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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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음과 모음에서 출간된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최근 내게 새로운 습관이 생겼는데 지난 리뷰와 읽었던 책을 다시 보기 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을수록 몸에 좋다고 하는 것처럼 책도 그렇다는 것을 깨닫곤 하는데 이 책도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문장의 세련됨을 음미하는 의미로 다시 읽기 시작하였다


소설의 주인공은 윤사강이다. <슬픔이여 안녕>의 주인공인 프랑소와즈 사강을 좋아한 아버지가 딸에게도 붙여준 이름이다. 소설처럼 굴곡진 삶을 살았던 사강의 소설 주인공 세실처럼 아버지에게 상처 받으며 자란 사강에게 첫사랑 또한 평범하지 않게 다가온다직장상사였던 유부남 H. 반복된 우연이 필연으로 변해가며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유부남과의 사랑에서 상처받게 된 것은 사강이었다그러나사랑은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고 누군가 말하였듯  사랑의 실패로 이해 불가능했던 아버지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인내와 기다림이라는 사랑의 과정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고 자신의 경험치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렇게 사강은 아버지의 불륜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생의 한 곡절을 넘을수록 사랑과 삶과 이별과 아픔은 하나의 성장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우리는 다시 사랑을 하고 이별을 아파하며 다시 또 사랑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슬픔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는 용기야말로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는 진실에 직면한다. 유부남이었던 직장상사와의 이별 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광고 글귀에 사로잡혀 나가게 된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 모임에서 자신과 같은 아픔을 지닌  ‘지훈을 본 순간 사강은  자신을 오래 따라다니던 슬픔과 인사한다. 사강의 소설책 슬픔이여 안녕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주인공 세실이 말한 슬픔이여 안녕이란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만 치유되며 이별의 슬픔이 가벼워질 때, 비로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는 의미임을 , 


지훈이 실연당한 사람들의 조찬 모임에 나오게 된 이유역시도 본인이 정작 실연자였기 때문이다. 십년의 긴 연애기간으로 권태를 느낀 현정은 지훈의 이별통보로 쿨하게 헤어진다. 조실부모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바보 형 명훈을 돌봐야하는 지훈에게는 현정이 안식처나 다름없었지만둘의 연애를 지루해하는 것을 보며 지훈은 이별을 고했다슬퍼하기는커녕 고맙다며 떠나는 현정의 모습을 보며 지훈은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을 통해 위로받고자 한다

 

허나  모임은 겉으로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명목을 위하고 있지만, 결혼정보회사의 이벤트성으로 기획된 만남이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근무하며 성공에 목말라있는 정미도의 확신에 찬 기획의 캐츠프레이즈는  ‘헤어져야 만나고, 만나야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정미도의 선택이자  비밀스러운 모임의 발단이었다


십년의 연애와 십년의 결혼생활 중에 한 번 이별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이별을 말하고 돌아오는 길,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 가슴에 구멍이라도 난 듯 커다란 고통을 느꼈던 것도 같다. 결국 다시 만났지만, 그 이후 이별을 생각해 본적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나이가 들면 서로를 놓아주고 싶은 졸혼이라는 걸 해 보고도 싶다. 살면서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에 집착하며 상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옭매인다. 그러면서 때때로 서로를 불쌍하게도 여기면서 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서운해 하면서도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한다. 전혀 모르는 '타인'이라는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주를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생이 걸리는 일이다지훈이 십년의 세월동안 현정을 사랑하면서도 아픔을 털어놓지 못한 채 헤어지지만 사강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 보이는 모습을 보며 사랑의 완성은 상대의 슬픔을 공유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 이렇게 실연당한 사람들은 미도의 확신처럼 헤어지고 만나고 사랑을 이룬다.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닐까사랑과 삶과 이별과 아픔은 하나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한 곡절씩 고비를 넘고 넘어 여러 과정을 거쳐 가며 이내 슬픔에 무뎌져 웃으며 안녕을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찾아오는 거라고, 그러니 사랑이 떠나갔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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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
제프 하우.조이 이토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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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나인
#미래는이미와있다우리가느끼지못할뿐

요즘 모든 것이 전자화 되어 가는 추세에서 기계치인 나로서는 가끔 두려움이 앞선다.

