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인생은 진심을 많이 나눈 인생이다.
와, 순간 울컥했다. 요즘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었다.
내 인생에 대해 고찰하기 시작한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기는커녕, 패배감에 휩싸여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뒤엉킨 혼돈의 마음.
소위 잘나가는 여러 인생들을 바라보며,
난 지금껏 뭐 했지? 나 자신을 위축시켰다.
그런데, 성공한 인생은 진심을 많이 나눈 인생이라니…
그간 ‘성공’이란 ‘물질’로 귀결시켰던 내 공식이 깨지는 순간, 내 마음은 다시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아, 이게 문장의 힘이구나.
류재언 님의 에세이 <대화의 밀도>는 뭐랄까.
엄마 손 같은 따뜻함을 안겨주는 책이다.
배가 살살 아파올 때, 머리가 지끈지끈 쑤셔올 때,
엄마는 무릎을 내어주고 따뜻한 손으로 마법 요정 지니를 부르듯,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셨다.
그러면 희한하게 아픔이 싹 가시곤 했다.
부드럽지만 사랑이 가득한 그 손길은
뾰족하고 날카로운 통증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갖는 걸까?
류재언님은 상어보다 고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했다.
고래는 공격적이지 않지만,
아무도 고래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상어처럼 날카롭게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대화가 아닌,
자신만의 깊이와 내공이 담긴 묵직한 존재감으로 경청하는 대화.
고래의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엄마의 손길이 떠올랐다.
왜 배가 아픈지, 어떻게 해야 할지, 구구절절 설명해 주는 것보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따뜻한 손이 더 효과적이었던 그 기억.
그가 고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는 엄마의 약손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에세이 <대화의 밀도>는 그의 가볍거나 조금은 묵직한 추억들이 담겨있다.
그 시간들에 녹아든 마음을 읽고 있자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