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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4 - 국가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평점 :
《국가의 거짓말》에서는 국가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서 사회를 통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의 자유를 빼앗는 막강한 권력체라며 이 서슬 퍼런 ‘국가’라는 검을 누가 이용하느냐에 따라 민중들의 삶은 달라진다라고 하였다. 박노자 교수 역시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에서 국가는 계급권력의 중심이고 생살여탈권은 국가관계의 핵심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는 국가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뜻 ‘일정한 영토가 있고, 그 영토에 살고 있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공동체라는 의미와는 한참 동떨어진 정의이다. 원래의 정의대로 한다면 국민이 갑이고 국가가 을이어야 하지만, 이제는 국가가 갑이고 국민이 을이 된 거꾸로의 역사를 쓰고 있다.
플라톤의 국가는 그렇기에 어쩌면 매우 유토피아적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국가가 수 세기동안 읽혀온 것은 우리에게는 아직도 이상국가를 꿈꾸고 있다는 증거이다. 철학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고 도덕적 사고가 점점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현 사회에 우리가 플라톤의 국가를 사유한다는 것은 몹시도 희망적인 일이다. 특히 도덕적 사고나 공적 담론의 형성은 여러 사람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형식의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적 질문과 대답으로 '정의‘를 추론하는 과정이 바로 ’옳음 또는 정의 (善선)‘에 이르는 과정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가장 훌륭하게 경영되는 국가는 최대 다수가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표현을 같은 사물들에 대해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국가이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대화편으로 플라톤이 아카데메이아 학원에서 정계에 진출하는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저술한 책이다. 이후 국가는 이상 국가 문헌의 원조라 불리 우며 수 세기동안 인문사회분야의 고전으로 자리매김 해 왔다. 40여 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그리스 라틴 문학을 연구해 온 천병희 교수의 원전으로 읽는 플라톤의 국가는 기존의 어렵기만 한 《국가》가 아닌 쉬우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의 소크라테스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더 많은 독자에게 국가를 소개하기 위해 난해한 직역과 지나친 의역을 피하고, 원전의 의미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의 산실이다. 그래서인지 2천년이라는 오랜 시차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전 같지 않은 생동감이 느껴진다.
독자들이 이 대화편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 방대한 대화의 주요 주제들
이를테면 정의란 무엇인가, 이상 국가에서는 왜 哲人(철인)이 治者(치자)가 되어야 하는가, 철학이란 무엇인가, 모방적인 詩(시)는 왜 이상 국가에서 추방되어야 하는가 등등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스테파누스 표기를 붙여 권별로 간략하게 정리해 놓았다.
1권은 소크라테스와 글라우콘의 대화로 ‘올바른 삶’에 대하여 토론하며, 2권은 정의에 대하여, 3권은 수호자들의 교육에 관하여, 4권은 ‘국가의 정의’에 대하여 토론한다. 제 5권에서는 국가 경영에 있어서 이상 국가의 본보기를 말하며 이상 국가는 철인이 왕이 되거나 왕이 철인이 되기 전에는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6권에서는 국가의 지도자로서의 실무 교육에 대해서 7권은 ‘교육’의 참된 의미를, 8권에서는 불의한 정체의 네 가지 유형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국가와 개인 간의 유사성을 말한다. 9권에서 소트라테스는 국가와 개인의 유사성을 통해 참주제적인 인간의 불행을 설명한다. 제 10권에서는 시詩와 정의가 받게 되는 보답을 끝으로 논의를 마친다.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이상 국가는 哲人(철인)이 왕이 되거나 왕이 철인이 되기 전에는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5권에서 철학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철인 또는 철학자만이 다양한 현상이면의 실재 또는 이데아를 인식할 수 있으며 이들의 지식은 대중의 단순한 의견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국가에서 보여지는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적 설명은 이후 제자인 플라톤에게 이어져 완성되었다고 보아도 무리수는 아니다. 플라톤이 상정한 이데아에 대해서도 소크라테스와 글라우콘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이 끝없이 변화하는 현실세계 저 너머에 있는 초월적 존재에 대해서 이해하려면 참지식을 가진 철인만이 가능하다. 소크라테스는 지도자가 철학해야 하는 이유를 ‘혼이 자신을 에워싸고 있던 동굴 안의 그림자들을 뒤로하고 햇빛 비치는 위쪽 세계로 나와서 그 세계를 이해하도록 이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이어 소크라테스는 변화하는 지식은 참지식이 아니며 참 지식은 변하지 않고 언제나 동일성을 가지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하는 세계가 아닌 '이데아의 세계'를 관조할 수 있는 지식이 참 지식이기에 이상적인 국가의 수호자는 철인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철인 또는 철학자는 이런 참 지식을 가진 ’善선‘의 완성'을 이룬다. 그렇기에 가장 이상적인 국가는 바로 철인이 다스리는 나라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매우 방대한 분량이라 오래 걸릴 것 같았는데 의외로 쉬운 대화체 형식이라 술술 읽힌다. 한편으로 플라톤의 국가를 이렇게 쉽게 읽을 수 있었다는 데에 놀라운? 책이다. 어려운 철학용어를 가감없이 배제하며 한 편의 에세이 형식으로 꾸며져 오랜 시차 또한 느낄 수 없었다. 소크라테스의 매우 인간적인 , 소탈함이 느껴지기도 하였는데 ‘여성’에 대해 기술하는 부분에서는는 여성에 대해 편견과 차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점은 의외이기도 하다. 여성에 대한 지위가 이 천년이라는 오랜 시차를 두었음에도 차별적인 시각이 아닌 남성과 동등한 지위로서의 여성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은 아마도 소크라테스가 평등과 열린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플라톤이 “이상국가란 철학자들이 국가를 통치하지 않는 한, 혹은 통치자들이 철학을 공부해 국가를 다스리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다.” 라고 하였듯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국가는 양날의 검으로 남아있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공동체, 즉 국민이 갑이 되고 국가가 을이 되기 위해서 플라톤의 국가는 영원히 국민의 필독서로 남아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