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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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죽음과 매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도 누군가의 죽음을 수도 없이 전해 듣습니다. 누군가가, 내가 알고 있던 알고 있지 않던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죽음입니다. 그리고 나의 삶은 그들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들이 왜 죽었는지 이유조차 기억 나지 않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같은 뜻인지도 모릅니다. 하루가 지나고, 내일이 찾아온다는 것은 죽음과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는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시간이 흐를 수록 더해갑니다. 내가 살았다는 것을 기억해주는 것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니까요.

 

산소 탱크를 어깨에 메고 산소호스를 달고 살아야 하는 헤이즐 그레이스는 열여섯입니다. 폐암 말기이죠. 죽음을 앞둔 이 소녀에게 소녀의 엄마는 매일 찾아오는 '하루'에 언제나 의미를 부여합니다 . “헤이즐, 오늘은 생일 반년 기념일이란다. 헤이즐, 오늘은 소나무에 새순이 나는 날이란다. 헤이즐, 오늘은 콜럼버스가 인디언에게 천연두를 퍼뜨린 날이란다.”하면서요. 소녀의 엄마는 그렇게 소녀의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며 소녀를 기억하는 의식을 하죠.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견디기 힘들테니까요. 소녀는 그런 엄마가 자신보다 더 불쌍합니다.

 

세상에서 열여섯 나이에 암에 걸리는 것보다 더 지랄 맞은 일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암에 걸린 자식을 갖는 거다 

 

산소 탱크를 달고 오늘도 소녀는 암환자 모임인 서포트 그룹 집회에 나가요. 죽음의 부작용인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죠. 그곳에서 어거스티스라는 남자아이를 사귀게 됩니다. 재치있고 영리하고 활달한 어거스티스와 나눈 대화는 소녀 헤이즐을 흥분시킵니다. 도처에 깔린 친구라고는 암환자들이었고 그들은 모두 시니컬했고 우울했거든요. 하지만, 어거스티스는 달랐어요. 어거스티스는 골육종이라는 암에 걸렸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고  문학을 이야기하고 영화주인공과 닮았다는 말을 해주고, 무엇보다 헤이즐의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헤이즐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어거스티스에게 말해줘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책에 대해서요. 그 책은 장엄한 고뇌라는 책으로, 그 책의 주인공 안나는 혈액암에 걸렸어요. 헤이즐이 안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안나가 자신의 암을 단지 부작용이라 부르기 때문이죠. 암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나, 암환자를 위해 재단을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은 헤이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재미대가리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안나에게 매료되었던 것은 아동 암환자에 대한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이죠. 지구에 다양한 생명체를 만들어 낸 끊임없는 돌연변이의 부작용이라는 표현 말이죠. 그러나. 책은 안나의 엄마가 결혼하는 것이 끝입니다. 헤이즐은 다음 안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안나가 죽었는지, 병을 이겨내었는지, 이후의 삶이 궁금한 헤이즐은 출판사 담당에게 편지도 여러 통 보내었지만. 답장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다는 이야기까지 어거스티스 워터스에게 털어놓게 되죠.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을 위해 장엄한 고뇌저자의 이메일을 알려 주죠. 그리고 헤이즐은 저자 피터 반 호텐에게 다음 편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요청을 해요. 그러자, 피터는 자신의 열혈독자를 암스트레담으로 초청을 해요. 하지만, 아픈 딸의 뒷바라지 하느라 없는 살림에 여행경비가 있을 리가 없죠. 하나의 희망이 있다면, 암환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재단에 마지막 소원을 요청하는 것이었는데 헤이즐은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서 이미 소원을 써버렸답니다. 어거스티스는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헤이즐을 위해 씁니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간 작가와의 만남에서 작가의 입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독설과 알콜중독자 특유의 횡설수설을 보고 둘은 실망을 안고 안네 기념 박물관에 갑니다. 그곳에서 둘은 서로를 기억하기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몸짓을 합니다. 그리고 어거스티스의 암이 활발하게 활동을 재개하였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게 되죠.

