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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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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텍스트를 읽고, 책을 읽고, 쓴다. 벌써 오랜 습관이 되어버린 일상이다. 처음에는 ‘지知’ 의 호기심 충족으로 시작되었던 책읽기가 이제는 무언가를 알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깊은 심연에 빠져버린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책 읽지 말 것을 권유한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그것은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책 읽기의 끝에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서가 자신과의 싸움이 되는 순간부터는 더욱더 외롭고 괴로워진다는 것, 따라서 책읽기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일본의 니체라고 불리우는 사상가 사사키 아타루는 이런 책을 읽고 쓰는 것을 ‘혁명’이라고 부른다. 사사키는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비평가와 전문가들에게 다소 냉소적인 자신의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책의 부제는 “책과 혁명에 대한 닷새 밤의 기록” 으로 책읽기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자신감도 넘치고 나름 타당한 느낌도 든다.  

 

 

우선 저자는 비평가와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류 - 한 가지에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환상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정보를 차단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는 것으로 책 이야기를 시작한다.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말하려는 ’비평가‘와 ’하나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하려는 ’전문가‘는 ’모든 것‘을 둘러싼 ’향락‘에 취해 있음으로 이런 것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이런 것이다.

 

 

사실 자신만이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하고 꼴불견인게 어디 있겠습니까? (19쪽) 비록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무지한 상태에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이 “현재를 좇는 자는 언젠가 현재에 따라잡힌다.” 라고 말했듯이 현재에 따라가다 보면 그 초조함으로 오히려 현재를 망치게 된다고 한다.

 

문학이야 말로 혁명의 힘이고,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난다.

 

 

저자는 혁명이란 폭력이 아니라 문학이라고 한다. 읽는 것과 쓰는 것, 그 자체가 혁명이라는 것이다. 루터의 대혁명은 성서를 읽는 것으로 비롯되었고, 대천사에게서 ‘읽어라’는 계시를 받았던 무함마드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이나 거부했지만 신에게 선택되어 '읽으라'는 절대 명령을 받은 무함마드는  읽을 수 없는 것을 읽고 , 잉태한 것이 ‘코란’이다. 그리고 그 코란으로 이슬람 세계를 만들어내었다. 이것이 무함마드의 혁명이다. 

 

텍스트를 , 책을, 읽고 , 다시 읽고, 쓰고, 다시 쓰고, 그리고 어쩌면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 이것이 혁명의 근원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래도 이렇게 됩니다. 문학이야 말로 혁명의 근원이다. 라고....

 

저자는 이러한 혁명의 개념과 가장 근접하고도 현대와 연결되는 혁명을 12세기의 ‘중세 해석자 혁명’이라고 명명하는데 11세기 말 피사의 도서관 구석에서 유스티아누스의 법전의 발견으로 6세기부터 600년 가까이 묻혀있던 로마법을 바탕으로 로마법을 교회법으로 바꾸는 전재미문의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라티아누스의 교령집이 성립하게 된다. 이 새로운 법의 탄생과정인 읽고 쓰고 , 고치고 , 다시 읽고 쓰는 작업을 하는 것을 저자는 ‘혁명의 본체’라고 하는 것이다.

  

종말 환상의 긴 역사

  

저자는 흔히들 말하는 종말론적 사고 , ‘현재’에서 자신의 삶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하는 것은 병든 사고라고 한다. 가끔 우리가 접하는 말들 , 문학은 죽었다라든지, 예술이 끝났다라고든지 하는 사고의 발상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특권적인 시작이나 끝이고, 자기가 살고 있는 동안 역사상 결정적인 일이 일어나야 하는다는 병든 사고의 한 형태로 보았다. 그리고 이 말은 고래부터 한없이 반복되어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책을 읽는 한 그리고 책을 계속 읽어왔기 때문에 결코  문학에 종말은 오지 않으며, 이 행위자체가 혁명을 계속 불러왔음을 역설한다. 결국  문학은 살아남았고, 예술도 살아남았으며, 혁명은 계속되었으며 이렇게  인류는 살아남는다. 그럼으로 읽고 쓰는 한, 인류에게 종말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절대 !

 

제목을 본 순간 니체가 떠올랐다. “ 신은 죽었다” 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이상하게 신의 존재를 더 강하게 부연설명해주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달콤한 말보다도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말이기에 나는 오히려 신은 죽었다는 말에서 신의 존재를 느낀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엉뚱하게 학살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는데 책읽기에 관한 이야기라 의외였다. 니체의 말처럼  이 책 역시 역설적이게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르라는 말이 아니라 책을 읽는 행위가 인류를 존재하게 하는 힘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책에 관한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통쾌하다. 가끔 지인들에게 책 읽지마 ! 라고 하는 내 마음과 같다고 할까. 책읽기는 내게 한편으로는 강한 애증이다. 책에 갇힌 내 모습이 싫으면서도 책 읽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학을 위해 , 예술을 위해, 혁명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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