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디테 - 감각의 향연
이사벨 아옌데 지음, 정창 옮김 / 영림카디널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Aphrodite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이다. 흰 포말을 일으키며 가리비에서 태어난 그녀의 자태는 육감적일 뿐아니라 에로스적인 감성을 자극하며 수세기 동안 미와 사랑의 여신으로 자리매김 해 왔다. 가리비의 뽀얀 속살은 여성의 미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며 흰 포말을 일으키는 거품은 성적인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일까 '거품'이라는 단어 아프로디테의 섹슈얼리즘은 이후 진화하여 최음제 : 아프로디지악 Aprodisiac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이쯤에서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바로 아프로디테에서 파생된 아프로디지악 ‘최음제’의 이야기다. 성에 대해 터부시하는 우리네 정서에 볼 때 이 책은 어쩌면 외설적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외설적이기보다는 세에라자드가 매일 밤 재미있는 이야기로 천일이라는 생명의 시간을 연장한 것처럼 맛을 향한 욕구와 육체적인 사랑의 욕망이 잘 버무려진 최음제 레시피다.

그녀는 왜 최음제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첫장을 펼치자 이런 고백이 있다.

'나이 오십은 해가 져서 자연스럽게 하루를 되돌아보는 황혼의 마지막 순간과 같다.그러나 황혼은 나에게 죄의식을 일게 한다. 어쩌면, 그런 연유로 오십 줄에 들어선 내가 나와 음식, 그리고 에로티시즘의 관계를 깊이 되돌아보게 된 것 아닌가.
아! 나를 그토록 유혹하는 육체의 약점들은 내가 그저 버릇처럼 드러내는 게 아니었다.'

저자 이사벨 아옌데는 오십에 들어서야 가장 후회하는 것이 다이어트로 놓쳤던 달콤한 음식과 엄격한 문화로 인해 용기내지 못했던 사랑의 기억들이라고 한다.

음식이라는 씨줄에 사랑이라는 날줄로 짜여가는 그녀의 황혼의 고백은 문학 또는 영화속에 담긴 수많은 에로틱한 장면들과 동서양을 넘나들며 최음제 역할을 해 왔던 음식들과 얽혀 펼쳐진다.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전혀 색다른 장르의 음식과 에로티시즘의 세계이다.

이 책은 관능적인 기억에 얽혀 있는 장소들을 지도 없이 돌아다니는 여행이다. 여행길은 사랑과 욕구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며, 때때로 모든 것으로부터 나 자신을 잃게 하기도 한다. -p15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동료들과 수많은 사랑의 마법과 미약을 다룬 책들을 찾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들게 된 자신만의 최음제 레시피 145개를 책의 마지막 부분에 보너스로 실어놓기도 하였다. 책을 읽다보면 맛이 생각보다 성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최음제를찾기 위해 헤맬 필요는 없어보인다. 진정으로 확실한 최음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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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미동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정조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시대를 앞서간 개혁군주 정조는 어떻게 분열된 나라를 통합했는가?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안정된 지도자 정조의 78가지 정책 질문

 

대탕평, 사회 통합을 위한 지도자의 마음가짐

분열된 나라를 이끌어야 했던 정조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운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사회는 양반만이 과거를 통해 중앙관직에 진출할 수 있고, 노론과 소론의 당파에 따른 당쟁이 극심한 시기였다. 하지만 정조는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를 갈망하여 적극적인 탕평책을 실시하였고, 당파에 구애받지 않고 인물과 실력 중심의 관리를 등용하는 대통합정책을 펼쳐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라 불리는 경제적․ 사회문화적 부흥기를 이끌었다.