 

사람들이 내가 우는 걸 보면 상처받을 거라고, 내가 그들의 삶에서 슬픔이라는 존재밖에는 되지 못할 거라고, 단순한 슬픔으로 전락할 수 없으니까 울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래요. 어거스티스는 헤즐리보다 먼저 죽습니다. 하지만 어거스티스는 헤이즐을 위해 많은 것을 남겼어요. 매일 하루하루 한정된 죽음속에서 영원을 느끼게 해 주었고, 이제는 자신에게도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는 비극적 결함이 생긴 것에 기뻐하지요.  소설속에 등장하는 작가 피터의 말에 의하면  소녀가 나아지면 소년이 아프고 소녀가 아프면 소년이 나아지는 이런 '교차성'이 별의 본질이라고요. 피터는 이둘의 운명을 비극적 결함이라고 부르죠. 사실 헤이즐이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 소년은 소녀를 보며 소원을 빌었답니다. 소녀보다 자신이 먼저 죽어 자신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요.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이렇게  광활한 우주속에서 짧디 짧은 우리의 생生에  깊고 무한한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피어올립니다.  암환자치고는 능청스럽고 긍정적인 헤즐리의 유머때문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고통을 말할 때는 너무 가여워서 울게 되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채워간 이들의 용감함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비록 고통이 우리를 피폐하게 할지라도 사랑만이 고통을 낫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빛나는 슬픈 사랑이야기라서요.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의 저자 헬렌 스코닝이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거든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가을이 여름뒤에 오듯 결혼 이후에는 사별이  기다리고 있듯, 자연의 법칙이라고요. 하지만, 저는 아직 죽음을 이렇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매일 죽음을 느끼면서도 사랑하는데 머뭇거리지 않았으며, 죽음을 자연의 일부로 이해하는 어린 두 주인공을 보며  인간의 생은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이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게도 언젠가는 찾아올 죽음의 한조각을 바라보며, 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사랑하고 기억해주고 싶어요.  내가 이 별에 살았다는 것을, 누군가가 기억해주길 바라면서요. 헤즐리 양,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라는 거.. 알게 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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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을 위한 우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5
빌헬름 게나치노 지음, 박교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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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이 하염없이 비만 내리는 날일 뿐 이고 자신의 육체는 이런 날을 위한 우산일 뿐이라고 느끼는 그런 사람들이 저희를 찾아옵니다. -p117 

 

잉여인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 날을 위한 우산>에는 한 남자가 나옵니다. 이 남자는 스스로 잉여인간이 된 사람입니다. 왜 그가 스스로 잉여인간이 되고 싶었을까요? 삶이 지루하기 때문입니다주인공은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죠. 리자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근근히 먹고 살았던 주인공은 어느 날, 통장잔고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야 리자가 떠났다는 것을 알아차리죠. 그리고 버림받았다는 것도, 말그대로 생활고가 찾아와서야 자신에게  위기가 닥쳐왔다는 것을 느끼는 거죠.  인간이 가장 궁핍을 느낄 때가 아무래도 배가 고플때가 아닐까요? , 주인공은 배가 고파졌어요. 그런데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처지가 아니었죠. 서서 먹는 , 빈민층이나 가는 곳이라 여겼던 식당에서 주인공은 눈을 질금 감으며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기 싫은 척 하면서요. 자신이 여기와서 밥을 먹는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이죠. 왜냐구요? 창피하니까요. 인정하기 싫은 거죠. 주인공은 이런 곳에서 식사하기에는 너무 많이 배웠거든요. 거리를 배회하던 주인공은 공원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는 잉여인간이 되기로 해요. 심지어는 자신의 삶을 먼지보푸라기로 표현하죠.

