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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별 - 가장 낮은 곳에서 별이 된 사람, 권정생 이야기
김택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 것은 없다.
밭 한 뙈기 돌멩이 하나라도 그건 ‘내’것이 아니다. 온 세상 모두의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일까? 권정생 선생님의 삶 전체가 슬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슬펐던 것은 그 분의 삶을 관통하는 가장 ‘인간다운 ’삶이 둔중한 울림으로 남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좋아하는 이유와 장르가 다 다르듯이 책을 읽는 목적도 모두 다르다. 책을 읽는 것에 대해 사람들은 때론 낭만적으로 느끼거나 때론 지적인 행위로, 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포장을 하지만 사실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독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문학비평가로 저명한 문학작가 헤롤드 볼룸이 말했듯이 독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언젠가 맞이 할 죽음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친다. 내가 늘 맞이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독서가 늘 외롭고 고독으로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독서는 생각하는 것처럼 그다지 멋지거나 거창한 행위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궁극의 것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이란 사실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책은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의 깊이만큼 삶의 소중함을 상쇄하곤 한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축제라 했던 예일대 철학교수 셀리 케이건의 말을 굳이 차용하지 않아도,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은 책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지혜인 셈이다. 그토록 짧은 생을 살면서 집착과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 것만 보아도 삶의 진실은 꽤나 단순한지 모르겠다. 삶이 아주 사소함의 연속으로 이루어졌음에도 우리가 삶을 위대하게 포장하려 애쓰면 애쓸수록 궁극에는 가장 소박하고 사소한 것이 가장 인간적인 것임을 알게 되는 순간처럼 말이다.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삶의 이야기에 옷을 입힌 《강아지똥별》은 권정생 선생님 스스로가 되고자 했던 꿈을 담았다. 이 땅에서 가장 낮고 하찮은 강아지의 똥이 거름이 되어 꽃을 피우는 것조차 삶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와 <강아지똥>이라는 동화를 쓴 그는 그렇게 세상에 거름이 되고자 하였다. 행간을 읽어가며 머리 위로 수도 없이 많은 상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여러번 하였다. 살아가면서 매번 떠오르곤 하였던 삶의 궁극적인 의미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막연함에 방향감각을 상실하곤 하던 기억들이 권정생 선생님의 삶에 오버랩 되어 섬광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져 갔다. 삶에 대한 그런 물음들은 늘 내 삶에서 마음속에 가시로 남겨져 내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국 땅에서 태어나자마자 겪게 된 전쟁은 삶의 처참함과 오랜 상흔으로 남겨져 권정생 작가의 삶 전체를 궁핍과 굶주림, 배고픔으로 가득 채웠고 온가족의 몸부림 속에서도 가난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를 포기한 채 갖은 노동을 하지만 과한 노동의 대가는 결핵, 신장결핵, 늑막염이라는 병들과의 동행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삶에서 주는 모든 눈물들은 방울방울 영롱져 아름다운 동화로 울려 퍼지게 된다.
우리 사는 땅에는 수많은 떠돌이 강아지가 있고 그 똥을 거름으로 해서 꽃들이 피어날 것이라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필요한 것은 황금 덩어리가 아닌 똥덩어리였습니다.
글 한 자, 한 줄에 슬픔을 담아 동화를 쓰고 나면 며칠을 앓아 누웠다던 권정생은 유수의 문학상에 당선이 되어도 가난한 삶을 포기하지 않으며 그동안 받았던 상금들을 모아 아이들을 위해 남겨둔 채 생전 자신을 위해서는 한푼도 쓰지 않았다. 배운다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일이며 가르치는 일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믿었던 그대로 성 인의 삶을 살다 간 정생의 생은 아프고 외롭고 슬픔으로 점철된 생이었다. 자신이 겪었던 슬픈 현대사를 잊지 않으려고 무명저고리에 한 땀 한 땀 새겨 써내려 간 권정생의 동화에는 일본에서 태어나 태평양전쟁을 겪고 다시 한국에서 6.25전쟁을 겪으며 지난한 삶의 수많은 굴곡을 겪으면서 느꼈던 생의 슬픔들이 오롯이 배어난다. 슬픔이 배인 동화는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삶의 밑거름으로 뿌려져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이 꽃의 이름을 우리는 희망이라 부른다. 눈물이 없으면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누군가는 눈물이 되어야 한다며 그는 스스로 땅의 슬픔을 품에 그러모아 눈물로 만들어진 슬픈 별이 되었다. 그렇게 《강아지똥별》은 어른이 된 나에게도 희망의 꽃씨를 품에 남겨놓는다. 가장 소박한 삶이 가장 인간적이라는 푯말과 함께...
어느 밤, 하늘을 보며 당신을 찾아 헤맬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이라는 이름의 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