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프랑켄슈타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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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아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펼쳤는데 정작 들여다보니 전혀 모르는 이야기일 때의 당황스러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그랬다. 지금까지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프랑켄슈타인>에 문외한인지 알 수 있다.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알게 된 작가 메리 셸리는 작품의 주인공들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이었는데, 19세 어린 나이에 여성의 신분으로 1818년에 이 책을 썼다는 것, 아나키스트 아버지와 페미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의 가정환경과 결혼생활 등이 책만큼이나 깊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을 옮긴이의 해설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을 정신분석학적인 관점,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페미니즘, 산업혁명의 여파로 발생한 노동자들의 잔인한 폭력성을 대입하여 바라보는 관점,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과학자를 비판하는 관점 등 사회 여러 문제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부분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읽고 보니 정말 하나하나 그럴 듯해서 여러 해석을 끌어내는 작가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떠한 시선으로 보았는가,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인데.


과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의 학문적 자아도취로 인한 광기어린 실험을 통해 탄생한 인조인간. 눈을 뜨는 순간부터 창조자에게 버림받고, 뒤이어 세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부정당하고 배척당하는 존재로 전락할 때 인조인간은 사회의 악, 괴물이 되고 만다. 피조물을 책임지지 않는 창조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창조자 본인과 그가 사랑하는 자들에게까지 미치고 결국 파국으로 끝을 맺는다.


"나는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정서나 등장인물에 깃든 도덕적 경향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다."


작가 메리 셸리가 서문에서 밝힌 문장에 한참 머물기도 했는데, 단지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이유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무조건 배척해도 되는 것인가. 그리고 부정당하고 배척당한다는 이유로 악을 끼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밖에는 정말, 다른 선택지는 없었나... 읽는내내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고 한 편으로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관점으로 생각이 깊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존재를 부정당하는 자들의 아픔을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을 통해 바라보게 되었는데 자신도 어찌할 수 없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겹겹이 쌓이는 원망과 고통과 울분은 견고한 진이 되어 결국 그가 바라보는 세상도 어둡지만 가장 어두운 곳은 자신의 마음이며 피해자는 본인이겠구나 생각하니 저릿하고 먹먹한 마음이 들었다.


화자는 이 책의 시작을 여는 월튼 선장과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피조물 인조인간, 각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이야기 속에 그들의 감정선이 무척이나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인간본성의 근본을 드러내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고민이 깊어진다. 그들 입장에서 과연 올바른 반응과 선택은 무엇인가.


“<프랑켄슈타인>은 인공생명체의 창조와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최초로 다루었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SF라는 장르가 단순히 과학기술의 발전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룰 만큼 깊이 있게 발전하도록 견인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1818년, 메리 셸리에 의해 탄생한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피조물 인조인간을 지금의 과학자와 AI로 대체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을 보면서 <프랑켄슈타인>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읽히며 새로운 기술에 의해 탄생되어질 "인공생명체에 대한 윤리와 책임이라는 철학적 담론"을 계속 끄집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고전 읽기의 필요성을 진하게 느끼는 시간이었고,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며 해석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해서 독서 토론이나 문학에 대한 해석을 공부하는 이들이 크게 반길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추천 목록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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