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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은 미친 짓이다’ vs' 결혼은 운명이다‘ 이 두 가지를 두고 사망토론을 한다면, 난 후자의 편이다. 많은 여자들이 결혼을 운명처럼 생각하듯이 나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하며 독신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가 마냥 부러울 때도 있다. 며칠 전 mbn의 <동치미>란 프로그램에서 중년을 대표하는 5명의 패널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였다.. 만약 현재의 배우자와 사별을 한다면 다시 재혼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는데 2명만 재혼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3명은 한번 했으면 되었지 뭘 또 해보냐며 싱글의 삶을 즐길거라 답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과반수이상의 여자(또는 남자) 역시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첫 번째 결혼은 운명처럼 했지만 다시 또 결혼이라는 제도에 묶여 그 구속을 번복하고 싶진 않다. 그렇기에 독신에 대해서도 어떤 선입견은 없지만, 혼자 살아도 멋지게 살 수만 있다면 그러할 것이다. 어차피 독신으로 늙나, 결혼을 해서 늙으나, 늙는 건 매한가지....
이 책 《독신의 오후》의 부제(남자, 나이듦에 대하여)에서처럼 남자의 늙음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에세이라 하기에는 홀로 사는 남자한테 노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싶었는지 직설적이고 사실적인 자료들은 일종의 설명문처럼 느껴진다. 젠더 분야의 선구적 이론가라는 수식을 지닌 저자는 남성의 나이듦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의외로 여성이다. 하지만, 이 책이 조금 아쉬운 부분은 젠더란 섹스(sex), 섹슈얼리티를 모두 아우르는 진보적인 성평등개념으로 알고 있었는데 남성이란 제한적 성찰이란 점에서 약간은 불편한 시각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본의 남성 성향을 조금 확대시켜 한국의 남성, 또는 독신 남성이 노후에 그러할 것이라는 시각은 사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편향된 시각이다. 물론 노후에 대하여 남성보다 여성의 자각이 빠를 수는 있지만, 짝짓기를 하지 못한 남성이 노후를 불행하게 보낼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불편하기까지 하다.
돈으로도 지위로도 페로몬으로도 여성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최후에 남는 것은 인간적인 매력뿐이다. 그것도 여성을 힘으로 억누르지 않는 '사랑스러움' 말이다.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더 아름다운 외양을 지니게 된 자연 생태계의 수컷들처럼 인간 수컷 또한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왜 거부감이 드는지는 모르겠다. 소변이 양변기에 튄다고 구박하는 아내들 때문에 앉아서 소변보는 남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남자들한테 돈없고 능력도 없으니 늙어서 해피하게 살려면 '사랑스러워'지는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주문이 내게는 요상스럽게만 들린다. 늙는다는 것, 그것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삶의 한 과정이다. 게다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들 세대에서는 이 늙음과 친해져여만 하는 엄청난 과제가 남겨져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골골골 백세까지 살 것인지, 즐겁고 건강하게 노후를 즐길 것인지의 선택이 과거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뒷짐지고 있을 문제가 아니라 코 앞에 닥친 문제임을 절감하게 되긴 한다. 그만큼 '백세 시대' 를 맞이하고 있는 ,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나이듦'의 성찰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막 40대를 넘어선 나 역시도 이 유동하는 근대에서 부유하는 존재가 되어 때때로 찾아오는 무력감과 소외감에서 말할 수 없는 고독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독신이라 찾아오는 슬픔이 아니라, 우리는 원래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세사르 바예호)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독신으로 사나, 결혼해서 사나,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되었건 슬픈 일이다. 남성이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사랑스러워져야 한다는 저자의 말, 여튼 난 반댈세....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