 

먼지는 기이하리만치 은밀히 증가해간다! 보풀이 인다는 말이 어쩌면 내 삶의 현 상태를 적당히 표현해줄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 듯 떠오른다. 먼지보푸라기와 똑같이 나 또한 속이 거의 들여다보이고, 안은 연약하고, 밖으로는 쉽게 휘어지고, 사람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매달릴 뿐 아니라 말도 없다 

이제부터  주인공은 먼지 보푸라기가 되어 세상을 보고 있어요. 갑자기 아무 생각이 없어진 주인공 는 유난히 속눈썹에 숱이 많았던 첫사랑과 닮은 여자 군힐트를 바라보며 자신의 사랑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잊지 못하는 것은 함께한 경험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나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우리의 머릿속에 선명히 떠오르는 세부적인 신체 부위들 때문이다.” 라고요, 이게 바로 잉여인간의 사랑인거죠. 사랑도 감정이 아닌 신체부위라고 하는 이런 유치한 사고를 한 것은 주인공 는 아직 감정이 성숙되기 전이기 때문입니다. 잉여인간에게 감정은 사치이니까요. 그래서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신을 두 개로 분리시켜 세상을 봅니다. 혹시 그거 해 보셨어요? 나와 나를 분리시켜보는 거요. 한번쯤은 그럴 때가 있잖아요. 삶이 나를 배신했다고 느꼈을 때가, 그래서 주인공은  일자리를 잃고 정처없이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맨정신의 남자와 망상에 빠져 그런 일들에 대해 아무것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몽상가로 분리하여 세상을 바라봅니다.  

 

난 마치 어렸을 때처럼 거의 모든 사건의 첫머리만을 이해하는 느낌이 다시 드는 것 같다.

첫머리를 이해하고 나면 난 아마도 도망쳐버릴 것이다. 온갖 복잡한 삶이 늘 나를 얼마나 두렵게 만들었는지 아주 또렷이 기억날 테니까 말이다.

 

분리된 주인공은 이렇게 삶을 낯설게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처음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던 그는 즐겁기도 하지만, 이내 다시 두려워집니다. 삶은 이처럼 낯섬으로 시작하여 즐거움을 주지만, 결국 두려움을 동반하여 먼지 보푸라기처럼 주인공 를 꼬옥 붙어 다니죠. 주인공 는 또한 자신이 힘멜스바흐처럼 될까 두려워하고 있어요. 주인공이야 잉여인간을 흉내 내고 있는 가짜이지만, 친구 힘멜스바흐는 진짜 잉여인간이거든요. 그래서 주인공 나는 삶이 두렵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지만 아웃사이더인 현대판 거지의 모습이란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죠.

 

진짜로 중요한 사람들이란 오직 자신들의 학식과 지위를 삶 속에서 서로 융화시켜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비만 내렸던 주인공의 삶에 나타난 죽어가는 사람들-발크하우젠 부인-의 상담을 해주게 되면서 이제 주인공에게도 삶에 우산이 드리워지기게 됩니다. 오랫동안 짝사랑하였던,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던 수잔네와 신체부위가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억해내고, 삶 앞에 머리를 자주 숙인다면 언젠가는 산다는 것에 동의할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이 수잔네의 두 다리 사이에서 생겨납니다. 여기서 두 다리 사이에서 깨달음은 중요합니다. 외설적으로 들리지만, 주인공 는 소설 속에서 많은 여자를 만나지만, 행위가 이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죠? 이 장면은 주인공이 잉여인간을 탈피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무척 중요한 장면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외칩니다. 외부세계가 마침내 내 내면의 텍스트들에 맞아떨어지기만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고 ! 이제 나 자신의 삶의 눈먼 승객으로 사는 짓은 그만둘거야 !

