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하우스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며칠 전에 김혜수 주연의 차이나타운을 보았다. "쓸모가 없으면 살 가치가 없다" 라는 자본주의 공식을 철저히 따르는 누와르 영화였다. 중간중간 선혈이 낭자하고 칙칙한 뒷골목이 살풍경하게 그려진다. 아이를 지하철 사물함 10번에 버려 아이 이름을 일영이라 지은 것도 인간의 존재가 이름 모를 들꽃처럼 취급되는 현실의 신랄한 조소다. 일영이라는 이름도 서러운데 한 술 더떠 그 아이를 부패경찰이 사채업자한테 팔기까지 한다. 뒷골목 사채업자 김혜수(엄마)는 그런 아이를 다시 길에 버린다. 살아 돌아 온 아이만 킬러로 길러진다.   

 

 

인생이란 게 원래 엿 같은 거니까

 

<라스트 차일드>로 만났던 작가 존하트의 작품이다. 왜 뜬금없이 차이나타운 이야기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일영이 킬러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이 이 책의 주인공 마이클과 비슷해서? 아니면 냉혈한 엄마 밑에서도 가족이라는 책임과 희생을 감수하는 일영의 인간적인 면이 마이클이 지닌 감수성과 같기 때문에?. 

 

변호사였던 저자의 필력에 반해 그의 작품을 찾아 읽었는데 역시나 재밌다. 고아였던 마이클이 킬러로 살게 된 이유, 그것은 단 하나뿐인 동생 줄리앙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킬러를 그만두려고 하는 이유 또한 사랑하는 여인 엘레나를 위해서이다. 한 번도 평범한 삶을 살아본 적 없던 마이클에게 '가족'이란 의미는 어떤 희생도 감당할 수 있게 하는 사랑이다.

 

정의롭고 충성스러울 뿐 아니라 믿음직스러웠던 넘버 원 마이클은 사랑하는 엘레나가 임신을 하자 평범한 삶을 살기로 한다. 그러나 누구나 다 알다시피 조직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죽어가는 보스의 소원은 마이클의 손에 죽는 것, 아버지와 같았던 보스를 죽인 후 조직의 표적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 마이클과 엘레나.

 

어렸을 때 입양 된 동생 줄리앙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 간 저택에서 마이클은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동생과 조우한다. 광기의 눈빛과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이는 동생을 보며 마이클은 줄리앙의 신변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 양어머니 아비게일은 줄리앙이 오랫동안 아파왔다는 말을 해준다. 고아원 시절, 병약했던 줄리앙은 고아원 동기들에게 폭행과 학대를 심하게 받아왔고 그 충격이 트라우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입양한 줄리앙을 어머니보다 더한 사랑으로 보살피는 아비게일은 마이클에게도 지나친 호의를 보이는 부분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조직을 피해서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아비게일은 줄리앙의 상태를 핑계로 떠나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보트 창고에서 발견한 로니의 시체는 뭔가 석연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하게 하고 , 시체를 호수에 버리는 모습을 본 엘레나는 충격으로 마이클을 떠난다. 레스토랑의 접시닦이인 줄 알았던 마이클이 시체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 마이클이 시체를 호수에 던지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본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들이닥치고 수색작업이후 몇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잇달아 발견되는 시체로 미국상원의원 저택은 매스컴과 경찰의 집중조명을 받게 되고 과거의 사건과 연계하여 용의자는 줄리앙으로 지목된다. 이들은  줄리앙과 마이클이 자랐던 고아원 '아이언 하우스'의 가족이었고 모두 줄리앙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이들이었다.  

 

보스가 죽으면서 남긴 수천만 달러의 행방을 찾기 위해 마이클을 찾아다니던 지미는 엘레나를 납치하고 마이클은 아비게일과  줄리앙을 위해 사건을 조사하며 아이언 하우스를 추적한다. 여기에서도 공식은 통한다. '쓸모 없으면 살 가치가 없다.'

 

한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는다는 의미의 () 구를 가르치는 것처럼 영화 <차이나타운>에는 핏줄 하나 섞이지 않은 이들이 밥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밥 먹으면서도 따뜻한 대화 한 마디 오가는 법은 없지만 가족은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듯. <아이언 하우스>는 그런 가족 드라마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달려가주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내놓는 킬러는 파편화 되어 가는 가족의 의미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킬러, 차이나타운의 영일과 아이언 하우스의 마이클이 겹치는 이유였다.   

 

"내게는 남동생과 누나도 있고, 내 가족이 있어. 그런 당신은 뭐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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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7-06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개그프로에서 기획사의 유명한 y씨를 따라한답시고 식`구를 직˝구 (ㅅ 발음에 유독 문제가 있던 설정인 )라고 풍자할 땐
미쳐 깨닫지 못했는데 아마도 이미 한 식구라는 개념(같이 한상에서 밥을 먹는 것은 가족보단 회사가 (또하나의 가족?))자체가
무너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타인과 어우러져 식사하는 시간이 더 많은거죠. 가족은 어쩌다 상을 같이 하지만 격식차린 상이
아닌 경우가 많고 전업으로 가사일을 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테니 모두 전문인의 손에서 나온 것을 돈을 써 가져다 올려 놓는 정도 일 ,(뭐 하는 분도 있겠죠.아직 한국이니까요)누가 더 타인에 가까운지 모르겠어요. 그런 연장선에서 황정은의 소설[계속해보겠습니다]에서 나나와 결혼하려던 모세의 집에 있던 아버지의요강˝을 남이 비우는게 당연하냐 남이다 아니다,따지던 것이 보여주는 것과 같지 않나..(아,이것은 좀 그래요)당연하다 여겨지던 일이 돈으로 치환되어서 일일이 모든 계산되어지고 있는, 지금..쓸 모˝란...대체 뭘까..요? 요강이라도 비울능력을 말하는 것일까요..(폭력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영화 차이나타운~을 봤는데 저는 그냥 가난한 삶도 형벌이라 는 거구나..이시대는 밟고 누군가의 위에서지 않음 죽는구나.라고만 읽혀서..무거웠다는 기억만..가득했는데..식구라...타인이..밥만 같이 먹는 데 식구가 될리없지않냐고..법으로 강제해도 스르르 풀리는(배신은 있는) 인간사..인데..쓸모라는 것이...의미하는 것은 (밥)피를나눈 사람들을 말함인건지..먹어야 사니..(음?!)어렵구나...덕분에 영화생각을 한번 더 했네요. 책도 다시 생각나고요.. 드림 모노로그님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드림모노로그 2015-07-0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이나타운이 느아르 중에서도 블랙 느와르에 가깝죠~..... 밥 먹는 장면이 가장 처량했어요.
매일 같이 짜장면에 밥상머리에서 담배나 피워물고.....저런 식구들도 있구나싶더라구요.
쓸모 없으면 폐기처분 되는 것이
자본주의에서 상품만이 아닌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는 건. 킬러의 세상을 보면 더 선명해지죠.
쓸모를 누가 정하는지는 모르지만
살면서 익숙해진 공식같기도 하네요.
그장소님도 건강한 여름나기 하세요~~!!!!

[그장소] 2015-07-10 01:15   좋아요 0 | URL
네~ 드림모노로그님도 건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