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 -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 시공아트 59
오광수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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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로 저명한 저자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운보와 우향, 유영국작가 연구에 이어 시공아트 58르네상스 미술에 이어 59편 《김종영》 연구를 내놓았다. 거의 조각계에서는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왔던 김종영은 우리나라의 조각가의 선구자 역할을 하였음에도 연구가 미진한 편이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김종영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참다운 예술 세계와 그의 작품을 주도한 의식에 대한 이념의 조각으로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김종영은 조선시대 선비와 같은 삶을 살면서도 결코 고루한 전통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뚜렷한 미의식을 구사한 선각자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조용하면서도 사유의 깊이를 지닌 우리 현대 조각에 하나의 뚜렷한 이념으로 맥락을 이룬 것이다.

 

 

#조각의 흐름

오랜 세월 동안 조각은 회화와 마찬가지로 종교와 연관되어 왔다. 종교와 연관되어 있는 조각이란 말그대로 종교적인 목적인 예배, 숭배의 대상으로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서구의 조각은 오랫동안 종교적인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에 의해서 전성기를 이룬다.이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19세기 로댕으로 조각의 꽃을 피운다. 그러나 조각을 독립된 영역으로서의 새로운 지평을 세운 것은 로댕이 아닌 세잔이다. 중국에서도 조각은 종교적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구의 조각과 흐름을 같이 한다. 조각이 건축에서 독립된 영역으로 자각된 시기는 서양에 비해 훨씬 늦은 편이고 이어 일본이 영향을 받았고 한국은 지리적배경이나 역사적 배경으로도 늦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조각가는 김복진으로 대개의 선각자나 선구자가 그렇듯 예술에 매진 한 것 못지않게 후진을 양성한 것에서 두드러진다.

그러나 한국 근대조각의 역사의 불행은 그가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의 위상을 지녔으나 대표적인 작품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평가가 온전히 이루어질 수 없음이다. 김복진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근대조각은 명치 연대 일본의 근대적 서양 조각에 그 연원을 두고 있으며, 그것은 그대로 로댕의 사실적 조각에 닿게 된다. 그러나, 1910년대 조각은 일본이 서양의 미술을 받아들인 후 다시 일본의 것을 받아들이는 이중적 단계를 거쳐야 했기에 우리의 근대미술은 일본화된 서양의 조형 양식일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은 우리 근대미술의 비극으로 이어진다.

  일본화된 서양의 조형 양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불리한 상황조건은 해방이 되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간다는 지평의 전개로 미술계에서도 새로운 해방의 계기가 되었다. 해방 후 신진을 양성하는 아카데미의 등장과 서울대 홍대의 라이벌 의식으로 조각의 발전이 더욱 촉진되었고 이런 긴장관계는 1980년대 초까지 이어지게 된다.

 

한국 현대조각은 김복진으로부터 시작되는 1920년대에서 1940년대에 이르는 초기 과정을 지나 1950년대에는 김종영, 윤효중, 김경승을 중심으로 한 정착의 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1960년대는 회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변혁의 시대에 돌입함으로써 다양한 방법과 모색의 지평이 열리게 된다 

 

1950년대까지도 한국 조각에 로댕의 영향이 지배적이었으나 김종영은 이 근대조각의 유산을 가감히 극복하려는 시도를 피력해 보인다. 서구에서 조각을 종교적인 범주를 벗어나 독립적인 영역으로서 자리 잡는 데에는 세잔의 영향이 컸다. 이것은 김종영에게도 마찬가지다. 김종영이 가장 흠모한 예술가는 세잔과 완당 김정희였다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종영은 세잔에서 비롯된 현대미술의 문맥, 변혁과 창조의 맥락보다 완당의 정신세계를 추구한다는 의지를 조각으로 피력하고 있다. 저자는 김종영의 조각세계를 단순하게 조각이라는 형식으로 보면 안되는 이유를 세잔과 완당을 잇는 정신적인 계보가  김종영의 작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신적인 공감대 뿐만 아니라  완당과 세잔, 김종영에게 공통되는 것은 바로 구조의 미. 김종영과  완당, 세잔은 작품세계를 작품이 지니는 내면 구조로서 질서를 파악하는 데 있으며 김종영은 완당과 세잔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이들의 정신적인 공감대의 완성을 이룬 것이다.

