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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각과의 만남 - 사유의 스승이 된 철학자들의 이야기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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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없는 인간은, 가능한 모든 친구들 중에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하고 가장 메마른 친구다.”
-윌리엄 제임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는 내 안의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갈증, 고통 받는 모든 이들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열정이 강풍처럼 나를 고뇌의 대양 위로 이리저리 몰고 다녔고, 그 대양을 통해 나는 절망의 벼랑 끝을 경험했다.”-러셀
“유럽의 위기는 두 가지 결말이 있을 뿐이다. 삶에 대한 자신의 합리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유럽의 쇠락, 정신적 증오속으로의 추락, 그리고 야만이 그 하나이고, 자연주의를 확실하게 극복한 영웅적 이성 덕분에 철학의 정신으로부터 다시 태어나는 것이 또 하나의 결말이다. 유럽의 가장 큰 위험은 바로 권태이다. ‘훌륭한 유럽인’으로서 투쟁의 영원함을 두려워 않는 용기로 이 최악의 위험과 맞서 싸우자.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니할리즘이라는 화염과, 인간에 대한 서구의 과업을 의심하는 절망의 속사포, 그리고 도저한 권태의 잿더미 속에서, 내부의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정신적 숨결로 되살아나는 불사신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인간의 위대하고 장구한 미래를 보장해줄 것이다. 오로지 정신만이 불멸이기 때문이다.”-후설
“적절한 순간에 발현되는 정당한 말은 행동이다.”-한나 아렌트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
“저는 철학자가 아닙니다. 저는 하나의 체계를 신뢰해야 하는 근거를 별로 믿지 않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알베르 카뮈
“철학은 스스로를 버리고, 스스로를 떠날 각오를 하고 늘 자기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자크 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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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각과의 만남》은 《처음 시작하는 철학》의 속편이다. 전편에서 서양 철학사의 흐름을 짚어주며 현대 철학에서 이미 진리는 사유의 수단이 아닌 ‘극단적 모험들’속에 던져지게 되었다는 것으로 끝맺었었다. 고대의 철학을 진리에 이르는 사유의 방법이라고 한다면, 20세기의 철학은 과학의 합류로 인해 진리의 사유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아니 20세기 철학의 극심한 진리변화는 과학 때문이라기보다 전대미문의 전쟁과 대량학살과 전체주의, 기술혁명등 혼돈의 역사를 쓰고 있는 시대였으며 아비규환 그 자체였기 때문에 몰아치는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철학은 기존의 (고대)철학이 사유하였던 ‘진리’의 문제보다는 인간의 ‘이성’과 ‘본질’이라는 개념 자체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 20세기 철학은 진리를 가운데 두고 두 갈래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한 갈래는 진리추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다른 갈래에서는 진리 추구에 대한 포기나 회의라는 길을 걷게 되었다.
20세기 철학의 변화를 시작하는 첫 사상가들은 앙리 베르그송과 윌리엄 제임스, 지그문트 프로이트이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누구나 본질이나 핵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도 그것을 경험할 수 있는 확신이다. 사상가의 직무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낯익은 이 ‘경험’ 속에 숨겨져 있는 중요한 핵심, 즉 전혀 예상치 못해 당혹스러운 부분들에 대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 또 집요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이 세 사상가들이 현대 사상을 출범시키는 한 가지 움직임은 과학적 방법론이 부분적으로 과학 자체에 대한 반론으로 돌아서고, 이성은 합리성의 한계와 과도함을 비판함으로써, 가장 익숙한 세계 속에 자리한 미지의 영역들을 발견하는 것은 이제 경험의 몫이 되었다는 점이다.
20세기에 등장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과학과 철학의 관계이다. 과학과 철학의 문제는 철학자들 간의 극단적 분열을 가져왔고, 사상의 흐름을 관통하며, 여러 학파를 만들어냈다. 철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고, 그 관계가 이토록 결정적인 문제로 등장한 것은 20세기에 와서의 일이다. 20세기에는 서로 다른 관점의 논쟁은 20세기를 관통하는 충돌이었고 , 하나의 논쟁은 러셀, 후설, 하이데거로 시작되어 과학과 철학을 논쟁하였고 또 다른 논쟁의 축은 ‘언어’였다. 말의 실재, 말과 사고의 상응, 언어의 구조, 언어의 기원 등이 철학적 사유의 중요한 테마였고 20세기에는 과학과 더불어 기본 쟁점이 되어간다. 이렇게 언어는 철학자들의 사유와 연결되어 현대의 철학으로 자리 잡아 갔는데 비트겐슈타인은 일상적 언어 표현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해석으로부터 출발하여, 우리가 만들어내는 잘못된 문제들을 폐기하기 위해 우리와 말의 관계를 탐색하였고, 한나 아렌트는 핵심적 정치 용어들이 어떻게 그 의미를 박탈당하게 되는지, 그 의미들의 재구성은 어떤 방향에서 시작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윌러드 밴 오먼 콰인은 과학 언어의 한계와, 번역 및 의미의 개념들이 갖는 기만적 복합성을 강조한다. 이때부터 진리에 대한 사유, 진리의 의미와 그 위상에 대한 모든 사유는 ‘언어유희’분석을 거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강화되고 있는 철학의 한 가지 경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20세기에 일어난 전대미문의 전쟁은 철학자들을 시대의 고통에 동참하게 하였고 알베르 카뮈와 장 폴 사르트르,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공통적으로 의미와 무의미, 유연성과 자유, 행동과 부조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이들은 사유는 똑같은 혼란과 무질서 위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서로의 공통투쟁을 통해 뭉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각자의 길을 가기도 하였다, 이들은 부조리한 인간사에서 의미의 재구성과 끈질긴 노력을 추구하였다.
또 하나 20세기 특징은 그동안 대립관계로만 보아왔던, 진리의 두 갈래 여정이 점차 하나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마하트마 간디, 완고한 순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루이 알튀세르,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에 와서는 서구의 위상, 이성의 역할, 인류의 해방에 초점을 맞춘 각자의 영역에 매진했다. 서로 다르지만 결국은 하나로 수렴되는 방식을 통해 이 세 사람이 해체해버린 것은 머릿속 생각으로만 이루어지는 현대 사회의 유희다. 이들이 차이와 공통점을 넘나들며 예고한 것은 바로 새롭게 등장하는 현대라는 세계에 대한 아우트라인이다.
이렇게 형태는 여러 가지지만 본질은 동일한 어떤 위기가 20세기를 관통했다. 바로 인간 개념의 위기이다. 제1,2차 세계대전에 의해서 철저하게 파괴된 휴머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현대의 주요 사상들의 공통점이었다. 위기를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은 사상가는 니체와 미셀 푸코, 에마뉘엘 레비나스로 충돌과 대립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 개념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시도한 사상가들이다.
《처음 시작하는 철학》은 현대철학 보다 조금은 단순한 느낌이었다. 하긴 철학을 진리와 동일시하던 고대철학의 의미가 현대에 이르러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삶 자체도 그러하듯 말이다. 하지만, 20세기에 대한 철학의 흐름을 간략하게 풀어주는 작업을 시도하였다는 자체에 프랑스 철학자 로제 폴 드르와의 위대한 업적이라 여겨진다. 20세기 철학을 관통하는 굵직한 사유의 체계에 대하여 기본 프레임을 짜주는 작업과도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