 

사회 안정과 균형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정조는 모두가 맡은 바 직분을 다하여 찬란한 봄과 같은 활력이 넘치는 나라를 바랐다. 각 책문은 환곡의 병폐와 관리의 폭정을 막고 나라의 균형발전을 꾀하던 정조의 애민정신은 물론이고, 국가의 자원이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노인을 공경하고 절기를 따르는 풍습이 바른지 등에 대해서도 살피던 지도자의 세심한 마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멀리 떨어진 함경도와 제주도 등지의 지방 특성에 맞춘 정책에 관해 자문을 요청하고, 문화와 함께 군사․ 안보적으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대목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지도자의 안목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경전 공부와 시와 음악 등의 예술, 문체의 사용과 천문 등의 과학에 관한 책문에선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학자군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민심을 화합하고 혁신을 선도한 지도자 정조의 모습을 통해, 이상적인 인본주의적 지도자상을 되새기게 한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5월 26일 ~ 선착순 (참여 방법에 만족한 순서) 

   당첨자 발표  :  참여 방법에 만족하시는 분들중 선착순 지정하여 비밀댓글로 안내드리겠습니다.

   발송  :  정보 수집 이후 순차적으로 발송

 

2. 모집 인원  :  5명 

 

3. 참여 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url주소 댓글)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무성의한 댓글 참여는 선착순에서 제외됩니다.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 강연회 공지 드립니다.

주제 : 정조 책문의 특징을 이해하고 이상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본다.

강연회 : 6월 14일 수요일 PM7~9
장소 : 신촌 앨리스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5다길 10 지하 1층 앨리스 (신촌역 1번출구 2분거리)
지도 : http://naver.me/Gdxxiw9t
* 강연자 : 신창호(저자)

>>>신청하기 - https://goo.gl/xpaUb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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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에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서구의 무슬림 청년들을 보자. 이들이 보기에 ‘보호’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의 좋은 증거가 바로 자신들이다. 서구 사회에서 무슬림들은 최소 수준의 복지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살아간다. 그들에게는 불법이든 합법이든 술과 마약, 섹스 그리고 서구의 문화상품들이 제공되어, 그들의 영혼을 타락시킨다. ‘자유’라는 이름하에 욕망의 노예가 되는 영혼의 타락이야말로 서구가 자신들을 통치하는 방식이다. 이 타락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그들이 구원될 유일한 방법이며, 이 구원을 거부하는 자들은 마땅히 정화의 불로 태워야 한다. 쾌락에 진 ‘나약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형태가 동성애자들을 향한 극우 개신교의 논리다. 그들은 동성애가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성애가 치유되지 않는 것은 섹스의 쾌락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금 사회는 쾌락과 소비를 통해 이들을 타락시키고 있다. 충분히 치유할 수 있는데 ‘자유’와 ‘권리’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타락을 방치하고 조장한다. 그렇기에 이들, 치유되기를 거부하는 자들은 ‘정화’되어야 하며 이들을 방치하는 이 ‘타락한 사회’는 리셋되어야 한다. 이들이 보기에 동성애자들은 죄 지은 자들인데 쾌락에 빠진 것보다 그 쾌락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즉 ‘나약한 이들’이기에 죄인이다.

물론 정반대편에서 문제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기득권층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의존’으로 먹고 산다면 이들 기득권층은 부정과 부패로 먹고 산다. 이들 역시 제 능력과 노력으로 먹고사는 존재가 아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그들만을 위한 특권을 통해 노력하는 자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호의호식하는 존재다.


이들은 ‘나약한 이들’만큼이나 정화되어야 하는 반-도덕적 집단이다.

그렇기에 혁파되어야 하는 것은 한편에서는 나약한 이들을 나약한 상태로 내버려두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를 방관하고 제도화하는 이 사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왜 전 지구적으로 자국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비토와 이주노동자나 소수인종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전자가 가진 진보적인 측면과 후자가 가진 반동적인 측면이 한 사람에게서 공존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들의 ‘분노’가 더 이상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의 분노는 ‘진보적/반동적’이다.

 

-알라딘 eBook (엄기호) 중에서

(ebook으로 공유하기가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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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부탁해 - 온전한 자존감과 감정을 위한 일상의 심리학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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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사소한 감정으로 인해 나를 괴롭히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드니 가장 힘든게 감정 컨트롤이다. 그럴때마다 당혹감이 드는 이유는 무뎌질 것만 같았던 감정이 나이들수록 더욱 강렬하게 이성을 통째로 삼겨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런 두려움이 깊어지다보면 다시 자괴감으로 이어져 '나'라는 늪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게 하는데 그럴 때 찾아오는 것이 바로 우울증이라는 손님이다. 우울증은 세상이라는 세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사막과 같은 황량함에 덩그러니 놓여진 자신을 스스로 자해하며 살아가게 한다. 이렇게 끊임없는 자기 학대와 감정의 샘물로 삶을 겨우 지탱해 나가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생각보다 많다.