 

이렇게 해서 어느 도시의 방랑자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이날을 위한 우산>2004년 게오르크 뷔히너상 수상작입니다. 책은 무척 얇지만, 얇다고 깔보면 안됩니다. 이 책 안에 실려있는 삶의 깨달음은 보여지는 것 이상입니다. 우리의 삶은 '낯섦'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즐거움도 느끼지요. 그러나, 이내 삶의 곳곳에 숨겨진 의미를 알게 될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요. 이런 삶의 과정을 주인공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다름아닌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런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음을 깨닫습니다. 삶은 아름다운 것 ! ~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불행을 감수할 때, 삶이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이날을 위한 우산이 아닐까 합니다 주인공이 먼지 투성이의 삶을 이해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때 입니다. 그런 말이 있죠, 진정한 사랑은 우산을 주는 것이 아니라 쏟아지는 비를 같이 맞아주는 거라고. 주인공은 그렇게 삶을 이해합니다. 이 책은 그렇게 쏟아지는 비를 같이 맞아주는 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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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정치
이종은.조현수.홍원표 외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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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이란 무엇일까? 상징이라는 말은 무척 다의적인 개념이다. 우리가 접하는 언어속에는 무수한 상징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나치를 상징하는 절기호 卍 라든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것으로는 한복이라든지, 태극기, 애국가등이 있다. 수도 없이 많은 상징들, 이렇게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은 이미지로 다가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던 것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서 구상화하는것을 말한다. 이런 상징은 여러사람이 동일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나타내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내노라하는 기업들도 자신들의 상징을 가지고 있으며, 일상적인 생활에서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징에 지배받고 있다. 심지어 대선을 앞둔 지금에서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상징을 만들어내는 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상징은 우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정치에서는 상징이 수도 없이 이용되어 왔다. 이 책은 그런 점에 착안하여 상징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집필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상징이 정치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언어라고 한다. 상징체계가 관념체계를 형성하고 인간이 관념의 체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간은 상징을 만들 능력도 가졌지만 인간은 상징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치에서 특히 언어상징이 중요한 이유는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인간은 상징을 통하여 현실을 정돈하고 해석하며, 나아가서는 현실을 재구성한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상징을 만들었지만, 만들어진 상징의 지배를 받으면서 삶을 영위한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을 '상징적 동물'로 규정하고 있다. 상징적인 인간에게는 이성적인 논리로 호소하기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예술이 커다란 역할을 한다. 이것을 저자는 우회적인 상징조작을 통하여 정치에 관여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감정에 호소하는 상징방법을 기존의 정치적 상징체계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상징체계를 만들어내고 강화시키는 투쟁의 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에서 상징과 실재는 분리될 수 없다.민족, 인종 또는계급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상징적으로 확인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생각하는 경우에만 이것들은 역사속에서 하나의 행위자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관련된 상징은 어느 철학자의 발명품이 아니라 변화를 가져다 줄수 있는 감각적 수단이다. 게다가 상징화 (symbolization)는 문화를 형성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합리성에는 분명히 한계가 존재하며 , 인간은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생명체라는 점을 인식했던 상징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그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상징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합리성이라는 명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인간의 모든 삶을 재조명하게 한다. 그래서 정치는 합리적인 과정도 아니고, 비합리적인 과정도 아니면, 오히려 무합리적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인간은 서로에게 사물, 개념 그리고 인간 경험의 모든 단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런 능력으로 인해 사회라는 조직이 탄생하였고 인간은 본능적이며 생물적인 프로그램으로부터 상당할 정도로 벗어나게 되었있다. 인간은 세상에서 적응하고 존속하기 위하여 상징사용능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징으로 인하여 인간은 심리적으로 절약할 수 있으며, 대중은 정치적인 관련을 맺을 수 있다. 대중이 정치에 대응하는 동기적인 근거는 사람들이 이러한 상징에 연관시키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이성적이거나 윤리적인 근거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인간 자체가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상징이 정치권력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는 비합리적이다.

