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 우리 시대의 주변 횡단 총서 1
로버트 J. C. 영 지음, 김용규 옮김 / 현암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포스트식민적’이라는 용어는 역사적인 의미에서 말 그대로 ‘식민’ 이후를 뜻하는데, 이런 일반적인 의미는 다양한 정치 형태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탈식민주의가 식민주의로부터 벗어난다는 명료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비해 포스트식민주의는 그 용어의 의미론적 범주가 탈식민주의보다 더 넓다. 식민지를 벗어난 포스트식민국가에서 하는 정치적 모든 활동들을 ‘포스트 식민주의’라고 칭할 수 있기에 포스트식민주의는 탈식민주의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탈식민주의라는 역사적 상황들이 문학적인 성향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름하여 '포스트식민주의 문학'이 식민국가에 나타나게 되었다. 포스트식민주의 문학의 특징은 제국주의가  수행하는 동일화 논리와 차별화를 선언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포스트 식민주의 이론가 중의 한 명으로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에서  ‘트리컨티넨탈 포스트식민주의’라는 포스트식민적 문학에서 특징으로 삼아온 ‘정체성’을 되찾는 것을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색다른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다. 저자는 기존에 포스트식민적 문학 개념이 세계 문학이라는 거대한 실체와의 관계 속에 흘러왔지만, 포스트식민주의 문학이 가지고 있는 힘 ‘억압적이고 객체적인 세력들 앞에서 주체적 힘을 재주장하는’ 제한적인 문학적 포스트식민주의의 형태와는 구분되어져야 하며  탈 세계의 민중들이 독재와 부정에 저항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자신의 삶을 변형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포스트식민과 관련해 더 거대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는 개념으로서의 아래로부터의 포스트식민주의를 살펴보고 있다.

 

 

포스트식민주의가 비서양 세대륙(아프리카,아시아,남아메리카를 지칭하여 ‘트리컨티네탈’이라 한다.) 국가들이 대부분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종속된 상황에 처해 있고,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지위에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포스트식민주의는 자원과 물질적 복지에 대한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민중들의 권리를 주장할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의 문화,즉 현재 서양 사회에 개입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고 있는 문화들의 역동적 힘을 주장하기도 한다. (p20)  저자의 포스트식민적 문화 분석은 사물을 바라보는 이전의 지배적인 서양적 방식을 반박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포스트식민주의가 ‘서발턴'(Subaltern·하위주체)’  곧 종속적 계급과 민중들의 정치학을 정교하게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  바로 이 아래가 포스트식민주의가 존재하고 있고 당연히 존재해야 할 지점이라고 하며 ,  무엇보다 포스트식민주의는 비서양뿐만 아니라 서양의 권력 구조에 개입하여 그 안에 대안적 지식과 사유의 깊이를 제안한다. 저자는 이러한 포스트식민주의식의 사고로 인하여 사고를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나아가  세계의 다양한 민중들 간의 더욱 정의롭고 평등한 관계를 생산하고자 한다는 의미로서 변화하는 세계, 투쟁을 통해 변혁될 뿐만 아니라 참여 주체들로 인하여 변혁된 세계를 또다시 변혁하려고 하는 세계의 변화에 관한 이론이다.

 

따라서, 이 책은 서양인과 비서양인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맺는 관계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방식을 변경하려는 일련의 문학작품들을 통해 살펴보는 동시에 각 문화가 가진 독특하고도 섬세한 차이들과  나라마다 가진 특정한 정치와 사회의 분위기를 이해하고자 한다. 서양에 있는 이들은 이슬람 여성들의 베일을 억압의 상징으로 페미니즘을 앞세워 여성을 보호하려 하지만, 이런 베일의 강제적인 제거를 주장하는 서양의 시선은 일종의 식민지적 폭력이라는 것이 포스트 식민주의자들의 시각이다. 이슬람의 베일은 억압으로 읽어서는 안되고 베일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자기의 의미들, 여성들이 자신 스스로의 의지와 자신의 지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서양에서는 자신들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알제리의 라이 음악이 가진 의미도 마찬가지다. 라이는 자신의 시각, 즉 그 자체의 전복적인 권력의지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포스트식민주의에 근본적인 많은 성질들을 압축하고 있다. 사회의 주변부에 처한 사람들, 즉 궁핍한 가난의 조건, 열악한 주거, 그리고 실업의 처지 속에서 살고 있는 도시 이주자들의 심정을 표현하는 라이의 음악문화는 젊은이들이 알제리 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주요한 대중적 수단으로 발전해갔다. 라이는 전통적인 이슬람 가치들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변화하는 역사적 힘에 대해 무슬림 사회가 보이는 수용과 전통적인 반응간의 갈등적이고 경합적인 공간에 존재한다.