삶이 유난히 피곤하다고 느껴진다면 당신이 사소한 것들에 일일이 감정을 소모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p21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눈치 보는 나, 착각하는 너》, 《심리학 일주일》에 이은 네 번째 심리학 책이다. 전작들도 좋았지만 이번 책 <내마음을 부탁해>는 읽으면서 더 많은 위로를 받은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괴롭히는 행위들에 대한 심리적 기제들을 상세하게 설명해주며 자신에게 그렇게 가혹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우선 사소하지만 짜증 나는 일이 많이 생길 때는 감정 전선을 끊어버리거나 스위치를 내리는 상상을 함으로써 멘탈 이미징을 하라고 조언한다.

삶에서 일어나는 실제로 엄청난 위협을 주는 모든 일들이 실제로는 아무 것도 아닌, 지나가는 먹구름이나 금방 잔잔해 질 얕은 파도이며, 흩어질 연기 따위라며 위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감정이라는 높은 담장을 쌓고 현실을 확대해석하거나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 현실을 제대로 못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넓고 넓은 우주, 우주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여전히 큰 지구에서 나의 문제는 얼마나 클까? 이런 생각은 우리가 우리의 작은 우물을 벗어나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준다. -p27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인생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당신의 마음이 앓는 소리를 제일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밖에 없다. -p157

관계의 어려움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힘겹다. 그런 관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감정이다. 우리는 감정이라는 세계에 스스로를 가두어놓고 타인을 판단하여 관계를 스스로 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저자는 건강을 체크하듯이 감정을 수시로 체크하여 감정으로 인해 휩쓸리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음이 복잡하거나 힘겨울때마나 한 챕터씩 읽곤 하였는데 우울하거나 자괴감에 빠질 때는 만병통치약마냥 금새 기분 전환이 되는 나 자신을 보며 책에게 고맙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인생은 고통일까요? 인생이 전반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때때로 인생엔 고통이 찾아온다는 사실입니다. 고통은 뜻밖의 나쁜 일이나 실패 등 외적 사건을 통해서도 찾아오지만 많은 경우 자기 자신 때문에 찾아옵니다.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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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화요란
오카베 에츠 지음, 최나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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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잔화요란 -결혼에 관한 세 가지 시선 


여성을 꽃에 비유한다면 어떤 시기를 의미하는 걸까. 잔화요란은 꽃이 떨어지기 전의 가장 아름답게 만개한 모습의 꽃을 말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성에게는 어떤 시기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 일까?  나의 삶에서도 꽃이 활짝 피던 시절이 있었던가를 떠올려보니 결혼하기 전이 그래도 가장 빛나던 날들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안그래도 책에는 결혼 전후의 여성 세명이 등장하여 결혼에 대한 세 가지 시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세 명의  전혀 다른 결혼관을 통해서 현대여성들의 파편적이면서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비혼의 시대' 결혼보다는 일을 선택하고 있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세 여인에게도 결혼에 대한 행복의 환상이 느껴지기보다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고민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이제 막 결혼을 하는 예비신부 리카를 기준으로 하여 리카를 도와 결혼준비를 하는 두 여성 이즈미와 마키는 서예교실에서 만난 동료이다.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는 리카는 예비신부치고는 차분하고 조용하며 사랑해서 결혼한다기보다는 현실도피적인 느낌이 든다. 그것은 그녀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었는데 상사 카와사기와 내연관계라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카와사기의 아내 미츠코는 조카나 다름없는 케이치와 중신을 서고 리카와 케이치는 첫 만남이후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결혼을 진행하게 된 상태이다. 리카는 카와사기와의 불륜관계를 통해 관계의 불안을 느껴왔고 케이치를 만나면서  결혼이라는 안정된 피난처를 택하게 된 것이다. 주체적이지도 독립적이진 못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는 순종적인 여성상에 가장 가까운 여성이 바로 리카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리카는 케이치가 결혼전 서예교실 동료 마키와 섹스 파트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문제삼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결혼이라는 테두리가 하나의 보호막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반대로 마키는 전형적인 여성과는 반대편에 있는 개성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결혼이라는 구속보다 섹스파트너로서의 상대를 선택하는 것을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며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시들지 않는 꽃이 되지 읺기위해 필사적으로 성형시술을 하며 피부관리를 하며 사회에 도태되지 않으려는 커리어우먼이다. 늘 당당한 모습을 보이지만 케이치가 결혼하고 나서 자신을 한 번도 찾지 않자 눈물을 보이고마는 어쩔 수 없이 고독하고 외로운 현대 여성이다. 두 명의 여성과는 달리 결혼한 여성인 이즈미는 결혼생활의 고단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평범하고 가장 무난하게 연애결혼을 해서 만났지만,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해 이혼을 고민하고 있는 여성이다. 아주 작은 균열로 시작된 결혼생활은 이미 별거상태이지만 이혼을 결심하지 못하는 건 이혼으로 인한 현실문제를 감당할 정도로 마음이 모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즈미 앞에 평소 금술이 좋았던 부모님들이 치매에 걸리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며 망설이지 않고 이혼을 결심한다. 세 명의 세가지 시선의 결혼관, 자신의 아름다운 시절에 꽃피우는 모습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이제 곧 지려는 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어쩌면 잔화요란이 의미하는 것은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채 져버린 꽃의 슬픔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 여성은 그렇게 슬픈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 미츠코와 미우 

