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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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를 허투루 쓰지 않고, 내게 주어진 빈 페이지를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작가로 살고 싶다. (작가의 말 중에서)

<쇼코의 미소>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다. 첫 느낌이 좋아서 가끔 작가의 이름을 만나면 반가움이 일었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이번 소설집 문장의 호흡은 각별히 좋은 느낌이었고, 문장이 그대로 내 안에 흡수되는 듯했다.

열 네편의 단편, 짧지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주 절묘하게 잘 녹아 있다. 살면서 차마 누군가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 상처가 되어 늘 마음을 쿡쿡 찌르던 과거의 일들이 인물들의 편지와 독백, 그리고 대화를 통해 고백되고 그 이야기는 그녀들만이 아니라 곧 내 이야기도 될 수 있음에 마음이 저릿해지는 순간들을 만난다. 세상에 가득한 슬픔을 우리는 왜 모른 채 살아갈 수 없을까. 어떤 이는 차별로, 가정 폭력으로, 사랑받지 못함으로, 사랑하는 이나 동물을 잃음으로… 각자의 슬픔 속에 산다. 작품의 인물들이 이제 “애쓰지 않아도 별다른 감정 없이” 아픔과 마주하려 할 때, 너의 슬픔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듯한 작가의 도닥임에 마음이 뭉클해지곤 했다.

언젠가는 각자의 아픔을 마주해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그때의 상처입은 나를 안아주고 이해할 수 있다면, 더이상 “애쓰지 않아도”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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