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웜바디스 : 한정판 합본팩 (BD+DVD)
조나단 레빈 감독, 존 말코비치 외 출연 / 데이지 앤 시너지(D&C)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세상 끝에, 정말 좀비가 있을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종말이 올까?

나는 새삼스럽게 요즘 이러한 것들이 궁금하다. 우연히, 내 스타일은 정말 아니지만, 그냥, 순전히 가벼워보여서 보게 된 영화였다. 아무 생각 없이 잠들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였는데, 젠장 너무 재밌어서 다 보고 말았다.

 허허허 어째 이런 영화까지도 날 감동시킨단 말이냐.......

세상의 끝,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류가 전멸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좀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높은 장벽을 쌓아 놓고 살아간다. 세상은 이제 좀비와 인간 그리고 해골이라는 세 ()으로 분류된다. 좀비와 해골이 인간을 먹고 살아간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커다란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 거리를 오늘도 좀비가 걷고 있다. 이름도 모르고 왜 걷는지도 모른다.

죽었기 때문이다. .. ......

나는 죽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다.

지금은 죽음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나가는 중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소개할 수 없어 유감이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이름이 없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이름이 없다. 우리는 자동차 키를 잃어버리듯이 이름을 잃었고,

기념일들을 잊어버리듯이 그것을 잃었다.

내 것은 아마도 'R'로 시작하는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영화의 나레이션을 특이하게도 이 좀비가 한다. 좀비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죽어있는 삶을 살아가는 좀비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인간의 뇌를 먹는 순간이다.

그 순간이야말로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생의 기억이 전이되는 순간이며,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다.

짜릿하게 퍼지는 생명의 맛을 음미할 때 마주친 인간여자 줄리.

왜 그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자신이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다만 그녀를 살려야 한다.

무작정 줄리의 손을 잡고 도망치던 좀비는 줄리에게 죽은 사람처럼 걸으라고 시킨다.

얼떨결에 좀비를 따라가는 줄리.

이때부터 좀비는 R이라 불리운다. 마치 어느 시인이 말하였듯,

인간의 존재는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는다는 것처럼,

R은 점점 인간화된다. 줄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아지트에 꽁꽁 숨겨두고

자신이 즐겨 듣는 LP판을 같이 듣고 먹을 것을 찾아주기도 한다.

둘은 믿기지도 않게 사람연인들보다 더 잘 논다.

듣기만 하는 R과 그런 R에 의지하는 줄리, 좀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순수한 R, 게다가 줄리를 만난 뒤 처음으로

 잠까지 잔다. 시체는 잠을 자지 않는다는 기본 상식을 무시하고서 말이다.

꿈 속에서 다시 또 줄리를 만나는 R.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 R은 줄리가 떠난 사실에 가슴 아파하고,

 여기서 더 웃긴 거, 친한 좀비 아저씨가 R을 위로한다면서 하는 말이

나쁜 년~!! 이란다.... !!

R과 줄리는 그렇게 좀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사랑을 키워간다.

둘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잡아먹지 않고 길을 비켜주고

줄리를 잡아 먹으려 달려오는 해골들을 상대로 싸운다.

R과 줄리의 사랑은 세상의 끝에서 좀비를 인간으로서 자각시키는

도화선이 되어줌과 동시에

인간과 좀비의 공생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사랑이 전에는 어떤 것이었나를 기억한다.

거기에는 복잡한 감정과 생물학적 요소들이 작용했다.

우리는 통과냐 아니냐를 결정할 정교한 실험을 하고, 관계를 구축하고,

기분의 고저를 경험하며 눈물을 흘리고, 정신없이 빠르게 말려들었다.

그것은 하나의 시련이며, 극한의 고통의 경험이지만, 그것이 살아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랑은 더 간단하다. 더 쉽다. 하지만 작다.

당신은…… 이렇게 죽은 나도 사랑해 줄 수 있나요?

당신을 잡아먹을 수도 있는데.”

다른 좀비 호러물과 다른 이유는 이 영화가 다만 좀비로맨스물이기 때문이 아니다.

누구나 상상하는 세상의 끝에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대항마로서 더 업그레이드 된 무기나 약품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만 주목하였지만 웜바디스의 작가는 바로 인간그 자체, 에게서 희망을 말하기 때문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간으로서의 자각, 존재로서의 가치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이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머셋 몸이 오직 생각하는 인간만이 인간의 굴레에서 자유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하였듯이,

끝까지 살아있는 인간으로서의 생각을 놓치지 않는 R에게서 세상 끝의 유토피아를 볼 수 있다.

인간과 좀비의 공생으로 아름다워진 미래라는 결말도 역시나 좋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타인과 함께 공생하면서 일구워내는 삶이라는 밭이 이렇게 희망적이게 느껴진 적은 무척 오랜만인 듯 하다.   머  니콜라스 홀트가 너무 잘생겨서 그런 거라면 할말은 없다.....후후훗~!

  그리고 하나 더, OST가 정말 좋더군....

우리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만지거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경계조차 없이 덩그러니 우리들과 하늘의 벌어진 허공뿐이라는 것과 같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완전히 죽는 것과 같을 거라고 상상한다. 방대하고 완벽한 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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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7-24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런 젠장 저도 이 영화, 너무 재밌게 보았어요~
재미와 이모저모 생각해 볼 여러가지가 있었던 그런,
그런데 드림님의 멋진 리뷰를 읽으니, 한층 더 영화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합니다~
R로 나오는 니콜라스 홀트가 예전의 '어바웃 어 보이'의 꼬마 마커스 맞죠~?^^
그리고 R의 친구로 나오는 존 말코비치도 왠지 인상적이었구욤.^^
정말 OST도 수록곡 모두 귀에 쏙쏙~~

드림님! 즐겁게 본 영화에 대해 드림님과 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참 좋네욤!
비 내리는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참, 프로필 사진의 '시원' 공주님의 자태가 무척 예쁩니다!!!^^ )

드림모노로그 2014-07-24 09:27   좋아요 0 | URL
ㅎㅎㅎ 나무늘보님도 이 영화 재미있게 보셨군요 ㅎㅎㅎ
젠장, 너무 멋지고 재미있고 이쁘고 ㅋㅋㅋ 그랬어요 ㅎㅎ
존 말코비치는 또라이 역도 잘 하더니
자상한 아버지 역할도 참 어울리는 , 배우같아요..
니콜라스 홀트는 ,,, 너무 멋있더라구요... 대성할겨 ~ ㅎㅎ
OST가 거의 올드 팝이라 익숙한 곡들도 많아서
감성어필에 탁월한 선곡들이었어요 ㅎㅎㅎ대박 ...!!

저도 간만에 나무늘보님을 뵈오니, 오랜 친구를 만난 듯 하네요 ㅎㅎㅎㅎ
휴가 가기 전에 시간이 조금 나서 블로그에 들락날락 하고 있어요 ㅎㅎㅎ
오랫동안 떠나 있던 기분이 들어서 ㅎㅎㅎㅎ

울 시원이가 점점 이뻐지고 있어요 ~!!
어렸을 때 증말 못난이였는뎅 ㅋㅋㅋㅋ
언제나 밝은 ,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나무늘보님의 댓글을
이 아침에 보니, 너무 기쁘고 즐거운 하루입니다 ㅎㅎㅎ
나무늘보님도 좋은 하루 ~~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