세 명의 여성 외에도 등장하는 두 명의 모녀, 리카와 불륜 관계에 있던 카와사기 상무의 아내 미츠코와 미우에게서 작가의 냉소적인 시각은 더욱 도드라진다. 배우처럼 잘생긴 아버지와 여배우보다 이쁘고 가정일에는 완벽함을 보이는 엄마 아래서 자란 미우에게 결혼은 아름답게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다 못해 히스테릭한 엄마가 아버지의 불륜을 알아채고 흥신소에 부탁한 자료를 우연히 엄마의 명품백에서 발견하게 되자 충격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후 리카의 이름으로 삼류영화에 출연하며 소심한 복수를 하지만 일을 하게 되면서 조금씩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의 어긋남을 경험하게 된다. 그 관계의 어긋남이란 사랑과 결혼이라는 간극의 경험이라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리카의 임신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에서 케이치만 빼고 다 아는 아버지 카와사기와 리카의 불륜 자료를 어머니 미츠코 앞에서 태워버리다 큰 사고를 당하고 만다. 

#류코

세 명의 여성과 두 모녀, 이외에 등장하는 또 한 여성이 있다. 류코는 세 명이 다니는 서예교실의 선생이지만, 가장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이며 스스로 비혼을 자칭한 여성이다. 사랑에 안주하지도 결혼에 안착하려 하지도 않았던 그녀는 사랑과 결혼보다는 일을 선택한 여성이다. 자신을 사랑했던 남자를 떠나 유학길에 오른 그녀를 부모님은 용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믿음이란 내 안의 의심을 뿌리치는 일일 거예요. 그런데 의심을 나를 지키는 갑옷이죠. 그러니 갑옷을 벗고 무엇을 믿는다는 건 대단히 무방비한 일이에요. 작은 일에도 극심한 상처를 입고 마니까요. 그래도 상대를 믿는 것, 피투성이가 되더라도 몸부림을 치면서도 그를 믿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난 생각해요.'

타인에 대한 의심을 거두어 본적이 없기 때문에 믿음을 가져 본 적이 없다고. 자신에게 있어서 사랑과 결혼은 그래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랑이 한 없이 가벼운 것으로 치부되어 살아가는 현대여성들의 결혼에 대한 시선은 안쓰럽다. 꽃은 그냥 피는 것이 아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위해 소쩍새가 그렇게 몰래 울어야 하고 천둥이 치는 하늘에서 먹구름은 그렇게 또 울어야 꽃은 만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인내와 정성이 깃들여져야 꽃은 아름답게 피어오를 수 있다.아름다운 벚꽃이 만개하기 전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듯이 사랑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51세 늦깍이 작가가 보여주는 잔화요란은 그래서 더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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