친구의 집에 갔다가 설거지를 도와준다며 개수대 앞에서 물이 나오질 않아 한 참을 서있던 적도 있고, 암호에 가까운 아파트 입구 비밀번호와 집 앞의 도어까지 걸어갈 동안 자동으로 켜지는 전자 등은 나를 미래의 황량함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매일 매일 변화되고 있는, 기술이 인간의 이해를 앞서는 시대를 우리는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현대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영화를 처음 발명한 뤼미에르 형제는 ‘영화는 미래가 없는 발명품’이라는 말을 하며 관심을 사진으로 돌렸다. 그러나, 뤼미에르 형제를 통해 움직이는 사진에 대한 영감을 받은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찍는 시도를 하게 되면서 발전하게 된 것이었다.

발명은 했지만 발전은 다른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스토리는 최초의 상업적 통신 체계를 발표한 새뮤얼 모스나 축음기를 발견한 에디슨에게도 보여지는 현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술의 미래를 잘못 해석했고, 보편적 사고방식에 따라 시야가 좁아져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런 신념과 편견과 기준과 관습의 매트릭스가 일련의 규칙을 구성하고, 그 규칙들이 우리의 사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의사 결정을 이끈다고 믿었다. 푸코는 이것을 ‘에피스테메’라고 불렀는데, 이런 사고 체계를 통해 역사적 시기들을 구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마치 고고학자들이 시대별로 어떤 도자기가 사용되었는지로 역사의 단계를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과학 철학자 토머스 쿤은 고전이 된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그처럼 모든 것을 포괄하는 신념 체계를 ‘패러다임’이라 했다. -p19



우리에게 현재 기술 변화의 물결은 이제까지의 강한 자가 반드시 살아남는 것이 아니고, 리스크라고 해서 모두 다 완화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희소한 자원에 맞는 최적의 조직형태가 회사라 할 수도 없으며, 예전의 방법만이 최선의 길도 아니며 과거처럼 미래를 진단할 수도 없는 이른바 유동적인 디지털 시대이다. 이제까지의 기존 틀만으로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점점 빨라지고 있는 미래의 패러다임을 읽을 수 있도록 제안해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MIT 미디어랩 소장 조이 이토와, 미디어랩의 연구원이자 IT 분야의 베테랑 저널리스트 제프 하우는 미래의 패러다임을 읽을 수 있는 아홉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그들의 미디어랩 화이트보드에 늘 적혀 있으며, 수많은 실험과 경험 속에 DNA처럼 박혀 있는 아홉 가지 원칙이다.


조이 이토와 제프 하우는 우리 시대를 세 가지로 정의한다.

1.비대칭성

2.복잡성

3.불확실성

이 세가지가 지배하고 있는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우리는 너무도 무방비한 상태이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예측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른 처방전으로 저자들은 9가지 원칙을내놓았는데 바로 목차에 나와 있듯이

1. 권위보다 창발 2. 푸시보다 풀 전략

3. 지도보다 나침반 4. 안전보다 리스크

5. 순종보다 불복종 6. 이론보다 실제

7. 능력보다 다양성 8. 견고함보다 회복력

9. 대상보다 시스템이다.

 

세상은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의 한 가운데에 와 있다. 그것은 맞는 말 같다. 세상은 한편으로는 미쳐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건과 사고는 인간으로서의 이해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들이 많아졌고, 이 저변에는 인터넷 발달이 한 몫 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도 없다. 우리는 이미 너무도 많이 이 인터넷 바다에 깊숙이 몸을 담그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잠시라도 없으면 우리는 금방 불안해지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금새 외로움에 어쩔 줄을 모른다. 알파고와 인간의 대결을 TV로 시청할 수 있으며 무인자동차의 세계가 우린 기다리고 있으며 상대가 없어도 섹스를 할 수 있는 섹스로봇의 판매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세상은 인공지능으로 다시 한 번 바뀔 시도를 할 채비를 마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미래를 피할 수 없으며 인터넷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저절로 탑승하게 되었다. 그런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류에게 타고난 적응력은 그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홉가지 원칙은 적어도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에 충분하다. 누군가 말했듯이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지만 느끼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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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_ 동굴 속 여인의 일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미의 정의는 무엇이고, 미와 추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무엇을 진정한 미라 할 수 있는가?

