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수학 - 세상을 움직이는 비밀, 수와 기하
EBS 문명과 수학 제작팀 지음, 박형주 감수 / 민음인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어디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왔을까?

 

최근에 창세기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문명과 수학》에서 세상이 '수'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말을 들어서인지, 창세기에 숫자가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 아담을 지으시고 아브라함부터 야곱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의 족보는 모두 숫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창세기는 사람이 무엇을 했는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몇 년을 살았는지를 기록하였다는 것이다. 숫자가 중요한 이유이다. 달리 말해 숫자는 창조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세기는 그 자체로 놀라운 책이다. 그러나, 창세기는 각설하고, 지금은 '숫자'에 대한 이야기만 .)

 

우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끝없이 근원을 그리워한다.

나와 당신은 이제 막 과거로 들어서는 입구에 섰다,

세계의 비밀을 알고 싶어 한 자들이 쌓아 올린 계단의 끝.

우리는 그 '비밀을 알고 싶어 한 자'들을 만나고

열정에 불타던 시대를 만날 것이다.

 

문명과 수학은  EBS교육방송에서  5부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던 다큐프라임을 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문명의 탄생과 궤를 같이한 수학의 근원을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중의 하나인 이집트로 수학의 세계가 시작된다.  인류 문명의 시작점이자 수많은 지혜와 지적 유산을 전파하고 발전시켰으나, 서구 문명의 영향으로 이슬람  문명이 왜곡되어 비춰져서 그렇지만 이집트는 인류 문명의 출발지이자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의 고향이며 수학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문명이다. 람세스 2세의 무덤에서 발견 된 파피루스 한 장에 담긴 '기수법과 셈법', '대수학'. '기하학'은 그 어떤 문명의 수학발달보다 앞선 것이었다. 아랍 수학의 우수성으로 문명의 발달이 곧 수학의 발달과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흥미로운 장은  수학 능력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는 문제이기도 한 피타고라스 정리에 얽혀있는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직각 삼각형을 이루는 세 변의 관계를 이집트와 그리스에서도 발견한 것임에도 피타고라스의 이름이 붙여진 것은 피타고라스가 음악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것의 비밀'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피타고라스는 음악 속에 숨겨진 감동의 비밀인 수의 비율을 발견하며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러한 '정수의 비'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밝힌다. 이러한 발견은 세상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수의 세계 즉,  '정신'의 세계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이 문명사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직각 삼각형을 이루는 세 변의 관계, 우리가 '피타고라스 정리'라고 부르는 원리는 바다와 땅,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직각 삼각형이 피타고라스의 정리의 법칙에 따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피타고라스 정리는 그리스에서 르네상스가 꽃피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수학의 발달은 문명의 정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예술과 철학에 엄청난 기여를 하였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예술에서 흔히 말하는 황금비율의 발견 또한 고대 그리스문명에 의해 탄생했다. 

 

문명의 발달은 수학의 발달과 궤를 같이 한다. 중세 이후의 수학은 미적분으로 통칭되는데 미적분은 라이프니츠에 의해서 발견되지만, 그에 앞서 미적분을 알았던 수학자가 있다. 그가 바로 뉴턴.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미적분을 둘러싸고 누가 먼저 발견하였는지를 소송하기까지 하였는데 미적분에 대한 생각에서 조금씩 차이점을 보인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관성의 법칙, 행성의 타원 궤도에는 미적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몇 년 후 이 법칙에 대한 설명은 라이프니츠에 의해 완성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미적분은 라이프니츠와 뉴턴에 의해서 완성을 이루었고 중세이후의 수학은 미적분으로 통칭된다. 미적분의 탄생이 수학에 선사한 공로는 뉴턴과 라이프니츠로 인해  움직이는 것들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흐르는 액체의 부피, 가격의 순간 변화,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압에 대한 비밀, 움직이는 공의 속력과 같은 것들을  만유인력의 법칙, 관성의 법칙, 행성의 타원 궤도 모두 미적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3부 신의 숫자 '0'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는 장이다. 숫자'0'이 받아들여지고 사용된 건 이제 겨우 500년 밖에 되지 않은데다가 유럽에서 0이라는 없음無의 개념을 주장하려면 신성모독으로 화형당할 각오를 해야 했다고 한다. 

 

5부까지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내용을 다채롭게 보강하였고 6부에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푸앵카레의 추측과 같은 세기의 난제들을 향한 천재 수학자들의 이야기가 추가되었다. 또한 수학적인 이해를 돕는 부록 부분을 첨하여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움직이고 있는 수의 향연이 펼쳐진다.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학문이었던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문명이 탄생하면서 살펴보는 수학의 발전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음에도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며 지나치는 역사 가운데 하나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기 까지 우리와 함께 하는 또 하나의 동행자가 있다. 바로 숫자이다.  도어락의 잠김소리를 시작으로 똑딱똑딱 시계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TV를 보는 순간조차  보이지 않지만  수의 규칙으로 움직이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극히 작은 일부인 것이다.

 

현재는 항상 미래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우리를 고대 이집트에서 그리스와 인도를 거쳐 이곳 유럽까지 오게 한 것도 바로 그 질문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2014-02-0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 이라는 학문을 하는 마음을
곰곰이 새롭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드림모노로그 2014-02-07 13:10   좋아요 0 | URL
유튜브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멋진 책입니다. 수학이 얼마나 친근한 학문인지, 새삼 확인하게 되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