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머리가 좋아지는 명화 감상 3
김수연 지음 / 시공아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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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엄마랑 함께 처음 읽는 미술도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명화
 
 
 
 
샤갈 다음으로 최근 한국인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를 꼽으라면 르네 마그리트가 아닐까 싶다. 앙코르 전시회까지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몇년 간 붐을 일으킨 샤갈에는 못 미쳐도 지난 르네 마그리트 전 역시 20만명을 훨씬 웃돌며 엄청난 인기였기 때문이다(우리나라 미술 전시회 중 관람객 10만명이 넘는 경우는 손꼽는 정도). 르네 마그리트는 현대 초현실주의 미술을 감상하는 데 있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상당히 철학적이어서 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어른들도 어려운 이런 그림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단순히 남보다 어릴 때부터 더 많은 지식을 알고 더 많은 장기를 습득하려 채근하는 교육열 때문이 아니더라도, 유아 미술 교육은 정서 발달에 도움을 준다. 또한 어릴 때 겪은 인상적인 경험일수록 삶에 끼치는 영향 정도가 더 크다. 미술 기법 자체를 가르치고 아이들의 표현 능력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어릴 때부터 좋은 그림을 많이 보고 교감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된다. <수수께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이런 두 가지 니즈를 모두 충족하는 유아 미술교육 도서이다. 
 
 
<수수께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서울대 미대 출신의 화가 겸 대학강사 김수연이 미술 감상과 두뇌 계발 프로그램을 접목시킨 '머리가 좋아지는 명화감상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다. 처음 읽는 미술도서 같은 느낌으로, 유아를 대상으로 유명 화가와 그들의 작품들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돕는 책이다. 이 책의 차별점은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여러 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하면서, 각각의 주제에 활동 과제가 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을 배우고, 그에 그치지 않고 르네 마그리트와 같이 직접 생각하고 표현해보도록 유도한다. 게다가 어른이 르네 마그리트에 대해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미술 교양이 풍부하다고 할 정도로, 41페이지의 얇은 책임에도 실린 그림도 47개이고 화가 소개와 그림 해설, 미술 기법 설명, 학습 과제 등 내용이 알차다.
 
  

일부 이 책을 소개하는 웹페이지에서 이 책을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3-7세의 미취학 아동에 더 적합한 책이다. 단, 이 책은 아이가 혼자 읽게 하기보다 반드시 부모나 교사가 옆에 붙어 지도하며 함께 읽길 권장한다. 왜냐하면 <수수께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얼핏 보면 유아 학습지 수준의 쉬운 체험형 도서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어렵다. 그렇다고 좀더 고연령 도서라고 하기엔 맞지 않다. 서술 수준은 초등학교 저학년용인데, 프로그램은 유아용이라 성인의 보조하에 유아가 읽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내용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책과 유아와의 교감을 높이고, 생각과 표현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대화하면서 읽는 게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3127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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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커지는 행복한 낭비
켄 블랜차드 지음, 구세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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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행복한 낭비] 나눔이 삶에 주는 기쁨을, 그래서 즐거움을 늘 잊지 말자

 

나눔의 좋은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나의 작은 마음이 남에게 전해져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나 자신의 변화와 행복을 위해서도 나눔은 의미 있다. 우리에게 <리더의 심장>,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굿바이 허둥지둥> 등으로 친숙한 경영학자이자 기업가인 켄 블랜차드의 2002년작 저서가 올초 출간되었다. <행복한 낭비>는 200쪽이 채 안되는 얇은 책이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어 진정한 성공과 행복의 의미, 나눔의 가치를 역설하는 교훈적인 책이다. 


