭대기에 이르려고 노력을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이 영적인 길이 열릴 때, 그대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자비로워질 것이다. (존 오도나휴, ’영혼의 동반자‘ 중에서) (229쪽)



<욕망과 영성>은 내 안의 갈망보다 내 안의 모방욕망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마침맞게 찾아온 책. 다른 이의 욕망을 내 것으로 취하지 않는 연습. 자주 침묵하며 나를 움직이는 욕망을 알아 차리기. 그리고 갈망 잘 다루기. 무엇보다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의 내러티브 경험하기는 삶에서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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