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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ㅣ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평점 :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음식메뉴에 '닭'이 빠진다는 것은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워낙 닭음식을 좋아하다보니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 바로 닭으로
한 음식들이다. 닭볶음탕, 닭갈비, 닭강정, 닭발, 백숙, 닭해물찜 기타등등 그 수많은 닭요리 가운데 유일하게 배달시켜 먹는 음식은 바로
치킨이다. 치킨은 집에서 아무리 맛있고 깨끗하게 조리하려 해도 하는 것보다 사먹는 것이 더 주머니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997년 이후 한국의 외식 메뉴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치킨이다. 뼈까지 씹어먹을 정도 먹성이 좋았던
시절에는 치킨과 맥주만 먹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는데 싸고 맛나고 배부르기 때문에 과거를 떠올리면 언제나 단골치킨 집이 있었다. 지금은 있을런지 모르지만 명동에 위치한 둘둘치킨 집은 내
청춘의 반신상처럼 기억되곤 한다. 십여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둘둘치킨의 기름끼
하나 없는 고소한 치킨맛은 잊혀지지 않는다. 명동의 둘둘치킨집 만큼이나 맛있는
통닭은 수원의 가마솥 통닭을 꼽는다. 가마솥에서 노릇노릇하게 튀겨 낸 육질의
담백함은 후라이드 치킨밖에 몰랐던 내 입맛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수원에 놀러가면 꼭 가마솥 통닭을
사먹는데 지금은 가마솥통닭 거리까지 생겨 너도나도 원조간판을 내걸고
있어 내가 반한 가마솥 통닭집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수원의 가마솥통닭이 명물이 되었다는
사실에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대한민국 치킨전》의 저자는 한국인의 음식문화에서 치킨을
빼놓고는 한국인의 삶을 말할 수 없을 뿐더러 치킨 하나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화를 재조명한다. 치킨의 변천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창업
1순위이자, 자영업의 다수인 치킨집 사장님의 노고와 고용, 프랜차이즈 사업으로서의 치킨집 사장들의 힘겨운 노동의
이야기와 같은 세밀한 부분까지 파고든다. 서민경제의 산물이었던 치킨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중심으로 통큰치킨이 나타나기까지의 이야기, 배달사업으로 알바느님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 실질적인 문제까지 두루 살펴본다. 김수영 시인이 양계장을 하였다는 이야기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기도 하다. 양계 산업의 흑과
백까지 두루 탐하고는 한국의 닭이 처해진 운명에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치킨생각에 유쾌함으로 읽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경쟁에 내몰린 치킨시장과 독점이 치킨집 사장님들의 슬픈
현실로 변하여 맛좋고 즐거운 치킨이야기는 날라가고 대한민국의 시장 경제 체제 심장부에서 울고 있는 슬픈
음식으로 변한다.
그런데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맛있게
먹고 그걸로 끝인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면서 우리 또한 맛의 지옥에 갇힌 체 살고 있지는 않은가.
늦은
시간까지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고통을 치맥으로 달래다 결국 치킨집 사장님의 삶에서 내 미래를 간보고 있는 중이지 않은가,
오늘
한 마리의 치킨과 한 잔의 맥주가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식을 잘 하지 않는 우리집도 치킨을 먹는 날은 즐거운
날이다. 백년손님이 오면 씨암탉을 잡아 대접하듯이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던 닭이 지금은 기름에 온 몸을 투신하시어 스스로 후라이드 치킨이
되셨지만, 치킨이 서민들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기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저렴하고 맛좋은 가족 중심의 문화가 한몫하지 않았나싶다. 자식들이 주렁주렁
달린 대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고 거기에 영양보충까지 확실히 할 수 있는 닭고기는 서민들 입맛을 순식간에 사로잡을 수 있었고 기쁜날이나
잔칫집에 항상 자리하게 되자 닭은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대한민국 치킨전》은 이렇게 삶에서 축제를 불러 일으키고
싶을 때 먹는 치킨에 대한 재미있는 문화박물지다. 이벤트와 식사 사이의 기로에서 치킨에 대한 사회전반의 문제를 두루 살펴보고 있어 '치킨
사회사'라 하여도 무방 하다. 오래 전 따비에서 출간 된 <한국음식문화박물지>와 <조선의
탐식가들>을 읽었는데 따비는 주로 음식에 대한 책들을 출간하고 있다.기존 책들에서도 그저 음식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식문화와 연결되어 있는 사회 전방위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음식인문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치킨과 밀접한 우리들의 생활상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생활문화사이다. 치킨과 삶이라,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이렇게 친했구나.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