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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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마지막 인터뷰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 기사(종이책 297쪽 전문 수록)가 나갔던 2019년 가을 이후로, 세상은 달라졌다. 인터뷰 전문 기자로의 내 인생 또한 그 기사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그것은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18p)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칼럼을 좋아한다. 인터뷰이의 깊은 생각과 뜻을 아주 겸손한 자세로 끌어내는 인터뷰어의 능력과 글 솜씨에 늘 매료되곤 했다. 특히 이어령 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은 책으로 더 엮어져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터뷰집으로 탄생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상반기 동안 오래도 붙들고 있었다.

이민아 목사의 ˝아빠가 예수님 믿는 게 소원˝이라는 말에 신앙의 길로 들어선 이어령 선생님은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딸의 태도와 모습을 통해 자신의 지성으로 해석할 수 없는 영성의 세계가 있으리라 짐작했을 것이다. 그렇게 지성과 영성을 아우르는 스승, ˝죽음이 구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은 내게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몸은 죽음에 가까워 노쇠하여도 정신만은 또렷하여 후대에 당신이 받은 선물을 지혜의 유산으로 남기려고 하시는 열정은 눈물겹도록 저릿하게 다가왔다. 실제로 이어령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고, 곧 직접 쓰신 육필원고, <눈물 한 방울>이라는 책도 나온다고 하니 아직도 우리가 그분에게서 길어야 할 지혜의 샘은 무궁무진한 것이다.

살면서 침묵해야 할 때가 있고, 쏟아내야 할 때가 있는데 선생님은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안에 있는 것들을 토해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어떤 사명을 띠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내시는 듯했다. 그것을 얼마큼 받아 마시느냐는 내 몫이고 우리 각자의 그릇의 분량이겠다. 지금 읽고, 또 시간이 지나서 읽었을 때는 선생님의 깨달음을 더 큰 그릇이 되어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지성이 영성을 만나면 그 깨달음의 깊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본다. 이 귀한 인터뷰집을 통해 그 깊이를 맛볼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이 시대에 이어령 선생님을 이어 각 영역에서 많은 스승들이 나타나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그리고 내가, 스승은 아니어도 지성과 영성으로 깊어지는 한 명의 제 몫을 하는 어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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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님의 말처럼 “죽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가 이 인터뷰의 핵심이다. 돌아보면 선생이 이 시대에 태어나 대중 앞에 서서 쓰고 말한 모든 것도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19p)

모든 사물, 모든 현실 속에는 그런 엷은 막이 있어. 나한테는 그것을 뚫는 게 영성이라네. (221p)

침묵을 만들고 침묵을 견딘다는 건 내공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 낯선 시간을 자주 감각하는 사람이 예술가가 되고 철학자가 되는 것이겠지요.(247p)

죽음에 가까이 가고서 나는 깨달았어요. 죽음을 알려고 하지 말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305p)

지성의 종착점은 영성이에요. 지성은 자기가 한 것이지만, 영성은 오로지 받았다는 깨달음이에요. (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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