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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아토포스
진은영 지음 / 그린비 / 2014년 8월
평점 :
진은영 시인의 <훔쳐가는 노래>를 좋아해서 이번 책<문학의 아토포스> 가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재미있는 책은 아니었다. 독자에게는 좀 불친절한 책이지만 문학비평을 전공하거나 문학평론가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책이긴 하다. 제목 아토포스는 그리스어 '토포스 (문학에서 몇 개의 모티프들이 자주 반복되어 이루어내는 한 고정형이나 ‘진부한 문구(literally commonplace)’를 지칭하는 개념)' 에서 유래한 말로 '비장소성' 정도로 번역된다.
저자 진은영은 《문학의 아토포스》에서 아토포스란 .
정체가 모호한 공간, 문학적이라고 한 번도 규정되지 않은 공간에 흘러들어 그곳을 문학적 공간으로 바꿔 버리는 일. 그럼으로써 문학의 공간을 바꾸고 또 문학에 의해 점유된 한 공간의 사회적-감각적 공간성을 또다른 사회적- 감각적 삶의 공간성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문학의 아토코스이다. 이렇게 떠도는 공간성, 그리하여 결코 확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순간의 토포스를 생성하고 파괴하며 휘발시키는 일에 예술가들이 매혹될 때 우리는 그들을 공간의 연인이라 부른다. 이 연인-작가들에 의해 작동하는 문학의 아토포스는 우리가 미학의 정치라고 불렀던 것의 또 다른 이름이다. -p180
문학적 화두와 관련된 철학적 사유를 촘촘히 엮어낸 미학서적으로 랑시에르의 사유를 바탕으로 정치적인 것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실험과 실천이라는 문학적 모험을 이끌어내는 것이 저자의 집필 이유라고 한다. 저자는 '잘 말하는 것', 확립된 의미의 질서를 '잘못 말해진 것'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두 흐름이 섞이고 갈라지는 시간들이 필요하며 그러한 논쟁을 철학적 사유의 형식으로 풀이했다. 이런 문학적 실험정신은 저자가 말하는 문학의 아토포스라는 공간으로 대변하고 있는데 정치와 예술이 만나는 공간이다. 정치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 언어를 통해 자신에게서 벌거벗은 생명을 분리해내며 그것을 자신과 대립시키는 동시에 그것과의 포함적 배제 관계를 유지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라고 조르주 아감벤이 말하였듯, 저자는 문학역시도 정치와 동일한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어디로든 가지 않고 무언가 말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우리는 능력이 부재한자' 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학과 정치는 서로의 경계선을 흐리며 스며들어 가게 되면서 삶과 정치는 하나가 되어 교차하는 지점인 장소, 문학의 아토포스를 말한다.
1부 문학의 비윤리
1장 | 감각적인 것의 분배
2장 | 한국 문학의 미학적 정치성
3장 | 선행 없는 문학
2부 문학의 비장소
4장 | 숭고의 윤리에서 미학의 정치로
5장 | 미학적 아방가르드의 모럴
6장 | 문학의 아토포스: 문학, 정치, 장소
7장 | 시, 숭고, 아레테: 예술의 공공성에 대하여
3부 문학의 비시간
8장 | 니체와 문학적 코뮤니즘
9장 | 문학의 아나크로니즘: 작은 문학과 소수 문학
10장 | 소통, 그 불가능성의 가능성
예술이 정치라는 말은 언어로 표현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이다. 랑시에르의 사유에서 출발한 문학의 아토포스는 진은영의 문학적 실험과 현실적 참여라는 두 가지 실천적 사유로 새로운 문학비평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문학은 써먹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유용하다.” 라는 유명한 에피그램을 남긴 김현의 문학비평지점이 더 좋다. 문학이 정치적이기 되기보다 문학이 반추해주는 현실의 유용성이 더 좋기 때문이다. 문학의 아토포스는 정치미학이라는 사유의 여정을 통해서 하나의 문학비평이라는 공간을 제시해 주고 있는 또 하나의 포스트모던 비평의 공간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