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 - 사랑과 기억에 관한 가장 과학적인 탐구
이고은 지음 / 아몬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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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지 않는 지금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리고 충만하게 사랑을 주고 받은 기억이 내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주고 받은 기억, 인지심리학자 이고은의 <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을 읽고는 더욱 그 기억들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전 남친 D”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인지심리학자인 그녀 자신의 연애 기억을 소소하게 나누면서 심리학자인 자신도 사랑에 실패하며 사랑에 대해 알아가고 있노라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연애 속에서 나의 지난 사랑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사랑에서는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관계가 깊었을수록 이후의 거리는 아득히 멀어야 한다.” (115쪽)

특히 이 문장 앞에서 한참 먹먹했는데 내 사랑은 깊었고, 그래서 이렇게 아득히 멀어지려 좋은 사랑의 기억만 가지고 홀로 걸어가나 싶었다. 하지만 그 사랑의 기억으로 결핍된 마음 없이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으니 한 편으로는 지난 사랑에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눈에 뵈는 것 없이 좋아해본 열정과 가슴 가득히 차오른 사랑의 경험은 반드시 어딘가에 남는다. 그러므로 변한 사랑을 안타까워하는 대신에 상대에게 열의를 다할 수 있었던 내 마음을 귀히 여기기로 한다.” (86쪽)

사랑은 열정으로 시작하지만 진심과 소통과 신뢰를 함께 쌓아가며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열정 너머의 깊고 따뜻하며 늘 식지 않고 뭉근한 사랑다운 사랑을 할 수 있으리라.

그녀의 유머는 너무 내 취향이었고, 그녀 자신도 사랑에 실패하며 사랑을 배워가는 과정임을 솔직하게 내보이는 것과 동시에 인지심리학자로서 실험 사례들을 통해 인간 관계의 진심을 소개한다. 문학 평론가 신형철은 추천사에서 “어쩌면 누군가와 이 책을 읽기 위해 당신은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으리라.” 라고 했다. 나 또한 이 책을 지인들에게 권하며 함께 “좋은” 사랑을 꿈꾸자고 말하고 싶다.

“사랑은 내 사람이 맞는지 확인한 후에 시작하더라도 결코 늦거나 아쉽지 않다. 결정을 보류해놓은 그곳에 더 근사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의심은 노력이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밖에 없는 분명한 사실을 믿으려는, 진짜 사랑을 하겠다는 노력 말이다.”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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