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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
이석연 편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평점 :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있다. 독서를 하면서 좋은 글귀들을 많이 적어놓지 못한 것이다. 다이어리에 비어있는 여백이 그런 아쉬움을 더하던 차에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를 만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나의 게으름에 괜한 심통이 났다.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글 한 줄이 주는 깊은 울림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또한 신기했다. 저자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은데 약력이 화려하다. 6개월 만에 고졸 검정고시 패스,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 합격, 변호사,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내고 최근까지 법제처장을 역임하였다.
그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을 ‘독서노트’로 꼽는다.

‘제 삶의 과정에서 직접 겪고 부딪히며 고민하면서 순간적으로 뇌리에 각인되거나 여운을 남기면서 스쳐 지나간 것을 그때그때 채취한 싱싱한 活魚(활어)로 가득한 ’독서노트‘에서 건져 올린 것입니다. 지금도 권수를 채워가면서 써가고 있는 제 독서노트는 책을 통해 얻는 지적인 성과와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기록한 저만의 보물창고이자 사유의 격전지라 할 수 있습니다.’
철학, 법전, 세종실록, 인문과 고전을 종횡무진하면서 주제를 세 가지로 분류한 뒤 자신이 고민하고 기록한 흔적들을 9개의 장으로 세분화하였다. 법과 정의의 실현,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라는 사회속의 개인의 관점으로 읽기 좋은 장이 1부 ‘하늘의 그물은 놓치는 것이 없다.’이고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서 읽어보기 좋은 글들은 2부 ‘유언은 지자에게서 멈춘다.’ 3부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이 있었던가’ 에서는 삶에서 위로받기 좋은 문장들이다.
1부 하늘의 그물은 놓치는 것이 없다 /1장 모든 법률가를 죽여라 /2장 역사는 그렇게 자유를 키워왔나니 /3장 천하 백성들의 즐거움을 낙으로 삼고
2부 유언(流言)은 지자(智者)에게서 멈춘다/4장 삐져나오는 못은 더 삐져나오게 하라 /5장 ‘왜’를 품은 자는 ‘어떻게’가 힘들지 않다 /6장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3부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이 있었던가/7장 마음, 마음, 마음이여, 알 수 없구나/8장 상상력이야말로 행동하는 영혼 /9장 배움의 길은 나날이 새롭다
호모 비아토르는 ‘여행하는 인간’을 말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간의 속성을 ‘끊임없이 옮겨 다닌다’는 의미로 쓴 말이다. 올 한해는 실속은 없이 바쁘기만 한 해였다. 내실 있는 독서도 하지 못하였고, 독서의 기록조차 남기지 못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독서노트’를 들고는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을 열심히 따라 쓰곤 한다. 팔닥거리는 활어들을 내 삶이라는 그물에 넣는 것으로 올 한해의 독서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어 다행이다. 2016년의 독서계획 카테고리에는 ‘독서노트’ 하나 만들어야겠다. 저자의 말 ‘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유산’이라는 말에 이끌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