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1 소설 조선왕조실록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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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법과 제도, 조선을 대표하는 건축물은 정도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기까지 정도전이 이룬 업적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그가 남긴 발자취에는 '혁명'의 완성이라는 대업만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그는 혁명을 위해서만 살았다. 그럼 혁명이란 무엇인가? 막심 고리끼는 [어머니]에서 혁명을 이렇게 표현했다.

배부른 자들이 있는 한 민중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 진리도 없고 기쁨도  없고 도대체가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는 걸 말야. 죽도록 매질 당한 내 젊음이 그렇게 가여울 수가 없어. 가슴이 저미도록! 하지만 내 삶은 나아지기 시작했어. 차차로 내 자신을 , 진짜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지. (바로 혁명이란 이름으로....)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가 무지를 탈피하고 '지식(앎)'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겪게 되는 경이로움은 혁명 그 자체였다. 내가 지금 알고 있던 세계와  모르고 있던 세계와의 충돌로 변화가 시작되는 것을 혁명이라 한다. 그럼 정도전과 정몽주가 말하는 혁명은 무엇이었을까. 원칙과 대의를 중요시 하며 '불사의 충신' 의 상징이었던 포은 정몽주의 혁명이란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다.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든다는 이상은 같았지만 정도전과 정몽주에게 혁명의 이념은 다른 것이었다. 그럼 정도전이 말하는 혁명은 무엇이었을까. 

나에게 대의(大義)는 오직 백성들의 '밥상의 평화'뿐이다.

 

'밥상의 평화',  정도전이 생각하는 혁명은 이처럼 단순한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광활한 인간 정도전 -혁명 1,2》이 책은 그동안 역사책에서 놓치고 있던 '인간 정도전'을 향한 사색과 탐색이라는 점에서 출발점을 달리 하고 있다. 원명 교체기라는 격동의 시기와 맞물려 고려에 불어 온 혁명의 바람을 온 몸으로 맞고 있는 한 남자의 고민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조선왕조의 브레인이었음에도 이방원에게 운명을 달리한 비운의 주인공이며 지난 몇 세기 동안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역모’라는 역사의 프레임에 갇힌 채 가치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조선 왕조의 사상적 토대를 만든 인물이며 혁명에 부합하는 ‘새 세상’을 꿈 꾼 가장 이상적인 정치가이기도 한 정도전은 《광활한 인간 정도전 -혁명 1,2》에서  이성계가 해주에서 낙마하는 순간부터 정몽주가 암살당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양왕 4년 임신년 3월 무술일, 이성계가 낙마 하여 해주에서 머물게 되고 공양왕과 포은 정몽주는 왕성에 머물 당시 영주에 귀양가 있던 정도전이 정몽주의 암살을 전해듣기까지의 기록들이다. 혁명이라는 거대한 급물살에 휘말린 이들 - 이성계와 이방원, 포은 정몽주와 공양왕, 이숭인, 이색, 이매와 망량-이 정도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혁명의 중심에 있는 대장군 이성계와 혁명을 반대하는 정몽주와의 갈등을 통해 정도전이 혁명에 관한 사상적 토대를 다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정도전의 눈과 귀가 되어 백성과 함께 하는 이매와 망량 역시도 정도전의 혁명의 대업을 이루는 데 중요인물이다. 반대로 사전을 차지한 채 배만 불리고 있는 권문세가들을 향한 비난과 호전적인 성격의 이방원과의 갈등등 정도전의 매우 인간적인 면모들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이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혁명은 혁명이 아니다. 출세욕이며 찬탈이다.

 

순간이 하루가 되고 그 하루하루가 날과 연을 만드는 것처럼, 역사는 거대한 구조의 움직임을 기억한다. 그러나, 소설은 그 움직임의 구체적인 세부를 체감하게 한다. 큰 바다가 역사라면 그 바다를 일렁이게 하는  파란(破瀾)은 인간이듯,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을 써가는 것도 인간이다. 그동안의 역사가 거시적인 바다의 움직임을 조명하였다면  김탁환이 그리는 <조선왕조실록>은 그 역사를 이루고 있는 인간의 세밀한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기존 역사책과는 차별된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펼쳐지는 광활한 삶의 주인공 '정도전'은  60권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대단원을 여는 첫 주인공으로서 탁월한 선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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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6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6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4-02-26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궐에서 일하던 사내들이
시골로 가서 여느 아재들과 함께
쟁기와 괭이를 손에 쥐고 땅을 갈면
그대로 혁명이 될 텐데,
예나 이제나 선비나 학자들은
모두 서울에만 머물며 혁명을 꿈꾸지 싶어요.
참말 혁명은 낫과 쟁기에서 오는걸요...

淸隱청은 2014-02-27 12:1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 책은 혁명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이끌어주는 것 같아요
정도전은 변화가 아닌 혁명을
정몽주는 혁명이 아닌 변화를 꿈꾸었던 것이
이 둘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하는
김탁환 만의 소설인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