명문가 출신에 남부럽지 않은 학벌을 가진 주인공 브로커는 착실히 아버지 아래에서 경영후계자로 경영수업받는 삶을 버리고 인터넷 중개회사를 창업해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한다. 시작부터 수익 면에서 성공적이었으나 아버지의 핀잔은 계속되었고, 스트레스 탓인걸까 별로 행복하지도 않고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며 성격도 까칠해져갔다. 그의 요즘 낙 중 하나는 매주 월요일마다 한 경제지의 3면 칼럼을 읽는 것이었다. 운동이나 체중조절 등 일상적인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칼럼인데 이번에 읽은 칼럼 내용은 하루종일 뇌리를 떠나지 않아 결국 그 칼럼을 쓴 기자에게 직접 전화하여 칼럼 내용의 주인공의 연락처를 묻는다.  


기자의 도움으로 칼럼 내용의 주인공인 대표와 연락이 닿게 되고, 만나달라는 브로커의 제의에 대표가 흔쾌히 수락하자 약속을 잡고 만나게 된다. 노년의 기업가인 대표에게 브로커가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칼럼의 내용은 나눔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관해서였다. 브로커가 대표를 여러번 만나면서 대표에게 배우는 것들, 그리고 그 이후로 브로커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행복한 낭비>의 주내용이다. 대표는 시간, 재능, 부, 손길을 나눌 수 있고 그것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고 한다. 이런 대표가 가르쳐주는 이야기를 좀더 듣고 싶다면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길. 


이 책 이전에 켄 블랜차드의 책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만 읽었던 지라 의외로 기독교적인 색이 강해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켄 블랜차드의 이전 작들을 보면 그렇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참고로 이 책은 공저자가 있으며, 소설로 재구성했지만 실제 모델을 기반으로 하였다. 대표의 실존 모델이며 이 책을 함께 쓴 사람은 칙필에이의 회장인 트루에트 캐시이다. 국내에는 입점하지 않아 생소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 KFC 다음으로 큰 치킨 패스트푸드업체라고 한다. 이 책 이전에도 트루에트 캐시의 경영철학과 관련된 책들이나 기사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정리하자면 <행복한 낭비>는 기독교적 기업가 정신과 윤리경영에 대해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으로, 트루에트 캐시나 칙필에이에 대한 다른 책이나 기사를 더 읽기를 권한다. 특히 대학생 독자라면 일독으로 그치지 말고 간단하게라도 기업 사례 연구(Case Study) 삼아 정리해보는 것도 이 책의 활용도를 높이는 한 방법이다. 종교색이나 특정 종교에 너무 민감한 독자만 아니라면, 기독교와 전혀 상관 없는 일반 독자가 읽기에 별 지장은 없다. 나눔, 행복, 성공 이런 것은 종교를 떠나 인류 보편적인 관심사니 말이다. 

 

<행복한 낭비>는 전형적인 경영 컨설팅 특강같은 내용의 책이다. 이런 책들이 흔히 그러듯 주제와 내용은 간명해서, 그것만 알면 읽으나 읽지 않으나 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어떤 주제든 깔끔하게 법칙으로 정리하면서 아주 쉽고 가볍고 말랑하게 긍정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심어주는 책이라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아하는 책이다. 이 책 역시 주제 자체는 나눔의 가치 강조지만, HEART·3M 같은 용어로 법칙화된 세부내용들이 있으니 나눔이나 그런 경영철학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더 알고 싶으면 다 읽는데 시간도 별로 안 걸리니 한번쯤 읽어봐도 괜찮을 것이다.   

 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31047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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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백정미 지음 / 함께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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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내게 잘못 온 책, 미안합니다

 
 