이외에도 젠더와 근대성, 페미니즘, 서발턴, ,농민, 가난한 자, 온갖 종류의 버림받은 자들에게 깊이 공감하는 포스트식민주의는 엘리트 계급의 고급 문화를 피하고, 역사적으로 거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문화와 대항적 지식의 풍부한 보고로 간주될 수 있는 서발턴 문화와 지식을 지지한다.

 

포스트식민의 급진적 의제는 지상의 모든 인간들을 위한 평등과 안녕을 요구하는 데 있다

 

포스트 식민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서양과 비서양의 시선을 주체성을 가지고 이해하는 것이다. 저자는 서양인들이 비서양 세계를 바라볼 때 그들이 본 것이 실제 거기에 존재하는 현실이라기보다는, 서양 밖의 사람들이 실제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지각하는가 하는 것보다는, 서양인 자신이나 자신이 전제하고 있는 것의 거울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자신의 관점에서 타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슬람 여인의 베일을 서양인의 기준으로 바라볼 때는 억압이지만, 그 이면으로 들어가게 되면 억압이 아닌 여성의 지위이자 의사표현이인 이슬람 문화로 이해해야 하는 것처럼 포스트식민주의는 사진의 이면으로부터 바라보는 시선을 의미하며 뒤집어 생각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식민이라는 그늘이 사라진지 오래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식민의 그늘에 잠식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문화는 아래로부터 태동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차별받아 왔던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현재 미국을 변화시키고 있는 하나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처럼 사회에서 오랜 세월 약자로 살아왔던  서발턴'(Subaltern·하위주체)’ 들의 역동적인 저항과 투쟁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변화의 모토가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나라 역시도 이러한 포스트 식민주의 이론에 자유롭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주목되는 영의 이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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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0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식민주의, 포스트식민주의, '트리컨티넨탈' 포스트식민주의, 서발턴'(Subaltern.하위주체)'.
그러니까 포스트식민주의는 사진의 이면으로부터 바라보는 시선을 의미하며 뒤집어 생각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처음 책 제목의, 포스트식민주의,라는 말부터 무슨 말인가 어려웠는데
드림님의 순차적이고 꼼꼼하고 차분한 리뷰를 따라 읽어가니, 절로 이해가 되고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의미도
잘 알게 되었어요. ^^ 드림님 덕분에 제 머리와 생각도 나날이 조금씩 진보하는 것 같아요..ㅎㅎㅎ

오늘도 멋지고 훌륭한 리뷰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드림님! 좋은 주말 되세요. *^^*


드림모노로그 2013-07-08 10:52   좋아요 0 | URL
ㅎㅎ 전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었어요 ㅎㅎ
정리하는데 무지 애먹었어요 ㅎㅎ
나무늘보님께서 제가 몇 시간을 머리 싸매며 공부한 것을 한 방에 찝어내시니 ㅋㅋ
제가 머리가 나쁜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하하 ~

인문서는 읽고 나서 남는 것이 많아서 좋은 듯 해요 ㅎㅎ
의외로 참 재미있게 읽은 것 같습니다. ㅎㅎ

주말 잘 보내셨죠 ~ 나무늘보님 ~
길고긴, ㅋㅋ 주말을 보내고 새로운 한 주가 다시 시작되었네요 ㅎㅎ
언제나 그렇듯 ~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