아름다움에 대해 알고 싶어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아름다움의 의미를 알기 위해 세상 곳곳을 여행했으나 어디서도 만족스러운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철학자와 종교인들은 추상적인 답변만 들려줄 뿐이었다. 마침내 그는 지혜로운 현자들이 산다는 히말라야로 발길을 향하게 되었고, 그곳의 어느 동굴에 아름다움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동안 험한 산길과 바
바위를 오른 끝에 남자는 높은 산정에 위치한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동굴은 어두워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동굴 안을 향해 소리치자 뜻밖에도 늙은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엇을 원하는가?”

아름다움의 의미를 알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하자 여인은 그를 동굴 안으로 초대했다. 사람들이 말한 현자는 늙은 여인이었다. 여인은 남자의 질문에 열정적으로 답했고, 그곳에서 그는 며칠 동안 생활하며 그녀로부터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한 모든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미의 개념과 정의, 미를 식별하는 법, 역사 속 미에 관한 다양한 이론 등 여인은 자신이 가진 지식 전체를 그에게 전수했다.

그런데 동굴 속 어둠에 차츰 눈이 익숙해진 남자는 어느 날 지금까지 봐 온 어떤 여성보다 추한 몰골을 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희미한 불 앞에 웅크린 그녀의 얼굴은 습기 찬 동굴 탓인지 온통 사마귀투성이인 데다 제멋대로 자란 덧니가 입술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동굴 안의 퀴퀴한 냄새도 그녀의 불행한 체취가 밴 것이었다. 등은 굽고, 눈동자는 공허하고, 이마는 주름으로 가득했다. 오랫동안 감지 않아 머리카락도 마구 헝클어져 있었다.

어두운 동굴 안에는 그녀의 모습을 비춰 볼 거울이 전무했다. 모닥불 불빛으로 인해 동굴 벽에 비친 그녀의 그림자가 전부였다. 그 그림자는 그녀의 실제 모습과 달리 신비로웠고, 여인은 자신의 손짓과 동작이 연출하는 그 아름다운 그림자에 매료된 듯했다.

아름다움에 관한 그녀의 지식은 모든 면에서 완벽에 가까웠다. 다만 그녀가 말할 수 없이 추한 모습이라는 사실이 슬프고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마침내 떠날 시간이 되었을 때, 그녀의 아낌없는 가르침에 고마움을 느낀 남자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동안의 가르침에 무엇으로 보답하면 될까요?”

그녀가 말했다.

“나를 위해 그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한 가지뿐이다. 세상으로 돌아가서 나에 대해 말할 때, 내가 매우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해 달라.”

진실은 때로 그 뒤에 추한 거짓을 감추고 있다. 동굴 속 여인이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지만 실체는 추한 몰골인 것처럼, 진리와 정의에 대해 완벽한 논리를 전개하지만 우리의 실제 모습은 그것과 거리가 멀 때가 많다.

작가인 나는 어떠한가? 내가 글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아름다움과 나 자신의 아름다움은 얼마나 일치하는가? 인간적인 불완전함은 제외하더라도 내가 말하는 진리들이 나의 행동에서 스며 나오기를 나는 바란다. 글에 표현된 내가 본연의 나를 능가하지 않기를, 빛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 속이 아니라 푸른 하늘 아래서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그리고 나는 충분히 나 자신이기를 희망한다.

삶이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의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정답을.