 

 

#김종영의 조각세계 

구체적인 이미지에서 점차적으로 대상을 벗어나는 과정으로의 중간 단계를 흔히 반추상이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추상의 반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으로 부분적으로 구제적인 이미지와 잔영은 있으나 전반적은 추상으로 경도되고 있는 경우, 그러한 경우의 단계를 반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영은 자연현상에서 구조의 원리와 공간의 미를 경험하고 조형의 기술적 방법을 탐구하였다. 르네상스 이후 모든 예술가들이 무엇을 그리느냐 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지만 김종영에게는 어떻게 그리느냐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그는 예술가들이 전통적인 기법에 매여 있는 한 전진과 창작은 불가능하다고 보았으며  최대한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작품에서  불각不刻의 미를 추구하였다.  조각하지 않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작품을 통해서 자연의 순리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하는 것으로서 끈임없이 자연을 관찰하고 연구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그가 내 작품의 모티프는 주로 인물과 식물과 산이었다라고 말했듯이 그의 작품은 만듦의 흔적이 없이 가능한 객관체로서의 자연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였다.

 

인간과 자연은 김종영의 생애에 걸친 주제다. 처음 인체를 탐구하고 나아가 식물의 구조를 관찰하였으며, 종내는 대자연인 산으로 귀착되었다.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적 작가이자 교육자로 알려진 김종영의 삶은 미술평론가 오광수의 평론을 통해 완성 되어 간다.  은둔자의 삶을 살다시피 하여 세간에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는 김종영의 생애와 작품세계는 잊혀져가는 예술혼을 살리는 작업을 보는 것처럼 사뭇 진지하게 읽혔다. 올곧은 삶 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 세계에 흐르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은 전혀 감흥이 없던 돌덩이도 예술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무언의 감동이 느껴진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무엇을 만드느냐는 것보다 어떻게 만드느냐' 라는 모토는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울림이 되기에 충분한 멘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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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3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잔과 완당을 잇는 정신적인 계보가 김종영의 작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그리느냐' 보다 '어떻게 그리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불각不刻의 미'를 추구하였다.-

늘 드림님의 리뷰를 애정하지만 특히, 미술책에 관한 리뷰는 제가 더 ㅎㅈ,하는 것 잘 아시죠~? ㅋㅋ
오늘도 깔끔하고 핵심적인 좋은 리뷰, 덕분에~무더위 속에서도 무척 행복했습니다~

오광수님의 저서는 <요하네스 베르베르>와 <박수근 화집>을 가지고 있는데, 덕분에
다시 박수근 화집을 꺼내...나무와 여인과 아이들과 빨래터와 정물들을 보고 있답니다...^^

드림님!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씨원하고 즐거운 날 되세요~!!

淸隱청은 2013-07-31 19:03   좋아요 0 | URL
시공 아트 책은 다 좋은 것 같아요 ㅎㅎ
대체적으로 미술책 리뷰는 ㅋㅋ 미술사의 흐름과 같이 쓰는 편입니다 ㅋㅋ
(대부분 이런 책을 안 읽기 때문에 ㅋㅋ 이해를 돕기 위해서 ㅋㅋ)
그렇게 정리하고 나면 나중에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하게 되구요 ㅋㅋ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예술가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ㅋㅋ

나무늘보님 덕에 오타를 발견 !! 하여 수정하였답니다 ㅋㅋㅋ

참 아이러니 하지요? 조각가의 불각의 미라니 ^^;;
그런 것이 '파탈'이 아닐까 합니다 ㅋㅋ

여기는 비가 간헐적으로 내려서 생각보다 시원했습니다 ^^
나무늘보님도 더운 날씨 탈나지 마시고 굿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