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루즈로트레크 - 세기말 파리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초상 시공아트 61
버나드 덴버 지음, 이윤희 옮김 / 시공아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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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삶의 궤적은 어떤 연관성을 지닐까? 예술가들의 기행적인 부분은 때론 문학이라는 옷을 입고 예술로 비춰지기도 한다. 예술가들의 비극적 삶은 그 자체로 예술의 한 귀퉁이가 되어 박제된 채 기억되곤 한다. 그래서일까.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에서 기행과 괴짜 기질은 한편으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지기 까지 한다. 이러한 전통은 파격과 기행의 대명사인 앤디 워홀, 길버트, 조지, 요제프 보이스에게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이렇게 유명한 삶의 궤적으로 인해 신화로 불려지는 인물로서는 단연코 고흐가 떠오르는데 그와 쌍벽을 이루는 예술가가 있다면, 단연코 툴루즈로트레크이다.

 

 

로트레크는 어쩌다가 우리 시대에 신화가 되어 버렸다. 그의 생애는 영화를 통해 ‘불멸’이 되었고, 그의 작품은 사적,공적 공간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의 화풍은 삽화가와 광고화가들이 모방하면서 양산되었다. 그 결과 온갖 형태들로 왜곡되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일종의 시각적 클리셰가 되었다. 이러한 신화화神話化는 한 작가의 내적, 외적 생애라는 별도의 고유 가치들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시도를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근친 결혼을 선호하는 귀족가문에서 선청성 장애를 안고 태어난 로트레크. 그의 삶은 고흐의 삶의 궤적과 같이 한다. 알코올 중독과 창녀들과 함께 방탕한 삶을 살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기까지 비극과 불행으로 점철된 그의 삶은 문학으로서 미화되지만, 그의 예술가적인 삶은 생애처럼 뚜렷한 가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로트레트에 씌워진 신화를 거두고 예술가라는 민낯의 로트레크의 삶을 재조명하는 책이다. 고흐의 삶이 문학과 함께 흡수되며 신화로 박제되었듯이 로트레크의 삶의 궤적 또한 비운의 천재 예술가의 삶의 필수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난장이처럼 작은 키에 큰 머리, 선천성 기형을 타고 났지만  사업가 기질을 타고 났던 로트레크는 당시 프랑스 사회에 회화로서 미술시장을 뚫기 힘들다는 판단하에 그래픽 작업을 시도하였다. 그의 그래픽 시도는 무척이나 시의적절한 것으로 미술사에 길이 남을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된다. 당시 로트레크의 판화는 혁신적이고 모험적이며 유럽 미술에서 회화가 갖지 못한 미래의 발전을 남겼다는 평을 받았다.  

 

이 책은 로트레크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소개하며  예술가로서의 '로트레크'를 재조명하고 있다. 때론 예술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의 궤적들로 '예술가'로서의 가치보다는 문학적 미화와 왜곡으로 예술가 자체로서의 위대함이 반감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레이븐스본 미술 디자인 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툴루즈 로트레크가 그러한 경우라고 한다.  고흐만큼이나 비극적이었고 고흐만큼이나 기행적인 로트레크의 예술가적 가치는 로트레크가  죽고 한 세기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광고, 만화, 채색만화, 공상과학소설 삽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위대함을 알 수 있다. 가장 뛰어난 평을 받고 있는 그래픽 작품들의 기초가 되는 회화와 드로잉의 탄탄한 기초를 보여주는 총 169편의 도판과 사진자료들은 예술가로서의 툴루즈로트레크의 삶을 더욱 생동감있게 조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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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2-05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124로 이름을 바꾸셨군요~
새 이름과 함께
새해(진짜 새해는 설 뒤이니까요)에도 즐겁게 책빛 가득 누리시기를 빌어요~

드림모노로그 2014-02-05 10:30   좋아요 0 | URL
음하하하 ~깜짝 놀라셨죠 ㅋㅋㅋ
124, 저희 집에 달려 있는 문패인데 직접 만들었어요 ~
잘 만들었죠 ㅎㅎㅎ
서방님이 124로 닉도 바꾼다고 하니 저작료 달라고 @@
이래뵈도 비싼 닉이랍니다 ㅋㅋㅋ
새해에는 함께살기님도 즐겁게 책빛 누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