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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평점 :
최근 업무차 만나게 된 사람들이
있다.
여러
사람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내야 해서 핸드폰에 그룹으로 묶어 저장해 두었다.
이어
이들의 신상을 알 수 있는 카카오 스토리와 페이스북,
카톡이
자동으로 연동이 되어 친구추가가 되었다.
정말
LTE급의
정보 사회임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누군가에게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그 사람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사회, 게다가 디지털 사용은 어디에서거나 ‘나’의
흔적을 기록하며 끊임없이 데이트를 생성하고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정보는 축적 되어가며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빅데이터
세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보가 생산되어 축적되어 갈수록 정보를 걸러주는 역할을 해주는 '거름망'이 존재하지 않는 한,
세상은 더욱 티미해지고 혼탁해 진다는 점이다. 저자 한병철 교수는 바로 이러한 사회의 모습, 투명이란
이름하에 해체 되어가고 있는 '부정성의 진리'위에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디지털
파놉티콘(원형감옥) '을 진단한다. 이러한 투명성을 떠받치고 있는 투명(정보)사회는 ' 긍정' 과
'전시','포르노','가속','친밀','정보','폭로','통제'사회가 촘촘히 짜여진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는 신뢰사회가
아닌 통제사회를, 무제한의 자유와 무제한의 커뮤니케이션은 전면적 통제와 감시를 형성하며 '디지털 파놉티콘'을 건설한다. 결국 이러한 통제와
감시사회는 폭로사회가 되는 것이다.
투명성과
진리는 같은 것이 아니다.
진리는
다른 모든 것을 거짓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스스로 정립하고 관철한다.
그
점에서 진리는 부정성이다.
정보의
증가와 축적만으로 진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보에는
방향,
즉
의미가 없다.
진리의
부정성이 결여됨으로 인해 긍정적인 것이 마구 증식하고 대량화 된다.
과다
정보와 과다 커뮤니케이션은 바로 진리의 결핍,
존재의
결핍을 드러낼 뿐"(26~27쪽)
"다름과
낯섦의 부정성,
타자의
저항은 매끄러운 동일자의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고 지연시킨다"
"투명성은
타자와 이질적인 것을 제거함으로써 시스템을 안정시키고 가속화한다"
최근 여러가지 잡다한 문제들로 인해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으로 잠시 피난 다녀왔다. 여행이라기보다는 피난과 가까운 도피를 하면서 현사회가 저자 한병철의 진단처럼 '디지털 파놉티콘'과 다름이
없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하곤 하였다. 진리의 낟알을 찾아볼 수 없이 정보의 투명성은 결국
진리가 결핍되어 있는 껍질에 불과하다.
한동안 블로그와 페이스북이 참 재미있었다. 그냥
누군가 나의 글에 공감해 준다는 그 기분이 좋았고 나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에 한동안 위로를 받았을 정도로 외로왔던 것
같다. 몇 년간을 이 가상세계가 주는 위로와 유희에 현실세계를 잊고 지내기도
했었다. 그저 피상적인 '말'에 머물기만 한 언어를 쏟아내면서 알맹이가 아닌 껍질로서 둥둥
떠다니던 온라인에서의 나는 참모습의 '나'가 절대 될 수 없었다. 바로 이것이 온라인의
한계이다. 온라인에서 '공감'이란 것이 결코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친밀감과 심원함을 대신할 수 없음을, 이제는 이해해 가고 있는 중이다. 지나치게 빠른 친화력(가속,친밀)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전시) 글들이 긍정만을 뱉고 '진리의 부정성'이 쏙 빠진 '폭로'와 '감시'의 의미로 전락해 버린
디지털 사회는 저자 한병철의 진단과도 같은 '투명사회'가 아닌가.
지그문트 바우만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인류가 고체처럼 견고한 사회를 지나 '유동하는 근대'를 지나고
있다고 하여 현대를 유동하는 근대(액체근대)라고 칭하였다. 고체처럼
견고한 사회는 예측 가능하지만 액체처럼 끊임없이 유동하는 사회는 예측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불확실해 진다. 그리고
사회를 이렇게 유동하게 만드는
것은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가 우리의 모든
삶에 '투명성'이라는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이다. 그렇다고 디지털 사회를
부정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인터넷이 주는 편리와 스마트폰의 위력이 발휘하는 네트워크 세계는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서서히 현실세계를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중이다. 이렇게 촘촘히 짜여져 있는 디지털사회의 그물에서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빅토르 마이어 쇤베르거 옥스퍼드 대학 교수가 말하였듯 디지털 파놉티콘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유동하는 근대에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에 질식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진리의 부정성'을 열쇠 삼아야 한다. 철학의 시작이 아주 작은 것에서 why?로 시작되어 진리의 낟알을 찾는 것처럼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을 부정성으로 바라보게 될 때 원형감옥의 열쇠가 주어진다.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지만, 있는 그대로가 전부가 아닌 그 이면의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지혜가 그 어떤 때보다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그것이
바로 투명사회의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진리의 낟알'이 아닐까한다. 당신에게도 이 열쇠가 필요하지
않은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