십 여 년 가까이 최고의 감성작가로 누리꾼들의 사랑을 받은 백정미의 에세이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이 책은 저자의 치열한 사유에 의해 탄생한 귀중하고 의미 깊은 깨달음을 담았다. 울고 싶어도 슬퍼도 힘겨워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살아낼 수 있는 비법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늘 꿈을 간직하고 살고, 시간의 소중함과 사랑의 소중함을 알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지혜를 깨닫고 인생의 주인공인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인생에 책임감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죽음 앞에 이르러서도 후회라는 그늘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빨리 완독할 수 있을까와 어떻게 서평을 써야할지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제가 이 책에 대해 최대한 갖출 수 있는 예의는 끝까지 읽는 것입니다. 보통 읽은 책에 대해서 제가 최소한 열다섯 줄 이상 글을 쓰는 것이 이 책엔 누가 될 것 같아 미안합니다. 한편으론 안타깝습니다. 팬카페 회원수만 2만 명을 넘고, 이 책을 좋아할 사람들이 있을텐데 왜 하필 우리 집에 와서 서로 괴로워 해야했는지 말입니다. 아무리 이 책의 장점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 해도 제겐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고 그래서 어떻게 남에게 이 책에 대해 소개할지 갈피가 안 서는 이 모든 상황이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이 책은 지치고 고민 많은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의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이나 잡지의 '살며 사랑하며'류의 생활칼럼이나 라디오의 '나레이션 에세이'에서 읽고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이 수십 개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의 서술 방식은 좀 살아 본 왕언니가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울지 마라 네 인생이다하며 위로도 해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식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전혀 위로도 감동도 받지 못한 것은 취향의 문제인 듯 싶습니다. 제게 이 책의 목소리는 매우 일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흔히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와 달리 이 책을 읽을 땐 저를 투영시키며 책 내용과 소통할 수 없어 고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는 책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목숨을 버리는 일'이라고 표현했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생명의 위협감을 느꼈습니다.  


이 책을 독서했던 시간은 제가 읽었던 책 중에 유일무이한 특별했던 경험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는 도저히 이 책의 서평을 쓸 수 없습니다. 작가와 개인적인 원한관계도 전혀 없고 조목조목 비판점을 들 수 없지만, 책을 다 읽어도 그 책에 대해 모르겠고 이렇게 거부감이 들고 읽는 것이 힘겨운 적은 처음입니다. 저와 이 책이 최악으로 안 맞는 책이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 같은 독자는 더 만나지 말고, 취향 맞고 책에 대한 이해도 잘할 독자들 많이 만나 사랑받고 좋은 서평 많이 받는 책이 되길.  

 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30732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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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조호근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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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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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이 작가를 주목하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실험성과 참신함을 보여주는 문제작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주목할만한 외국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시공사의 NFF시리즈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첫작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2007년 전미도서재단에서 (주목할만한) 35세 이하 5인으로 선정되었던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며 작년에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라길래 도서 정보를 읽으며 무척 기대하던 중이었는데, 읽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고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목차(아래 사진 오른쪽 페이지 참조-시간문법학적 도표-)부터 남다른 소설, 장르를 감안하더라도 발상도 독특하고 작법이나 구성 역시 기존의 문학들과는 다른 문법을 취한다. 이 작가를 주목하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실험성과 참신함을 보여줄 것이다.
  

<SF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의 주인공은 타임머신 수리공이고 작가와 이름이 같다. 그리고 주인공의 어머니는 불교 등 동양 사상에 꽤나 심취해 있다. 이런 설정을 작가가 이민 2세 동양인(대만계 미국인)이라는 점과 연결까지 하는 것까지는 과하더라도, 소설의 내용들 곳곳에 꽤 작가가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느낌을 꽤 받는다. 장르적으로는 SF소설이지만 성장소설 같은 면도 있고, 책 한권에 작가가 상상하는 모든 SF세계와 지금까지 자신이 즐겼던 모든 SF물에 대한 헌정을 담은 듯한 모양새이다. 예를 들어 물리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오가면서 각주까지 달아가며 설명하고 있는 공들인 가상이론들 하며 인용이나 모티브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로 추측되는 때, 31번 우주에서 타임머신 수리공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찰스 유는 10년째 타임머신 수리공을 하고 있다. 구조공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이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응용SF학 박사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실종과 어머니의 건강 악화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는 실험 실패 등으로 실의에 빠져 어느 시간 속으로 투신해 자취를 감췄고, 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1시간을 영원히 반복하는 타임루프를 선택했다. 수많은 시공간을 오가는 그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전화 부스 크기의 TM-31, 자신이 이 일을 시작한지 얼마인지 알려주는 시계(덕분에 10년이 흐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존재하는 자신 자체이다.

