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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요아힘 나겔 지음, 정지인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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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가장 핫한 아이템은 아마도 뱀파이어 영화가 아닐까 한다. 해마다 여름만 되면 블록버스트급의 흡혈영화들이 봇물이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데 , 그때마다 뱀파이어는 듣도보도 못한 종으로 진화를 거듭한다. 그 수많은 뱀파이어영화 가운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는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이다. 제목만 보고는 가족드라마인 줄 알고 빌려왔던 비디오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서부사막의 황량한 곳이 뱀파이어들의 요새로 변신하는 것을 시작부터 넋을 잃고 보았던 것 같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화려하고, 지루할 틈 없었던 1편을 보고 2편,3편도 봐야했는데, 최신 뱀파이어 영화와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최근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지나치게 진화한데다가 기계적인 느낌이라 과거 뱀파이어처럼 친근감?이 없다.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는 지나치게 힘이 세고 바로 옆에 맛있는 먹이를 두고도 욕망을 참는 뱀파이어 캐릭터로  물론 인간미는 느껴지지만, 초스피드, 초인적인 힘을 가진데다가  과거 흡혈귀에 불과한 뱀파이어가 세계를 구원하는 미래전사의 모습을 띠는 것은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게다가 <블레이드>에서는 신종 뱀파이어 리퍼가 등장한다. 인간의 진화론처럼 뱀파이어도 진화를 거듭한 모습이다. 단, 대중문화 속에서만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최근 한 아티스트가 소설에 묘사된 드라큘라의 형체를 실제 모습 그대로 복원해 내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뱀파이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는 상반된 이미지라 의외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속에서 지나치게 강조 되어왔던 섹시함과 도시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선한 이미지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독보적인 문화 흡혈귀 문학과 영화는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21세기의 대중문화를 말하면서 뱀파이어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뱀파이어,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독특하게도 21세기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는 뱀파이어에 대한 집중탐구이자, 대중문화사이다. 현재까지도 끝없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뱀파이어 이야기의 역사적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고대의 흡혈귀 선조는 수메르와 바빌로니아에서 숭배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릴리트로 보고 있다. 창조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탓에 낙원에서 추방당하고 이후 악행을 저지르며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녔다. 릴리트는 이후 여러 가지 문학작품과 문헌으로 남겨져 있으며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고대에서 릴리트와 같은 존재는 흡혈귀의 존재를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되며 여기에 죽음의 영역에 속한 신들에 대한 믿음이 더해지면서 릴리트의 이미지에 샤머니즘과 신비주의가 결합된 형태와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되면서 뱀파이어는 더욱 생생한 존재가 되어간다. 이 미신은 발칸반도 국가들과 남쪽의 도나우 강에 면한 나라에서 활개를 친 이유를 중앙유럽의 지리적 특성 때문으로 보았다. 중앙유럽의 문화권에서 멀리 떨어져 고립되어 있어 유럽에 불어 닥친 계몽주의의 영향을 받지 못한채 중세의 봉건적인 사회구조가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게다가 중세에 퍼진 흑사병,페스트,콜레라같은 전염병은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고 질병에 대한 공포와 뱀파이어를 연상지어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하였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아마도 드라큘라 백작이 아닐까 한다.

 

루마니아에서는, 뱀파이어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망자들은 아예 불에 달군 쇠로 심장을 꿰뚫은 다음 매장하는 관습이 오랫동안 행해졌다.

 

아일랜드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는 뱀파이어 소설 장르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어내었지만 가장 큰 업적은 소설 《드라큘라》로 인하여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이라고 한다. 드라큘라백작은 역사상 실재했던 폭군을 모델로 삼아 창조하였기 때문에 실존인물과 같은 무게감과 더불어 신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적수와 추락한 천사이자 창조주에 반항한 모반자로서의 루시퍼를 둘러싼 신화에 바탕을 둔 하나의 문학적 은유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브램 스토커에 의해 탄생된 드랴큘라의 이미지는  21세기 영화역사의 주인공으로서의 캐릭터를 완성시킨 것이다.

 

뱀파이어는 살아 있는 존재의 피를 섭취하는 한 계속 번성하지. 우리가 보았듯이 그는 심지어 더 젊어질 수도 있어. 그림자도 생기지 않고 거울에도 비치지 않지. 게다가 수백 년 동안 교활함도 계속 발달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간계에 능하다네. 죽은 혼령들을 불러낼 수도 있고, 죽은 존재들에게 접근하여 자기 명령을 따르게 만들 수도 있어.게다가 쥐나 올빼미, 박쥐, 늑대 같은 하등한 동물들을 지배하는 힘도 있다네. 그에게 물린다면 우리 역시 그처럼 역겨운 밤의 피조물이 될 것일세.

-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중에서

 

이렇게 전설과 신화와 문화적 상상력으로 탄생된 뱀파이어는 최근 들어서도 여전히 스크린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김옥빈과 송강호 주연의 <박쥐> 수사시리즈 <뱀파이어형사> 등 영화소재로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이다. 여전히 나올 때마다 흥행에 성공하는 <레지던트 이블>이나 <언더월드> , <블레이드>시리즈는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진화한 뱀파이어의 모습으로 색다른 재미와 볼거리를 제공하여 준다. 이제 상상의 존재에 불과하던 뱀파이어는 엄연한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서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로 잡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인간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욕망의 집합체로서 금기된 욕망의 한 자락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 터부시된 성적 욕망의 표현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등 욕망을 향한 인간의 복합적인 갈망의 집합체로서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기 때문인 듯 하다. 매혹적인 존재로서  현재까지도 변화와 변신을 거듭하며 흡혈문학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굳혀가며 이제 어엿한 대중문화의 선두주자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는 뱀파이어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서 우리곁에 존재해 줄 친숙하고도 다채로운 문화이다. 신화와 미신속에만 존재해 온 상상속의 존재인 뱀파이어를 예술과 문화를 통해서 살펴보는 뱀파이어 문화사는 무척 흥미롭고 신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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