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한 국어학원
변진한 지음 / 깨소금 / 2022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랜 트친(트위터 친구)이 글을 쓰고, 일인 출판사를 만들어 책을 내셨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원장이라는 이름으로 국어학원을 운영하셨던 진한 님의 이야기가 참 진솔한 목소리로 펼쳐지는데 오래 지켜본 덕분인지 그분의 성정과 유머, 그리고 가족과 학생들을 향한 사랑이 문장에 얼마나 깊이 녹아 있는지 알아 볼 수 있었다. 


진한 님의 호흡을 따라 읽어가는데 숨이 가쁘지도, 느리지도 않고 얼마나 편안한 호흡으로 읽히는지 역시 그분 답구나.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트위터에서는 알 수 없었던 속사정들도 조금 더 가까이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여름한"(열매가 많은)이라는 학원 이름처럼 지난 학원 생활 속에서 얼마나 많은 열매를 거두었을까, 왠지 그 열매가 선명하게 보이는 듯했다.


학원을 폐업하게 되었다고 졸업생에서부터 학원을 거쳐간 많은 아이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긴 문자를 보내는 그 진실함에서 진한 님은 정말 아이들에게 든든한 나무였겠구나. 믿고 배울 수 있는 선생님이었겠구나. 아이들이 가졌을 그 감사한 마음이 내게도 전해져 오는 듯해서 뭉클했다.


진한 님은 사진,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서 사진 전시회도 하시고 "망고아빠" 라는 이름으로 음반 [숨어있는 것들]도 내셨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11월>을 좋아한다. 매달 들어오는 저작권료에 "저도 한 몫 하고 있어요~" 라고 여기에서 꼭 말씀드려야겠다.(하하) 피아노곡인데 참 좋다. 지금 생각해보니 진한 님의 글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


"몇 달 되지 않은 일인데 벌써 전생처럼 아득하다. 별것 아니라면 아닌 작은 동네 학원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의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만 있다면 오래 기억하고 싶어 적어 둔다. 그리고 그 기억의 힘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보고 싶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길은 또 다른 시작에 닿아 있을 것이다." (117쪽)


아무쪼록 어깨와 허리에서부터 몸과 마음이 온전히 회복되시기를, 진한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힘껏 새로운 길을 꿈꾸시기를 바라고 나 또한 계속, 힘껏 응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한 님께 정호승 시인의 <봄길>의 첫 부분을 읊어드리고 싶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있다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다음이 기대됩니다. 아주 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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