그와 교류하는 대상은 매우 섬세한 감정의 TM-31 컴퓨터 유저 인터페이스(성별을 선택할 수 있어 여성 선택) 태미,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감 충만한 귀여운 개 에드, 관리자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지만 자신이 인간이고 아내와 자녀를 두고 있다고 믿어 가끔씩 찰스가 현실을 각성시켜줄 때마다 침울해지는 상관 필 뿐이다. 소설은 한동안 그의 일상과 그가 사는 SF세계에 대한 묘사에 주력하면서 중간 중간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에서’라는 글이 삽입된다. 작가가 왜 이런 구성과 내용을 취했는지는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며 명확해진다. 찰스는 실수로 미래의 자신을 보게 된다. 이것은 SF세계에서 가장 끔찍하며 피해야할 상황, 당황한 찰스는 미래의 자신을 총으로 쏘고 도망친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이 만나며 어그러진 시공체계를 교정하기 위해 태미와 고분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찰스는 미래의 자신이 쓴 책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발견한다(즉, 앞선 삽입들은 그 책의 내용 일부를 계속 보여줬던 것). 그 속에서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찰스는 자신이 앞으로 쓸 책이지만 쓰지 않은 책을 읽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책의 내용은 고쳐진다. 찰스는 사건을 극복할 수 있을까, 깜짝 놀랄 결말이 기다린다. SF물을 많이 읽은 독자에겐 <SF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독자에겐 굉장히 신선한 충격과 참신함으로 다가올 소설이다.진지함과 해학을 오가는 속에, 메타픽션을 기반으로 한 특유의 ‘시간문법적’ 전개에 읽으면서 다소 머릿 속이 어지러워지기도 하지만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차기작이 무척 기다려진다. 그런데 찰스 유는 전업작가가 아니라 UC버클리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이다(어릴 적부터 글쓰는 것을 좋아해서 결국 글쓰기와 작가에 대한 열망을 저버리지 못하고 뒤늦게 잡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데뷔하였다.). 어릴 적부터 이 독특한 이력은 그가 그만큼 문이과적 지식을 겸비하고 있기에 풍부한 글을 쓸 수 있구나 싶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동시에, 빠른 시일내에 차기작이 나오기는 힘들겠구나하는 생각을 심어준다. 실제로 두번째 장편소설을 준비하고 있지만, 인터뷰를 통해 전업작가가 될 의사는 없으며 본업인 변호사일에 충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그렇다면 일단 다음 작품은 천천히 기다리기로 하고, 전작인 단편집 <3등급 슈퍼영웅>도 국내번역되었으면 좋겠다.   




* 단편 <3등급 슈퍼영웅> 리뷰: http://der_insel.blog.me/12013045235 

 

 

 
 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3038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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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 지구를 위협하는 맛있고 빠르고 값싼 음식의 치명적 유혹
파울 트룸머 지음, 김세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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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
냉동피자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현대 식품산업 파헤치기
 

  

오늘 먹은 우리의 식단을 돌아보자, 단 하나의 가공식품도 먹지 않았을까. 우리의 식생활은 공업화에 지배당한지 오래이다. 불과 반세기만에 우리는 수많은 조상들의 생활문화를, 음식재료를 잃었다. 이런 일련의 현상의 배후엔 식품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행착오와 변화를 소비자들은 기꺼이 실험대상이 되며 받아들였다. 단적인 예로, 예전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보배 취급을 받았고 그래서 많은 식품에 들어갔던 식품첨가물 중 현재는 사용금지성분으로 규정된 것이 얼마나 많은가. 혹시 가공식품을 구매할 때 전성분표를 확인한 적이 있는지, 자신이 어떤 걸 먹고 있는지 의문을 품은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비단 식품에만 국한되기보다 모든 공산품에 해당되지만) 성분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상품도 많으며, 설사 자세히 해놓았다 해도 일반인은 알기 힘든 화학물질의 나열에 골치 아파진다. 많은 소비자들이 별 관심 없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지나치는 가운데, 일부 열심히 보는 소비자들도 아는 성분들을 기초로 음식을 피하는 기준으로 삼거나 그래도 아는 게 힘이라고 자신이 먹을 음식이 어느 정도 몸에 해로울지 대충 가늠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그를 넘어, 퇴근 후 지친 몸으로 귀가해 평소처럼 전자레인지에 데운 냉동피자로 허기를 달래다가 갑자기 식품첨가물 등 자신이 먹고 있는 냉동피자의 모든 것이 궁금해져 기어이 각종 인터뷰와 조사 끝에 340여쪽에 달하는 레포트 형식의 단행본을 완성한 소비자가 있다.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경제전문기자로 활동 중인 파울 트룸머이다. 