행복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행복에 이르는 길, 행복의 조건, 행복의 비밀에 관한 강의를 듣고 책들을 읽는다.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부족함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과 삶이 베푸는 것에 자주 감탄하고 몰입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풀꽃 한 송이, 봄 햇살, 차 한 잔에서 감사와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가 외면하는 우선 순위에 드는 것들이다. 현실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논리만이 지배하는 세계에 갇혀 자기 목소리의 메아리에 도취한 동굴 속 여인은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알라딘 eBook (류시화-새는 날아갈때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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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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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5.18을 두고 북한군들이 개입된 남한의 폭동이라고도 한다. 지만원의 과학적?인 증거로 폭동이라 주장하는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박사가 되었을까 할 정도로 유아수준의 어휘사용과 억지, 추측이 난무하면서도 과학적이라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더 우스운 건 그것을 진실처럼 받아들이는 무리가 항상 있다는 것이다. 그런 무리로 5.18은 다시 폭동으로 둔갑하여 인터넷이라는 바다를 두둥실 떠다닌다. 지만원이 패소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런 유언비어가 떠도는 것은 어차피 사람들은 진실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믿고 싶은 것을 믿어야만 하는 잘못된 신념만이 그들을 지탱하고 있다. 


살면서 우리는 그런 경우를 자주 맞딱드린다.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앞장 서서 그 진실을 말하기가 힘든 경우를. 말하면 괜히 엮여서 피곤해 질 것 같고 , 먹고 살기도 힘든데 괜한 일에 목숨 걸게 되는 것 같은 선택의 상황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덜 피곤하고 목숨 걸지 않으면서 안전한 선택을 하려 한다. 


경기도에 사시는 부모님은 박정희의 열렬한 지지자들이었고, 전라도 사람들에 대해 보편적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아주 철저한 보수적인 분들이셨다. 자식이 넷이나 되는 우리집의 명절 풍경은 철저히 보수적이신 부모님들과 이후 성인이 되어 머리가 깨일만큼  깨인 네 명의 자식들과 박정희 대통령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언제나 부모님은 자식을 이기지는 못하셨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늘 어두운 그림자와 공포 같은 것이 부모님께 느껴졌었다. 아마도 그 시대를 겪은 세대들에게 혁명이나 사회의 혼란은 견디기 힘든 시절들이었을 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향수는 그저 그런 혼란스러운 두려움의 방패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을 목숨 걸어가며 살아간 사람들이 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되어 책으로 민주주의를 스폰지처럼 흡수하게 된 지식인들의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그것이 이후 5.18까지 번져가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 [영초언니]는 몸부림의 선봉에서 청춘을 저당잡힌 채 살아간 여성이다. 저자 서명숙은 영초언니와 함께 한 몇 안되는 조력자였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금생활을 하는 동안의 이야기들이 무엇보다 충격이고 감동적으로 읽혀진다. 고문과 협박,데모하는 이들에게 행해진 가혹한 행위들, 구치소에서의 인권 유린의 행위들을 픽션이 아닌 생생한 목격자를 통해 전해 듣자니 눈물이 책을 적시곤 했다. 


영초언니의 비극적인 삶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했다. 영민하던 영초언니와 서울대 천재였던 문화형의 비극적인 삶은 그 시대를 외면하며 살아간 이들을 대신한 십자가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선택의 순간이 올 때 당장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비굴해지기도 하지만 누군가 십자가를 짊어짐으로 해서 다수는 면죄부를 받기도 한다. 영화 [택시운전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 날의 진실을 기억하듯이, 영초 언니로 인해 많은 이들이 그들의 삶을 이해해주길 바라며, 이들로 인해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진일보 해 왔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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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발견한 #주황혀버섯 입니다 ㅎ
산 꼭대기 약간 습기를 머금은 벤치에
틈을 삐집고 나와 이쁜 색을 뽐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이뻐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보고 있었답니다.
아주 작은 물과 소량의 이산화탄소만 있어도
생명은 자랄 수 있습니다.
저 작은 생명체처럼 물과 이산화탄소만으로도
우리 생을 이어가는데는 별지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요.
현대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하기에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겠죠 ..

참 귀엽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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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8-2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버섯에서 시작해서 점점 풍경이 커지는 게 그림책을 떠올리게 해요^^ 책 제목은 잊었지만

드림모노로그 2017-08-28 08:32   좋아요 0 | URL
그래요? 제가 늘 다니는 산길이라 풍경은 의미를 두지 않고 올렸는데
그리 말씀해주시니 뭔가 대단한 .. 걸 느끼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