 

플라톤은 "최소한 사회지도자들은 시민들을 그러한 환각병에서 치료해 줄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가져야 하며, 바로 그런 사람들을 철인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실제로 강한 것은 아무 소용이 없으며, 실제로 강한 것보다는 강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며, 거짓과 위선은 뛰어난 통치술의 속성이 된다. 정부는 상징을 통하여 대응하며, 상징을 통하여 불안을 완화시키고 지지를 증진시킨다. 그렇게 해야만 정치체제의 안정과 효율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이것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의 예를 통해 정치에서 상징이 주는 의의 즉, 모든 사람에게 부과하기 위한 투쟁으로 보고 있다.

 

상징은 이렇게 우리의 현실을 정돈하고 해석하며, 나아가 현실을 재구성까지 한다. 그렇기에 사회조직 및 정치과정의 형성 그리고 소통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인간은 "상징적 동물"로서 상징의 망 속에서 인간의 사유와 인식을 발전시켜 왔다.정치영역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상징주의는 사회적 현상이자 동시에 개인적 현상이다. 따라서 문화적 상징이 정치와 연결될 때 이것은 한 공동체의 정치문화를 구성하는 요인이 된다.

예를 들면

자유민주주의와 상징체계는

첫째, 가난한 자와 불이익을 당하는 자에 의한 수탈지배체계

둘째, 위계조직과 특권보다는 동등한 기회와 개인적 장점에 기초한 업적사회

셋째, 사회적 불평등의 축소를 목표로 하는 복지와 재분배제도

넷째, 다수의 권력에 대한 견제를 통해 소수의 권리와 이익을 보장하는 지배체제

다섯째, 보통선거라는 경쟁적 투쟁을 통해 공직을 수행하는 체제

이것을 쉽게 말하자면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국민을 위한'으로 상징할 수 있다. 3장까지는 이렇게 상징이 단지 하나의 비합리적인 사유체계라는 인식을 넘어서서 상징의 적극적 혹은 긍정적 역할을 수용하면서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방임'과 '개입'의 상징이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전체주의 체제에서는 '통합과 배제'의 상징이라는 관점에서 두 체제의 상징을 비교분석하는 것이 2장이며 철학자들의 상징의 관계에 대한 정치이론적 고찰은 3장에서 다루고 있다.

 

철학자는 시대의 흐름에 대한 의식의 경험속에서 새로운 상징을 창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수단으로 상징을 핵심으로 끌어들인 카시러, 보에글린, 까뮈의 입장을 정리해보자면

 

첫째 이들의 상징이론에는 존재론적 긴장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으며

 

둘째, 이들의 상징이론은 상징형식에 숨겨진 보다 근본적인 인간적 요소를 기여했다.

 

셋째, 이들의 상징이론은 실천적-도덕적 차원에서 인간다운 삶을 한층 더 고양시키려는 열망을 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마지막 단락 북한의 정치상징이다. 북한이 오랜 세월 독재자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상징이 한 몫하였다. 위에 말하였듯 정치의 비합리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치에 합리적인 것을 바라지만, 정치가 합리적일 수 없는 것은 인간의 본질이 원래 비합리성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커가 '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하였듯이 정치의 생명은 상징에 있다. 책의 서론에 밝히듯이 도덕적이거나 선한 사람이 지도자가 될 확률은 아주 희박하며 강한 척 할 줄 알고 만들어진 상징에 지금 이시대의 요구가 지도자를 만든다.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일이 국가상징, 정치적 구호, 상징조형물을 통해 자신들을 상징화하는 동시에 일상화하는데 성공하여 대중들이 이런 상징화와 심리적 동질화를 이룸으로써 자연적으로 상징에 지배받게 된 것을 북한주민들을 통해 볼 수 있다. 성공적인? 상징화로 인해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유일한 독재국가로 남겨진 것이다.그런 면에서 북한은 지구상 가장 강력한 상징정치라 볼 수 있다. 지혜로운 국민은 상징화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책 《상징과 정치》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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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과 정치
이종은.조현수.홍원표 외 지음 / 인간사랑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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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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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진자 1 -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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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샀다, 푸코의 진자. 장미의 이름 이후 두번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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