제목만 보면 피자의 인기와 세계의 피자 등을 소개하는 '피자 A to Z' 같은 느낌이지만 이 책은 (냉동)피자를 대표로 현대 식품산업의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책이다. 총 11장으로 구성된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는 자신이 먹던 피자의 정체에 대해 의문과 의심을 품고 반죽·토마토소스·육류·치즈·양념·운송의 피자의 재료와 생산을 살펴본다음 우리의 미래와 현재 이슈들 그리고 바른 식습관에 대해 고민하는 식으로 목차가 짜여 있다. 물 흐르는 듯한 편안한 목차지만 다루는 내용은 가볍지 않다. 식품첨가물과 식품개발·공장생산에 국한되지 않고 식품산업과 연관된 주변산업과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다룸으로써 사회구조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왜 하필 피자일까, 이 책의 저술 동기가 어느날 저녁식사로 먹던 피자여서? 그보다는 오늘날 피자라는 음식이 가진독특한 정체성 때문인데, 미국화·인스턴트화·정크푸드화된 이 이국의 음식은 오늘날 세계의 입맛을 표준화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 또한 어떤 계층이나 상황에도 잘 어울린다. 이러한 피자의 변신과 확산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식품산업의 발전 양상과 묘하게 많이 닮아 있으며 피자의 재료와 생산과 관련된 것들을 건드려보면 현재 식품산업의 거의 모든 관련 산업과 문제들을 건드리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이 대중적인 음식을 소재로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건강의 양극화(기아와 비만 심화 포함), 저임금노동자 확산, 거대기업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식품산업, 끝없는 변화와 실험을 강요당하는 농축산업, 세계화와 국제문제 등 피자가 세계를 정복해가는 동안, 식품산업이 성장하면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건강 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최대한 어느 한 편에 경도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내용들을 소개하기 앞서 그와 대비되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나 농가 사례를 언급하고 왜 모두가 그렇게 하기 힘든지를 설명한다. 분량이 많진 않지만 각주와 표를 실어 이해를 돕고, 본문의 설명도 충실하다. 이 책 한권만으로도 대략적인 반세기 동안의 식품산업의 역사와 냉동피자 뿐 아니라 미국식 피자의 재료와 생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식품부문별 주요 기업들, 우리가 기억해야할 식생활 관련 주요 이슈들이 대략적으로 정리가 된다. 특히 피자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들로 다른 가공식품 전성분표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고 기능이 무엇인지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워낙 다루는 범위가 광범위하니 내용을 깊이 들어가진 못한다는 점, 본문이 목차만큼은 깔끔하지 못하고 약간 산만하다는 아쉬움을 조금 받긴 했으나 일반인 독자의 입장에선 꽤 많은 궁금증을 풀어주고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흥미롭고 만족스러웠다. 아쉬운 부분을 조금 틀어서 생각하면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강점으로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한데 저자의 끊임없는 경로 추적과 보여줌이다. 즉 이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현상의 배경과 이유를 찾고 서로 연결하며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가 모든 결론을 짓고 정리해서 독자에게 전달하기보다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하게 만든다. 끊임없이 맛있고·빠르고·편하고·값싼 음식을 원하는 소비자와 파려는 기업의 완벽한 호흡 속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먹는 음식들, <피자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는가>를 통해 뒤늦었지만 한번더 생각하고 조금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원문 http://der_insel.blog.me/12013008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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