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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연대기 -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시간의 모든 것
애덤 프랭크 지음, 고은주 옮김 / 에이도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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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 가운데 판도라상자 이야기가 있다. 인간에게 재앙이 도래한 이유가 제우스가 금기시한 마음상자를 판도라가 열어보게 되면서 파생된 스무가지의 악덕(자기애, 무지, 슬픔, 허영,거짓말,과도함,집착,오만,탐욕,비뚤어진 웃음,골육상쟁의 피,잔혹함, 폭력, 운명, 불복종, 불능,이별, 복수)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수많은 악덕 가운데 첫 번째로 튀어나온 것이 바로 시간이다

 

시간이 악덕이다? 당시 나는 시간을 악덕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무척 의아했다. 악덕의 사전적 의미는 ‘도덕에 어긋나 나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덕이라는 기준은 분명히 인간의 기준일 뿐이다. 도덕이라는 규범자체는 인간이 만들어낸 테두리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도덕의 잣대로 악덕처럼  애매모호한 구분은  없는듯 하다. 그렇다면 인간 악덕의 기준에 다른 무엇 아닌 시간이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야기가 현대 우주론의 끝자락으로 우리를 이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생활에서 경험하는 시간의 역사인 시간의 사회사를 다룬다. 여기에는 깜짝 놀랄 만한 진실이 숨어있다. 우주론과 시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변화하면, 인간의 시간도 함께 변화한다는 것이다.-p15 

 

시간에 대한 이야기 시간 연대기는 우주의 역사와 인간의 시간을 하나로 엮는다.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인 일상생활과 연결하여 과학적 우주론의 탄생까지 궤어나간다.  저자는 시간과 우주의 변천사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삶'에 초점을 맞춘다.  이만년 전의 수렵과 채집의 생활과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과학의 시대인 현대라는 시간 간극은 어마어마하다.  이만년 전의 하루는 오늘의 일분이나 단 몇초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바로 과학이라는 혁명으로 인해 생활의 모든 패턴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문화의 혁명은 곧 도구의 발달과 궤를 같이하고 신석기 시대의 쟁기의 사용이 혁명의 시작이라면 현재 디지털 문화까지 수많은 우주론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우주와 문화의 변천사는  '물질'이라는 프리즘으로 과학의 스펙트럼을 펼친다. 

 

물질의 개입, 문화, 우주사이의 수수께끼 같이 복잡한 관계는 순환 고리를 이루며 열려 있었다, 문화적 변동은 새로운 종류의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기술은 다시 인간에게 새로운 형식의 체험을 하게 만들며, 이런 새로운 체험은 다시 새로운 형식의 문화 변동을 낳는 것이다.-P73

 

그렇다면 시간은 언제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일까? 저자는 중세 수도원에서 시간에 맞추어 의례를 행했던 것, 즉 하루가 여러 차례의 기도 시간으로 나누어졌던 것을 오늘날 시간의 원형으로 보고 있다. 이어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이 가져온 우주론적 개념은 시계장치 우주’ (시계가 보급되기 이전)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결코 넘치지도 않으며, 여름에도 겨울에도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시계장치(오렘)’라며 우주를 표현했다. 행성들의 운동을 정밀한 시계장치를 움직이는 균형잡힌 시소와 비슷하게 본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수백년 후의 뉴턴역학으로 이어졌고 산업혁명시대 발명된 가스등의 사용은 과학의 시대를 열게 된다.  이후 과학과 문화의 변화에 박차를 가하며 문화와 우주론은 더욱 긴밀해지고 복잡해져 간다. 아인슈타인의 '시간조정장치'로 인해 전 세계가 전자기적 동시성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었고, 이러한 시간의 동시성은 상대성이론의 기준틀을 마련해 주었다.

 

세탁기와 라디오의 등장은 팽창하는 우주론과 빅뱅이론을 정립해 주는데 저자는 문화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이 시간과 공간을 다시 정의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혀주고 있, 디지털 과학기술이 생활양식을 지배하게 되면서 빅뱅이론의 모순을 모두 해결해주는 인플레이션이론이 등장한다. 그러나 , 이것은 빅뱅(폭발)이전의 우주에 대한 설명에는 부족함이 있고, 빅뱅이후의 우주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미완상태에 있다저자는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과학과 그 과학이 속해 있는 우주가 다시 한 번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이어 영원히 순환하는 우주, 우주가 산산조각이 나 잿더미가 되고 난 후에 끝없이 부활한다는 주기적 우주론과 우주가 고차원 브레인 세계일 것이라는 가정을 제시하는 끈이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양자역학과 우주의 시작이나 끝이 없는 다중우주까지 문화의 변천사와 함께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시간이란 단순히 시계를 보고 읽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존재인 시간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규정될 수 있다.-P315

 

멀티 유니버스의 브라이언 그린이  단 하나의 우주라는 패러다임을 버리고 ‘9가지 다중우주(누벼 이은 다중우주, 인플레이션 다중우주, 브레인 다중우주, 주기적 다중우주, 랜드스케이프 다중우주, 양자 다중우주, 홀로그램 다중우주, 시뮬레이션 다중우주, 궁극의 다중우주)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우주론을 펼쳤을 때 우리가 바라보는 우주가 하나가 아닌 수많은 우주라는 가설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었더랬다. SF영화도 진일보하여 이 우주에서 저 우주로 여행다는 일이 상상만이 아닌 먼 미래일 것만 같은 상상을 주기도 하였는데 이처럼 다변화되고 있는 우주론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해 주며 새지평을 열어주고 있는 책이다. 리처드 파넥이 《4퍼센트 우주》에서 말하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겨우 4퍼센트이며 나머지 96퍼센트 우주의 베일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 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우주론이 변화함에 따라 우주의 시간과 그 기원 역시 달라졌다고 한다. 브레인 우주론, 영원한 인플레이션이론, 다중우주론, 끈이론의 풍경, 루프양자우주론등, 문화의 변천에 따라  몇몇이론은  다른 이론들보다 더 완전하게 발달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주라는 무대에 특이하고 새로운 역할을 할 뭔가를 더해져야 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돈이자 권력이 되는 세상, 영화 <인타임>을 보면 시간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소중하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느끼고 살지 못하는 시간에 대한 영화는 시간이 권력이자 힘이 되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시간의 가치를 되새겨보게 한다. 시간과 우주의 긴밀성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의 우주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어쩌면 판도라 상자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시간은 베일에 가려진 우주의 문을 열어주는 제우스의 열쇠 일런지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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